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버드박스>에서 죽음을 면하기 위해서는 공포의 대상을 마주쳐서는 안 된다. 실내에 숨어있을 때에는 창문을 완전히 차단해야 하고, 외부로 나서면 눈을 가리고 도망쳐야 한다. 그러니까 시각이 완전히 차단된 상태에서 내가 어떤 존재와 마주하고 있는지도 모르고, 내 한치 앞에 어떤 것,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모른 채 아무것도 봐서는 안 된다는 거다. 이러한 상황에서 주인공 (맬러리) 일행이 머무는 저택에 도망 온 올림피아는 '혼자 있는 게 얼마나 무서운지 안다' 며 기꺼이 혼자 남은 사람에게 호의를 베풀기도 한다. 버드박스를 보며 느낀 건, 우리는 무언가에 대해 알지 못할 때에 그 공포가 극대화 된다는 사실이다. 누군가 인간은 상상할 수 있기 때문에 공포를 느낀다고 했던 이유로 우리는 죽음과 미래를 막연하게 두려워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사주와 타로를 보는 등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조금이나마 줄여보려고 하는 것이다. 나 역시 얼마 전 심리상담에서 불안이 크다는 결과를 받았다. 그리고 그 불안이 내 생각엔, 내가 가늠조차 할 수 없는 나의 미래에서 기인했다는 생각을 했다. 최근에 번아웃을 꽤 오래 겪으며 어느덧 내가 주니어도 시니어도 아닌 애매한 상황에서, 내가 팔려야 하는 시장에서 과연 내가 상품 가치가 있는가에 대해 깊은 고민을 했었다. 결국 내가 알지못하는 타인의 입장을 생각하는 게 어려워서 선택 당하는 입장에서는 불안할 수밖에 없었다는 결론을 내렸고, 그럴 때일 수록 내가 컨트롤 하지 못하는 남의 생각은 그들의 생각대로 두고, 내가 잘 하고 좋아하는 일에 더 집중하자는 것으로 귀결되었다. 물론 내 생각만 고집해서는 당연히 안 되니 중간중간 방향을 점검해보는 건 무조건 필요하지만, 그렇다고 내가 핸들링 할 수 없는 외부의 상황에 너무 겁먹지도 말고 낙관적인 시각을 가질 필요가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