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미라클 모닝을 고민하는 당신에게 #시작 12월 초부터 지금까지 미라클모닝에 도전하고 있다. 아직 완벽히 몸에 익지는 않았지만 이제는 6시 전이면 알람을 듣지 않아도 자연스레 눈이 떠지는 경지(?)에 이르렀다. 물론 눈이 떠진다는 것이 몸을 일으킨다는 의미는 아니긴 하다 ^^ #미라클 모닝, 왜 결심했나 아이를 낳기 전 모든 시간은 100% 내 것이었다. 가고 싶은 곳이 있으면 가고, 자고 싶으면 자고, 일하고 싶은 만큼 일했다. 내 시간을, 내 에너지를 내 뜻대로 콘트롤 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그 때는 몰랐다. 아이를 낳고 나서 모든 게 바뀌었다. 워킹맘인 내 시간은 정확히 육아와 회사가 양분했다. 에너지는 늘 부족했다. 에너지가 달릴 때면 업무에 집중하지 못하거나 아이에게 짜증을 냈다. 집은 항상 엉망인데 이건 뭐 내 안중에 들어오지도 못했다. 주변도 나도 다 엉망. 그러다보니 우울했고 항상 아슬아슬 달랑달랑 죽지 않을 만큼 끌려다녔다. #시행착오 나만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아이를 재우고나서 부족한 업무도 하고 집안일도 하고 글도 쓰고 운동도 하리라! 하지만 이건 내 야무진 꿈이었음을 깨닫는 데에 딱 2년이 걸렸다. 우선 아이는 내가 원하는 시간에 자는 기계가 아니었다. 가끔은 일찍 자기도 했지만 재우고 나오면 11시가 넘었다. 아이를 재우고 뭔가 하려고 하니 마음은 바쁘고, 그러다보니 얼른 자지 않는 아이에게 조급증이 났다. 육아의 질이 떨어졌고 아이에게 미안하면서도, 다음날이면 똑같이 일찍 자지 않는 아이에게 조급해지는 나를 바꿀 수 없었다. 두 번째는 체력이었다. 그렇게 1차 전쟁을 마치고 나면 더 이상 뭘 할 기운이 없었다. 아이를 재우다가 나까지 잠들어 버리거나 깜빡 선잠을 자고 일어나면 뼈가 녹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겨우 집 치우고 빨래를 개고 나면 12시였고, 그렇게 다음날이면 허겁지겁 일어나 우는 아이를 떼어놓고 출근하기 바빴다. #결심 저녁에 시간 내는 것은 어렵다는 것을 깨닫고 나서, 내게 떠오른 건 아침시간이었다. 미라클 모닝은 살기 위한 몸부림이었다. 약간의 우울증까지 진단 받았던 그 때, 살기 위해선 내 시간이 반드시 필요했다. 5시 반에 일어나 가벼운 스트레칭을 하고 고양이 세수만 하고 나서 바로 회사로 향했다 (몸을 가져다 놨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 것이다). 아무도 출근하지 않은 캄캄한 사무실. 불을 켜고 커피를 한 잔 내리고 컴퓨터를 켠다. 책을 보기도 하고 그냥 아무것도 안 하기도 한다. 하루가 참 길고 좋았다. 문제는 점심 시간 이후였다. 급격히 졸리고 멍해졌다. 큰일이다. 6시면 2교대 시간인데 (육출 ^^),,, 24시간을 48시간처럼 살고 나서 그날은 거의 기절하듯 잠들었다. #결심2 원인은 체력이었다. 사용 시간 대비 배터리가 너무 빨리 떨어졌다. 배터리를 대용량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운동을 해야 했다. 체력이 부족하니 집중력이 떨어졌고, 좋지 않은 자세 탓에 오후가 되면 등이 찢어질 듯이 아팠다. 회사 근처 헬스장을 끊고 PT도 수강했다. 매주 화, 목요일은 7시 반에 수업을 듣고 나머지 요일은 점심시간에 운동을 간다. 하다보면, 그냥 아무 생각 없이 하다보면 숨쉬듯 자연스런 루틴이 될 거라 중얼거리며, 그래 어차피 씻어야 하니까 가자! 라고 나를 설득하며 가기 싫은 몸을 움직였다. #그래서요? 미라클 모닝 덕분에 글을 쓰고 있다 (지금 시간 오전 7시 33분!). 12월에는 마라톤 대회를 나갔다. 무언가를 하겠다는 계획을 세울 수 있고, 실행할 수 있다. 예전처럼 피곤하지 않다. 피곤하지 않으니 의욕적이고 짜증이 덜 난다. 등이 아프지 않다. 내가 조금 멋있고, 기특하다. #마치며 일찍 일어난 새가 벌레를 잡는다고 한다. 일찍 일어나는 새가 있으면 일찍 일어나는 벌레도 있고, 늦게 일어나는 새가 있으면 늦게 일어나는 벌레도 있겠지. 일찍 일어나면 일어나는 대로 늦게 일어나면 일어니는 대로 새들은 다 벌레를 먹고 배를 채웠으리라. 벌레라는 보상만을 위해 일찍 일어나는 것이라면 그건 그 새에게 조금 미안한 오해인 건 아닐까. 가장 먼저 아침을 노래하려고, 조금 더 높이 날아보려고, 아니면 그 무엇이든. 그 새에게는 일찍 일어나려 한 빛나고 간절한 이유가 있을 거다. 나에게 미라클 모닝은 꿈이다. 자아 실현이다. 이제는 미라클이라는 단어도 낡고 지겨워져 감흥없는 단어가 된 것 같지만, 혹시 망설이고 있다면 추천하고 싶다. 정신 없이 돌아가는 x와 y축 사이에서 나만의 z축을 만들고 싶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