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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25 - 노화: 늙어서 그리는 그림 띵동. ‘7년 전 사진이 도착했습니다.’ 나의 드라이브가 속삭였다. 과연 오늘은 어떤 추억 소리를 내게 전하고 싶었을까, 세월을 거꾸로 걸어간다는 건 설레면서도 흠칫하게 한다. 자로 잰 듯 반듯하게 줄지어있는 네모박스 안에는 나의 내음이 가득했다. 모나지 않은 판도라 상자에는 동글동글한 기억들이 차곡차곡 쌓여있었다. 새로우면서도 새록새록했다. 폭신 몽글한 구름위에 누운듯 한 기분에 취할 무렵, 눈가와 미간 그리고 넓게 펼쳐진 이마에는 나이표가 찍혀 있었다. 삑, 확신의 30대 입니다. 금새 시무룩해졌고, 또 속상했다. 췟. 반짝거리고 핑크빛이 은은하게 물든 양 볼, 퍼석함이라곤 어울리지 않는 탱탱한 복숭아 같았던 내 얼굴은 어느새 달라져 있었다. 미세하지만 자잘하게 펼쳐져 있는 나잇 주름도, 눈가 아래에 터 잡고 인생의 고난을 담아버린 거무튀튀하고도 깊은 바다도, 스트레스군단과 싸우다 결국 피 본 내 울긋불긋한 피부. 뭐 하나 깨끗한 구석이 없구만. 그래서 또 속상했고, 보기 싫었다. 떡국은 마다하지 않았으면서 나이를 떠먹는건 싫었나보다. 사과를 떨어뜨리면 바닥에 쿵 하고 주저앉듯, 머리털 난 사람이라면 반박의 여지 없이 세월을 밟아가는 게 당연하다. 뉴턴 선생님이 그랬다. 중력의 힘은 생각보다 강력해 사과가 떨어지는 시간에는 자비가 없지만, 그럼에도 우리가 원래의 곳으로 되돌아가기까지는 시간을 조금 더 넉넉히 줄 뿐인거다. 그렇다고 인간만 나이가 드는 건 아니지. 푸르름 가득한 나무도 나이가 들면 태가 나고 나이테를 긋는다. 무너질것만 같은 오래된 건물도 시간이 흐르면 균열이라는 나이를 그린다. 흘러가는 물 또한 마찬가지다. 아무도 모르게 고요히 흘러가다 어느새 힘에 부치면 조금씩, 아주 조금씩 속도를 더해 나이를 그려간다. 그럼에도 우리는 이들을 볼품 없다 손가락질 하지 않고, 그 고유함을 사랑한다. 시선은 그런 것. 주위의 관심에 눈을 둘 것이 아니라, 시선에서 벗어나 나의 방향으로 눈길을 돌리는 거다. 천천히 나이들면서 또 다른 길을 놓아 새로움을 만끽하고 다른 그림을 그려갈 수 있는 것, 그게 우리의 고유한 그림이자 노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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