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1.11 땅을 파는지, 벽을 뚫는지, 뛰 댕기는지 도통 모르겠다만 저 위의 성실한 두더지들 때문에 도저히 눈을 감을 수가 없다. 며칠 전 성난 발소리와 함께 문 두드리며 간곡히 청했지만 ‘미안함’은 그때 잠시 뿐- 온종일 빡세게 열일하시는 것 같은데, 우리 밤에는 좀 쉬지 않을래요? 그대들이 땀 흘리는 시간이라는 거, 받아들이려 했으나 해 떨어지고 달 올라오는 ‘밤’에는 다들 그 땀 식히며 꿈꾸는 시간이랍니다. 스르르 잠에 들기 일보 직전 오늘도 또 저 불규칙한 잡소리가 신경을 건드린다. ‘아니 대체 뭐 하는 거야 미친거 아냐? X짜증 나네.’ 부글부글 냄비에 화 끓이다 넘칠 것 같아 임시방편으로 찬물을 부었다. 최애 노래로 마음을 식히니 이성은 돌아왔고 좋게 생각해 보자 했다. 대체 누가 이들을 밤에도 살아가게 했는가. 뜨신 밥 입에 넣고 하루를 책임지기에 팍팍한 세상이란 거 잘 안다. 층층이 쌓인 종이박스들이 문 앞에 줄지어 있었던 그날의 장면을 떠올리면 삶에 대한 묵직한 책임을 다하기 위함이란 거 역시 잘 안다. 알면서도 짜증과 예민함의 만렙을 돌파해 버린 오늘의 나, 다시 한번 위층으로 올라갈 수 있었지만 숨을 다시 가다듬었다. 그래, 그럴 수도 있겠다. 저 성가신 소리를 나를 잠재우는 소리라 생각해 볼까? 토닥, 토닥, 토닥… “쿵, 쿵…지이이익..쿵” ‘…아, 이 씨,,’ 역지사지 따위 개나 주기로 했다. 이해와 배려는 불가능했다. 이해에도 한계치는 존재한다. 상대의 배려 없이 나만의 너그러운 이해의 시간이 오래 쌓이면 와해가 되어버릴 수 있는 것이었다. 와장창. 이해는커녕 나는 오늘도 이 짜증과 분노를 열과 성의를 다해 다스리며 이불을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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