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1.27
-기대어 쉴 휴
Burn-out.
벌어먹고 사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겪어봤던 꽤나 고통스러운 경험이다. 치닫고 있음에도 눈 감고 아웅 하며 꾸역꾸역 살아내다 끝자락에 다다라 타버리고 만다. '할 수 있다'는 심지굳은 평서문이 '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문으로 바뀌어가며 꺾여버린 자존감을 붙잡지 못해 끝내 탈진한다.
절대 오지 않기를 희망했지만, 오지 말라며 두 팔 벌려 막아내고 싶었지만 피할 수는 없었다. 그렇게 내게 또 와버리면 현생에서 고통스러웠음을 알아달라는 신호라 간주해 버린다. 나의 정신과 육체가 휴식을 갈구하기에 '쉬어주어야 한다' 합리화하며 질 낮은 無의 상태에 나를 내동댕이 쳐버린다. 좋은 음식과 충분한 잠, 그리고 맑은 공기 들이키며 하는 산책, 소소한 나의 시간 등을 모조리 다 놓아버린다.
그리고선 그 텅 빈 손에는 핸드폰 하나만이 쥐어져 있다. 한 껏 작아진 나를, 외부로부터 고립시켜 더 작은 세상에 가둬버린 채 그 속에서 고통받는다. 빠르게 잽 치고 훅 날리는 콘텐츠를 보며 그 순간의 희열과 만족에 중독되어 버렸고, 지쳐버린 뇌를 더 들끓이기 바빴다. 탈탈 털어내도 보이지 않는 에너지를 끌어다 소비하기 급급했다. 그렇게 계속 쓰기만 하는 시간을 보내왔다.
잠은 오래 자면 잘 수록 더 자고 싶고, 누워 있으면 더 눕고 싶다. 그리고 넷플릭스 시리즈 하나를 선택한 그날은 망설임 없이 정주행 하는 날이 되어버린다. 물에 빠트린 솜사탕마냥 순삭 해버린 하루를 써버리고 나면 개운함은커녕 시들해진 몰골을 마주하고, 그런 창백한 얼굴을 한 채 내일을 또 살아낸다. 없던 에너지를 단전부터 끌어올려 리볼빙 하다 뻥 하고 터져버리는 것이다.
그러니 그런 상태가 어김없이 찾아왔을 땐, 주저 없이 "잘" 쉬어야 한다. 복잡 미묘한 세상 속에서 얼른 나와 끊어내야 하며, 엉켜 있는 머릿속을 깔끔히 청소하는 것이 중요하다. 비워내고 가치 있는 것들을 나에게 하나 둘 넣어주었을 때가 되어서야 회색빛 잿더미 속에서도 작은 불씨하나 발견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기 때문이다. 타들어가는 시간 속에서도 나의 자그만 장작 하나는 꼭 남겨두기로 하고, 나무 옆에 누워 뒹구는 쉼이 아닌 잠시 기대어 가는 쉼으로 채워가길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