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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벨만큼이나 강렬했던 화이트 와인 한 잔. 주말에 너무 맛있게 마셨던 화이트 와인인데 이 와인에 숨겨진 이야기 또한 재미있어서 메모해본다. 독일의 와인 생산자 스벤 니거(Sven Nieger)는 와인 메이커 집안에서 태어난 것도 아니고 아무런 연고도 없던 그는 불과 2010년에 와인 만드는 일을 시작해, 현재 전 세계 와인 평론가들이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하지만 지금의 위치에 이르기까지 그가 걸어온 길은 쉽지만은 않았다. 독일에서 손꼽히는 와인 생산지 바덴(Baden)은 주로 과실 향이 강하며 풀바디한 스타일의 레드와인을 만들어 왔다. 하지만 스벤 니거는 이러한 관습을 따르길 거부하며 화이트 와인 품종 중 하나인 '리슬링'에 집중했다. 리슬링의 경우 너무 시다는 이유로 이 품종의 와인을 선호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지만 그는 리슬링도 충분히 사람들이 사랑할만한 품종이다라는 걸 증명하고 싶었다고. 그는 각고의 노력 끝에 바덴에서는 그리 환영하지 않는 리슬링 와인을 만들어냈고, 라벨만 보고서 사람들이 와인에 대해 갖게 될 편견을 없애고 싶어 다소 파격적인, 와인 이름과 빈티지만 적힌 와인 라벨까지 붙여넣었다. 하지만 그의 실험 정신은 또 한 번 편견이라는 벽에 부딪혔다. 지역 와인 품질 평가위원회에 자신의 와인을 보냈지만 지역 특색을 반영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한 것. 그러기를 수차례 반복하던 그는 결국 자신의 와인을 지역 와인 등급 중 낮은 등급인 Landwein(란트바인)이라고 스스로 정해버리고 지역와인평가단에 와인을 보내는 일을 그만두었다. 바덴이라는 지역을 벗어나 다시 한번 자신의 와인을 제대로 평가 받고 싶었던 스벤 니거. 그 후, 스벤니거의 와인은 독일 및 세계의 와인 대회에서 우수한 상을 거머쥐었고 Falstaff 매거진이 뽑은 떠오르는 와인 메이커에 선정되는 등 그의 저력을 여감 없이 보여주고 있다. 여전히 독일 바덴에서 와인을 만들고 있는 스벤 니거는 자신의 선택을 후회한 적이 없으며 사람들이 내 와인을 마실 때 '이건 니거의 와인이야'라고 말해주기를 바란다고. ------------------------- 나도 최근에야 리슬링이라는 품종의 매력에 점점 빠지기 시작했는데, 스벤 니거의 리슬링을 한 모금 마시니 이 품종이 가진 포텐셜이 내가 생각한 것보다 더 대단하구나, 느낄 수 있었다. 레몬의 시트러스함, 리슬링 특유의 페트롤 향, 간수 잘 빠진 소금을 맛 봤을 때 느낄 법한 약간의 짭짤함과 미네랄까지.. 상큼하고 청량한데 마냥 가볍지 않은 바디감과 우아함, 살짝 스파이시함까지, 밸런스가 굉장히 좋았던 화이트 와인이다. 레스토랑 '볼피노'에서 바칼라 만테카토, 알프레도 소스 페투치네, 우니파스타, 아몬드 밀크 포크찹, 아란치니 등과 페어링 했는데 이 와인 하나로도 모든 음식 커버 가능하니 놀라울 따름. 잘 만든 리슬링 한 병은 식탁에서 정말 열일할 수 있구나 라는 걸 알게 된 식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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