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또라이였습니다. 출근하고 한 달이 지났을 때 담배피던 개발팀장님께 손가락질 받곤 했습니다. "야, 저 새끼 어떻게 안되냐?" 그런데 재미난 것은, 게임을 출시한 뒤였습니다. 저를 향해 손가락질 하던 분들은 술만 먹으면 제 앞에 다가왔습니다. "민균씨 이건 아니지 않아? 그치, 그렇게 생각하지? 그러니 가서 말 좀 해줘." "민균씨 이거 나는 이해가 안가는데 설명 좀 해줘요. 아하, 이런 이유와 의도가 있었군요. 이해되었어요." "민균씨 나는 기획팀이 유저를 버리고 있다고 생각해. 이런 부분에 데이터가 이렇게까지 쌓이면 치명적인거 아냐?" 게임 출시까지 10개월 정도 걸렸고, 제가 손가락질 받던 때로부터 반년이 지난 뒤 저를 대하는 주변 동료들이 저를 정반대로 대하기 시작했습니다. 어떤 차이가 있을 듯 하지만, 놀랍게도 저는 바뀐 것이 없었습니다. 저는 그저 한결같이 일했습니다. 다만, 그들이 저를 이해하고 상황이 달라졌들 뿐입니다. 사실, 제가 또라이였던 이유와 모두의 고민을 들을 수 있었던 이유는 같았습니다. 저는 이해가 안되면 일이 잡히질 않습니다. 이유가 타당하지 않거나 사전 설명과 결과가 달라지면 참지를 못했습니다. 그러니 의사결정을 위한 회의에서 같은 말이 반복되는 것도, 다른 말로 본질을 흐리는 것도 참을 수 없었습니다. 자연스레 그 화자가 팀장님이건 본부장님이건, 디렉터건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제가 이해할 수 있는 범주를 벗어나면 질문을 던졌습니다. 제가 공감할 수 없는 부분은 예시를 들어 제가 이해하는 바가 맞는지 확인했습니다. 반복적인 이야기가 나오면 정리해서 다음 흐름을 만들어 냈고, 다른 이야기가 나오면 그 분의 말을 정리해서 다시 원래 주제로 돌리되, 그 이야기는 필기 후 다음 회의나 업무에 상신할 것을 이야기 드렸습니다. 그동안 그들이 해오던 회의의 판도도, 일을 할 때 흐름도 많은 것이 바뀌니 자연스레 저는 꼴통의 이미지였습니다. 그러나, 이 방식으로 2시간씩 길었던 회의가 15분, 30분으로 짧아지고 난립했던 일들이 정리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니 기획이 빠르게 나오고 일도 착착 진행되면서 우리의 개발스펙은 차곡차곡 쌓여올라갔습니다. 결국 꼴통같던 방법이지만 일이 잘 흘러가고 정리가 되자 저를 신뢰할 수 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어느 샌가 기획이 이상하거나 바라는 방향이 있으면 제게 몰려와 제가 이야기해줄 것을 부탁합니다. 상대가 하는 말에 대해 상황을 가릴 지언정 결국 필요한 말을 전달하고 해야할 일들이라면 진행시킬 수 있도록 준비했기 때문입니다. 제 방식이 정답이라 말할 수 없습니다. 누군가는 부드럽게, 누군가는 정치적으로, 누군가는 확실한 실력으로 이를 정리해 나갔을 것입니다. 다만, 저는 이러한 색과 성향을 지녔고 이것을 그대로 드러냈을 뿐입니다. 그리고 이런 성향 탓인지 대기업보다는 스타트업에, 경력있는 대표님이나 팀장님보다는 이제 막 팀장이나 대표가 되신 분께, 안정적인 운영보다 문제가 터졌거나 새로운 사업을 열어가는 곳에서 더 많은 오퍼를 받았습니다. 여러분이 현재 하시는 방향 또한 그 상황에 맞는 해답일수도 때로는 아닐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렇기에 배운 방식, 해온 방식, 롤모델의 방식이라 해도 자신이 잘 이해하고 쓸 수 있는지, 내게 맞고 이 상황에 잘 맞는지 되돌아보시면 좋을 듯 합니다. 그리고, 그 방식으로 주변에서 돌을 맞더라도 그게 맞아보인다면 꿋꿋이 해나가서 신뢰를 얻으시기도 바라겠습니다. #기획 #서비스기획 #게임기획 #pm #성향 #일 #업무 #주니어

콘텐츠를 더 읽고 싶다면?
원티드에 가입해 주세요.
로그인 후 모든 글을 볼 수 있습니다.
댓글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