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1.21
- 마음의 색채
횡단보도 앞에 쭈그려 앉아 울고 있는 아이를 보았다.
“얘, 왜 울고 있니? 길을 잃어버렸니?”
“엄마를 잃어버렸어요.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어요..”
시키지 않았음에도 재빨리 핸드폰을 열어 아이의 엄마에게 전화를 걸고 있는 나, 불안함에 떨고 있는 아이를 안심시키기 위해 건너편 편의점에 있는 핫초코를 사주고 있는 나였다. 이토록 자연스럽단 말인가.
이처럼 마음이란 어떤 사물이나 대상에 대한 즉각적인 반응이다. 만물에 대한 경험적 학습을 통해 쌓아 온 나의 생각, 견해 그리고 철학이기에 자연스러운 것이다. 제동없이 움직이는 자연의 원리를 우리는 쥐락펴락 하고 싶어 한다. ‘고통’, ‘불안’과 같은 어두움이 가라앉으면 깨어나기 위해 손사래를 치며 잊으려 발버둥치는 어느날과 같이 혹은 친구의 결혼식을 보며 배우자에 대한 애틋한 사랑을 애써 감추며 눈물 훔치는 그런 날처럼.
하지만 이미 튀어나와 버린 반응은 없앨 수도, 완벽히 통제할 수 없는 것이다. 즉각적이기에 막아낼 수 없다는 말이다. 그래서 마음은 정말로 움직이기 어렵고도 무거운 것이기에 그 자체를 받아들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대로를 감지하고 인정하는 것 말이다.
물 흐르듯 떠오르는 그런 마음은 다채롭기도 하다. 따뜻한 마음 하면 빨간색을 떠올리고 차가운 마음 하면 파란색을 떠올리긴 하지만, 사실 어떤 수식어와 손잡느냐에 따라 색을 달리한다. 개인의 고유한 생각과 감정 그리고 가치관 등 모든 것이 조화를 이루어가면 하나의 스펙트럼을 형성하는데, 이를 구성하는 각각의 색상값이 나의 마음을 자유로이 표현하곤 한다. 자잘한 빛들이 모여 섞이면 또 다른 색채를 띠기에 자연스럽고도 유일무이하다. 고로 그 마음의 색채가 곧 나 자체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이런 꾸밈없는 반응은 당연한 것이며, 이를 지각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그 고유함을 존중하고 받아들이는 노력으로서 세상의 무한한 빛과 상호작용하며 새로운 시작점을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