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출입증을 목에 걸고 있어도 '쟤는 대체 왜 저럴까' 싶은 동료가 있기 마련이다. A 직원은 제작 현장에서 처음 인사를 나누었는데, '아 부장님이신가?' 할 만큼 태도며 행동이 고압적이어서 꽤나 눈치를 살폈다. 알고 보니 그는 나보다 한참 어렸고, 무슨 이유 때문인지 자신의 목소리가 '반드시' 인정 받길 원하는 사람이었다. 기획 회의를 할 때도 A 직원은 늘 새로운 관점을 제시했다. 동일한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어도 그는 그만의 특별한 해석 과정을 거친 뒤 전혀 다른 내용으로 받아들였다. 그리고는 가끔 '제가 이해한 것이 맞냐'라고 되묻는데, 놀라울만치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이해한 것이 없다. 신기했다. 어쨌든 회의가 끝나면 그는 언제나 회의록을 공유했다. 그가 작성한 회의록은 무척 장황했고, 맥락을 알 수 없었으며, 무엇보다 방금 회의한 내용의 결론이 아니었다. 그래도 우리는 '잘 정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업무에 참고할게요' 라고 한다. 그래야 2절이 없으니까. 어제는 20년 지기와 술을 먹다가 그런 이야기를 했다. '회사'라는 같은 조직 안에 어쩌면 이렇게나 다른 사람들이 있을까. 그래도 '어느 정도 같은 기준'을 통과했기 때문에 한 회사에 있는 것 아닌가? 라는 푸념 섞인 말에, 대한민국 엘리트 코스를 정석대로 걸어온 그녀는(서울대-영국유학-대기업>더대기업>더더더대기업) 지금 있는 회사에 얼마나 많은 엘리트 멍청이가 많은 지에 대해 목이 터지게 외쳤다. 그냥 싹 다 병신이라니까 그냥 죄다 미친놈들이야!!! 저기 언니, 진정해. 병신 소리가 너무 커.. 안다. 틀림이 아닌 다름이라는 것. 잘 안다. 그럼에도 '다름'이 '물음표'가 되어 돌아올 때 회사 자체에도 같은 부호가 생기는 건.. 그러게, 아직도 내가 덜 여물어서 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