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1.08 마음 편한 뒹굴거림이 가능했던 시절 너무나도 사랑했고 아꼈던 만화책을 손에 안게 되었다. ‘독서를 해야 해, 좋은 책을 읽어야 해’와 같은 나름 강력한 목표를 끊어내고 ‘이 또한 좋을 수 있지’ 하며 책장을 넘겼다. 거친 환경에서 살아온 이찌노세 카이는 거친 입담과 함께 까칠한 당당함이 매력 포인트다. 어릴 적 숲에 버려진 피아노를 발견하고는 줄곧 피아노와 커 왔고, 그렇게 피아노는 카이만의 악기가 된다. 시대의 전설이라 불리는 아지노 선생은 우연히 그의 피아노 소리를 듣게 되고 그렇게 또 파란만장하게 그의 제자가 된다. 아지노는 “나의 피아노가 아닌 너의 피아노를 쳐라.” 라고 말한다. 똑같은 것, 비슷한 것, 저 사람에게도 있는 것을 내가 소유하는 것은 잠깐은 꿀 같을 수 있으나 잠깐이 다하면 썩어버리고 만다. 그렇게 ‘나만의 것’을 찾도록 이끄는 아지노 역시 진정한 선생이자 코치였다. 사회는 너무 규격화되어있고 딱딱하고 정확하게 들어맞는 것을 좋아하기에 기준에서 벗어난 것을 ‘잘못된 것’ 혹은 ‘틀린 것’으로 받아들이고 만다. 조금 특별하면서도 다른 것, 그 차이를 살가운 시선으로 읽어낸다면 오히려 세상을 초월하는 리미티드 팽이를 돌려볼 수 있을텐데 말이다. 쉬쉬하기 바쁜 문화권에 갇힌 우리는 두렵고 외로우면서도 또 고독할 수 밖에 없다. 차가운 빈 깡통같은 곳에서 포근히 살아갈 수 있는 나만의 방법, 나만의 길이 필요하다. “나의 적은 나”라는 뼈 시린 말 속에 수많은 허상과 시선, 질투와 가식, 허영과 욕심 등 시커먼 매연으로부터 숨 쉴 구멍을 찾기 위해 나를 잘 다스리고 컨트롤하고 일으켜야겠지. 누군가의 체온을 1℃ 라도 올리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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