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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24 - 불빛신호. 와 어떡하지 클났네, 늦었다. ​실은 늦은 건 아니지만 내가 암묵적으로 허용한 타임리밋에 도착하지 못할 테니 지각한 꼴이나 다름없다. ​저쪽으로 빨리 건너가야 하는데 야속하게 신호는 바뀔 생각을 안 하고 애꿎은 발만 동동 굴렀다. ​매일은 빨리도 흘러가면서 왜 이 시간은 이리도 긴지 도무지 알기 어려웠다. 바뀌는 것에는 항상 순서가 있고, 정해진 룰이 있는데 마음만 앞서 조급했다. 급히 마음먹는다 해서 죄다 소화되는 것도 아닐 텐데 말이다. 고요히 빛을 뿜었다 삼키기를 반복하는 신호등은 그 누구보다 스스로를 잘 알았다. 멈추어야 할 땐 깜빡이며 1차 신호를 던지고, 그 후 카운트 다운을 시작한다. '나 곧 불 끌 거니까 미리 준비하세요.' 하고 말이다. 10을 해내던 걸 9로 줄이고, 9를 해내던 걸 9로 줄이고, 줄이고 또 줄이고. 마지막 1에 천천히 다다라서는 잠시 그렇지만 열심히 쉬어버린다. ​가야 할 것만 같은데 잠시 놓아버려서는 안 될 것만 같은데 그냥 냅다 셧다운 해버린다. 그렇게 자신에게 사인을 주며 멈춰 선다. 움직이려 애쓰지 않고 그대로 뻗어버린다. ​그리고 에너지가 조금씩 차오르기 시작하면 파란빛을 내며 서서히 움직인다. 그처럼 모든 것에 빨리, 급하게 욕심내지 않고 나에게 완급 버튼을 쥐어주는 것이 나를 지켜내는 일이다. 그러니 여기저기 눈 돌리며 숨 가삐 뛰 다니지 말고 잠시 멈추었다 다시 발걸음을 떼는 것이 좋겠다. 그것이 내 보폭이자 속도이기 때문이며 또 그리해야 힘내서 오래 걸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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