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다이소에서 아담한 도시락통 하나를 사왔습니다. 이직한 회사 주변(코엑스 인근)으로 점심을 먹으러 다녀보니 최~소 1만원은 들더랍니다. 아니, 1만원도 사실 빠듯하더랍니다. 내용물이 부실해보이는 샐러드도 12,000원 13,000원씩 하더래요. (하긴 요샌 김밥 한 줄도 4~5천원씩 하는 세상.) 점심값 아껴보겠다고 매일 분식류, 패스트푸드로만 돌려 때우자니 건강이 걱정이고 가성비 좋은 식당을 찾아보자니 빠듯한 점심 시간에 (직장인 대다수가 힘든 요즘…) 대기줄도 무시할 수 없어서 직접 챙겨보기로 했답니다. 직장 생활을 어언 10년 가까이 하면서 도시락이라고는 생전 챙겨본 적 없는 아내가 도시락통까지 마련한 걸 보니, 밥값이 부담스럽긴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괜히 짠한 마음도 들고 한편으로 기특하기도 했습니다. 이때부터 장보기 앱으로 샐러드 거리며 닭가슴살, 고구마 같은 것도 세일 상품 위주로 사보고, 못난이 과일도 제철마다 농장 직송으로 주문해서 도시락을 싸보고 있어요. 아내가 재택근무하는 날 빼고는, 출근 시간이 저보다 1시간 넘게 빨라서 대체로 제가 챙기는 구도가 됐지만(?) 아내가 출근 준비하는 동안 간단한 아침 차리면서 점심 도시락도 아내가 먹고 싶은 메뉴 위주로 이것저것 그날그날 이렇게도 담아보고 해서 완성하면 뭔가 뿌듯하고 든든하더라고요. 싸줄 때 뿐 아니라 퇴근하고 집에 와서 깨끗이 비운 도시락통 보는 것도 은근 재밌고요. 도시락 싸가지고 다니는 게 뭐 대수냐 싶을 수도 있지만, 제게는 나름 중요한 루틴이 되었어요. 준비하는 동안 머리도 맑아지는 느낌이고, 아침마다 도시락 챙겨줘서 고맙다고 매번 이야기해주는 아내 덕에 자존감도 올라가는 것 같고요. (물론 저도 사람인지라 때때로 졸립고 피곤할 때가 있는데, 그 땐 아내가 알아서 아침도 차려먹고 도시락도 챙겨가요ㅋㅋ) 여러분은 아침, 점심 어떻게 해결하시나요?? 정말 간단해도 좋으니 수제 도시락 한 끼 어떠신가요? #도시락싸가는아내 #도시락싸는남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