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초, 출산을 약 두 달 남겨둔 시점에 마지막 출근 날짜를 정하고 나의 빈 자리를 어떻게 채울것인가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되었다. 나도 슬슬 꽉 쥐었던 손에 힘을 풀어야 할 때가 온 것인데 회사 생활을 시작하고 처음으로 하는 인수 '없는' 인계이다 보니 참 많이 어색했다. 일별, 주별, 월별 - 루틴하게 하던 업무를 정리하고, 그 동안 해왔던 것 중 앞으로 있을 프로젝트에 도움이 될만한 레슨 런을 한데 모아 공유하고, 원래 도맡아 했어야 했던 업무들을 분배했다. 그렇게 하나씩 떠나 보내고 나니 어느새 인터넷과 휴지통 아이콘만 남아버린 노트북 배경화면. 휴직자는 일단 '없는 사람'으로 처리를 하다보니 쓰던 노트북도 직접 반납해야 한다고 했다. 만삭의 몸을 이끌고 본사 IT실까지 가는 걸음이 그야말로 천근만근이었다. (실제로도 무거운 몸이었다) 사무실에 다시 돌아와 텅 빈 책상을 보는데 '시원섭섭하다는 표현을 이럴 때 쓰는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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