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1.12
각진 네모판 안에 꽉 찬 알록달록한 7개의 나무 조각들.
어느 날, 파란 나무 조각이 나무 판 밖으로 발을 슬쩍 내밀었어요.
그리고 뒤이어 노란 나무 조각도 신발 신고 따라나섰지 뭐예요.
어느새 7개의 조각 모두가 밖으로 나가
가끔은 말이 되어 뛰놀기도 하고, 또 가끔은 하늘을 자유로이 나는 연이 되었어요.
서로 꽉 끌어안으며 느꼈던 편안함을 간직한 채 틈새를 조금 내어주었습니다.
우리는 보통 흔들리고 떨리는 울퉁불퉁한 선 보다 단단하고 힘 있는 곧게 뻗은 선을 좋아합니다.
이리저리 기대어도 두 발 디뎌 잘 설 수 있는 그런 공간을 사랑하곤 하지요.
하지만 자그만 구멍 하나 없는 선 뒤에만 숨어있다면
풍성한 계절을, 생생한 소리를 힘껏 만끽하기는 어려울지도 몰라요.
주먹을 꽉 쥐고 있지만 말고 그 주먹을 하나 둘 펼쳐보는 것도 꽤 괜찮답니다.
손가락 사이로 흘러내리는 고운 모래와 그 사이로 스며드는 바다내음, 또 이들을 비추는 햇빛이 모여 더 반짝일 수 있기 때문이지요.
그러니 우리, 조금씩 문을 열어 두는 것이 좋을 것 같은데 어때요?
-칠교놀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