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비즈니스 명저 바짓가랑이 리스트> 저의 개인 노션 페이지에는 특이한 이름의 리스트 페이지가 존재합니다. 이른바 <비즈니스 명저 바짓가랑이 리스트>인데요, 비즈니스 명저를 읽으며 실전 적용시 괴리가 있을 것으로 보이는 요소들을 정리하고, 그것이 추가적인 공부와 토론, 그리고 실제 경험을 통해 스스로 납득되는 과정을 정리해 둔 페이지입니다. 이 페이지는 졸업 후 프리랜서 일만 3년을 하다가 처음 들어간 유니콘 기업에서 팀장직을 맡게 되었을 때 생성되었는데, 당시에는 직장 생활 자체가 처음이다보니 보고 자란 선배도 없었고, 롤모델도 없었고, 당시 저의 매니저는 너무나 바쁜 상위 조직장님이셨다보니 유명한 비즈니스 명저들이 저의 유일한 코치이자 동아줄이 되어주었습니다. 책들은 제가 생각지도 못했던 부분을 생각하게 해주기도 했고, 제가 잘못하고 있던 부분을 마치 관찰한 듯 예시로 적어두어 저를 당황하게 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책으로 배우는 것'과 실전의 괴리 또한 분명히 존재했고, 저는 당장 실전에 도움이 되어야 했기 때문에 단 한 문장도 그냥 '좋은 말씀'으로 넘길 수가 없었습니다. 괴리를 느끼면서 실전에 그대로 대입해, 실제 효과는 없이 팀원들로 조직 문화 관련 실험을 하는 느낌을 주는 일도 최소화 해야했기에 결국 책을 읽고도 책의 주제와 관련된 나의 가려운 부분이 전혀 풀리지 않으면 혼자서 책을 사람 멱살 잡듯 잡고서 '어디가! 이것도 말해주고 가!'라며 울부짖곤 했습니다. 실전에 대입하기 어려운 것들을 시대 차이, 나라간 문화 차이 등으로 덮어 넘어가거나, 어중간하게 소화하고 정책화한다면 팀원들에게는 '팀장이 또 어디 강연 가서 뭐에 쫒혀 온 모양이다.'라고 생각하며 피곤해 하기만 할 것 같았습니다. 그렇게, 명저들의 바짓가랑이를 잡고 질척이는 <비즈니스 명저 바짓가랑이 리스트>가 생겨나게 되었습니다. '솔직히 상사한테 완전히, 지독하게 솔직할 수 있나? 옆자리 직원이 요즘 월급 루팡 중이라 너무 행복해 한다고? 이직용 포트폴리오가 생각보다 빨리 완성이 안 돼서 고민이라고? 이번 새로운 회사 정책이 너무 짜증난다고? 인사평사를 적는 팀장에게 얘기하는게 시스템적으로 말이 돼? 그게 어떻게 하면 되는데?' '규칙없음을 위해서는 인재 밀도가 중요하다고? 법 없이도 살 사람들만 모아두면 법 없이도 살 수 있다는 말 아닌가? 그렇다면 어떻게 법 없이도 살 사람들만 모을 수 있는지, 인재 밀도 높게 인재를 모집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고 가!' 이러한 의문들을 그냥 머릿속에만 남겨두지 않고, 노션 리스트로 정리해두고, 다른 책을 읽어보거나 혼자서 어렵다면 팀원들과 솔직하게 토론하고 실제로 적용하여 행동할 수 있을 때까지 항목들을 체크리스트에서 지우지 않았습니다. 해당 질문에 대한 부정적 의견, 긍정적 의견, 관련 액션과 결과, 회고를 정리하기 시작하자 불가능하게만 보이던 조언들이 실제로 작동하는 모습을 보게 되기도 하고, 우리 상황에 더 맞는 다른 책이나 이론들을 찾게 되기도 했습니다. 이후 저의 상황과 유사한 상황을 직접 겪어보신 멘토님들을 여럿 뵙게 되면서 현장의 생생한 조언들을 듣게 되었고 그 조언들은 빠르게 피와 살이 되어주지만, 경험도 무엇도 없던 당시에는 절박하게 책을 물고 늘어진 이 목록이, 단순히 '책으로 배운 매니징'을 넘어 실전 경험 자산이 되게 정말 많은 도움을 주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갑작스럽게 리더나 매니저의 직책을 맡게 되어 당황스러워 하시는 신입 리더분들께 책에서 배울 부분과 인상적인 부분을 정리하는 것 외에도 '내가 실제로 적용하기 어려울 것 같은 부분을 적어 정리하고, 그 부분을 실전에서 어떻게 메울지 치열하게 고민해보라.'고 조언드리곤 합니다. 그리고 저 또한 계속해서 쌓여나가는 체크리스트들을 계속해서 삭제해 나가기 위해 오늘도 읽은 책들을 다시 펼쳐 놓고 머리를 쥐어 뜯으며 고민을 계속해봅니다. 그리고 부족한 역량으로 열심히 꼭꼭 씹어 소화시키려고 노력한 이 경험들이, 저를 더 빠르게 성장시켜주기를 바라봅니다. 주니어 PM의 생각 한 조각 (7) https://brunch.co.kr/@clipkey/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