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tached to post

Q. 내 20대에 큰 영향을 준 사람들은?: 내 사고 방식의 뿌리 '우리는 만나는 사람들에 의해 많은 영향을 받습니다. 그 중 특히 나에게 영향을 많이 준 사람들은 누가 있나요? 그들로부터 어떤 영향을 받았나요?' 그 아이는 독실한 크리스천이다. 어느 날 내가 봤던 모습을 빗댄다면, ‘하나님의 잔다르크’ 라는 표현이 떠오를 정도의 독실과 신실함 그 세계와 관련된 모든 것이 충실했다. 그리고 반대로 난, 그 아이와 만나고 가장 가깝에 어울려 왔던 최근의 대략 8년의 기간동안, 신앙이 없었고, 또한 없다. 물론, 그럼에도 우리는 지금도 즐겨 어울린다. 스물셋이었던 우리가 처음 만난 곳은, 우리가 다니던 대학 근처의 어느 교회에서 운영하는 청년 기숙사. 당시 나는 학교 기숙사 입사가 좌절되어 그 곳까지 들어가게 됐고, 유일한 비신자였다. 내성적이고 딱히 사람들과 유흥유흥하며 왁자지껄하게 어울리는 편도 아니었던 나였기에, 그 곳에 딱히 이렇다 할 문제는 없이, 잘 스며들었던게 아닌가 싶다. notion image 그리고 그런 나를 그 애는 흥미롭게 여겼던 것 같다. (저렴한 비용으로)그 곳에 사는 이상, 어쩔 수 없이 들어야 했던 예배나 기도모임같은 것에, 나는 그저, 그 곳 말곤 지낼 곳이 없었기에, 어쩔 수 없이 가서 앉아있던 것인데, 걔는 그런 나에게, '넌 예배때 무슨 생각해?', '이해가 돼?' 같은 질문을 시작으로, 별안간 예사롭지 않은 상황을 펼치며, '너는 -하면 어떨 것 같아?', '그래? 왜 그렇게 생각하는데?' 같은 별난 질문을, 그 대답의 뿌리까지 잡아 깡그리 들어내려는 정말 별난 질문을, 시도때도 없이 별난 때에 던져댔다. 근데 난 또, 나름 거기에서 쉽사리 답변을 내놓지 못하는 나에게 당황했다. 왜냐면, 생각해보지 않았고, 내가 어떻게 해야할지 혹은 어떻게 하게될지 쉽사리 그려지지 않았으니까. 그리고 그런 질문 중 몇은 이후, 학교 과제든, 뉴스 미디어든, 이런저런 곳에서 다시 급습해오기도 했다. 단순히 내성적이었던 것을 바탕삼아, '고찰'에 이르렀던 건 그로부터 기인한게 아닌가 싶다. '지금의 상황, 관련된 요인들, 그 가운데서 내 마음과 행동거지는 어떻게 반응하며, 그렇게 반응하는 내외부적 요인은 어디에 뿌리를 두고 있는가?' 자신에 대한 객관적 관점에 발달도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이미 가지고 있던, 나의, 그러니까 요즘 세상에서 나름 새로이 승화된 의미로 거듭난 그 '찐따' 기질과 걔가 던진 질문들로부터 들이부어진 반강제적 자기성찰의 사유 시간. 그 두 요인의 화학적 융합으로, 지금의 사고 기반이 자리잡게 된 건 확실하다. 그런 질문들을 던져댄 걔를 못 만났더라도, 나라면 분명 별 괴상한 생각을 하며 나름의 내부 세계를 넓혀갔을터다. 다만, 스스로 그 세계를 확충하는 이유가 무엇인지는 자기도 뭔지 모르며, 일단 짓던거 마주 짓지 뭐 같은 마인드였겠지. 물론 지금의 나도 그런 단편이 없다곤 못하지만, 최소한 내가 왜 이러고 있는지는 조금 더 쉽게 답을 꺼내왔겠다 싶다.

콘텐츠를 더 읽고 싶다면?
원티드에 가입해 주세요.
로그인 후 모든 글을 볼 수 있습니다.
댓글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