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1.20 - 살아가는 날. 생일축하 합니다, 생일 축하합니다. 사랑하는 - 의 생일축하합니다. 짝짝짝. 방울 달린 고깔모자 쓰고 손뼉 치며 깔깔거렸던 그런 날. 은빛 포장지로 곱게 꾸린 선물상자 하나씩 열어볼 때면 그렇게 행복할 수 없었죠.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었으니 말이에요. 어릴 적 동네 친구 불러 모아 깨알같이 적은 초대장 전해주며 말했었죠. "내 생일 파티에 초대할게, 와 줬으면 좋겠어!" 하고요. 야속하게 올라가는 앞자리 숫자를 보며, 꽉 붙잡아도 손틈새로 새어나가는 시간을 멍하니 바라만 보며 칙칙하기 그지없는 생일을 보내고 계셨던 건 아닌지요. 3분이면 뚝딱되는 미역국 먹으며 속 달래고 계신 것은 또 아닌지요. 거창한 하루로 맹글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지만 소박한 행복에는 조금 욕심내어주면 좋겠습니다. 천구백구십몇년 몇 시 몇 분, 그날이 곧 지금의 나를 있게 하니까요. 달력에 나란히 줄지어 선 검은빛 짙은 숫자들 눈 감고 모른 체하며 지나치지 말고 좋아하는 색 덧칠하여 한번 더 눈길 주어 주세요. 어쩌면 흘러온 오늘의 생일은 잠시 멈추어 숨 고르며 또 다른 나로 태어날 준비를 하는, 그런 소중한 날 일지도 모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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