2024.01.31 - 어른 놀이터 해가 저무는 어느 저녁, 선선한 바람이 스치는게 좋아 말 없이 무작정 걸었어요. 저 먼발치, 알록달록한 놀이터에 자유로이 날아다니는 아이들이 보였어요. 웃음을 살며시 띤 채 멍 하니 바라보다 문득 떠올랐어요. 도심 곳곳, 단지 내에는 보통 아이들이 쉴 수 있는 놀이터가 있지요. 이곳 저곳 뛰어 다니는 힘찬 발소리, 무슨 말인지 도통 알 수 없지만 아무튼 기분 좋은 꺄르르 소리들로 가득하곤 해요. 언제 들어도 흐뭇한 소리에 웃음짓다 그럼 어른 놀이터는 어디에 있지? 생각했어요. 어린이 날도 있는데 왜 어른이 날은 없지? 하고 또 생각했어요. 역시 이 세상은 어른에게 냉정하고도 삭막하구나, 왜 세상은 어른을 따뜻하게 않아주지 않는걸까? 툴툴대다 고요하게 앉아있는 벤치 하나가 보였어요. 아, 그제서야 알게 되었어요. 저의 착각이었다는 것을요. 노을이 저물어 가는 어느 날 지친 기색이 역력한 채 터덜터덜 걸어가다 쉴 수 있는 벤치, 쉴 새 없이 빠르게 달려만가다 잠시 멈추어 쉬어갈 수 있는 신호등, 하루의 슬픔과 불만거리들을 저 멀리 흘려보낼 수 있는 하천변, 조금 더 높은 지점에서 바라보며 생각을 전환할 수 있게 도와주는 육교 등 이 모든 것이 어른의 놀이터 였다는 것을요. 내가 ‘나’로서 나만의 시간과 생각 그리고 감정을 충분히 느끼고 누릴 수 있도록 너그러이 베풀어주고 있었던 거예요. 결국 어른이라는 건 누군가의 도움과 정해진 방식에서 벗어나 나만의 방식대로 살아가며 나의 삶을 온전히 누리는 사람임을 말하고 있었어요. 그리고 내가 쉬어가고 힘을 얻는 그 곳이 어른 놀이터이자, 그 날을 넘치게 만끽하고 있는 순간이 어른이 날이며, 그게 곧 나 임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