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엑스 앞은 언제나. 언제나. 언제나 막힌다. 조금도 움직일 생각이 없는 차 안에서 답답함에 고개를 돌리면, 이 엄청난 트래픽이 반갑다는 듯 한껏 신이 난 대형 디지털 사이니지 몇 대가 부지런히 광고를 돌리고 있다. 대체로는 꺾인 면을 활용하지 못한 평범한 광고가 돌아가지만 가끔은 미디어 아트의 영역에 들어선 압도적인 작품을 만날 때도 있다. 이럴 때는 시선을 거둘 수가 없어, '이런 작품은 누가 어떻게 만들까' 궁금해진다. (물론 잠깐 궁금해하고 만다) 마침 지난 주 인터뷰를 진행한 스튜디오에서 이 같은 미디어 아트 작업을 자주 맡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에게 미디어 아트 작업 방식을 묻고 이런 저런 대화를 하다가 자연스레 현재 미디어 아티스트로 활동하는 이들의 처우에 대해 이야기 하게 되었다. 지난 10년간 미디어아트의 표현과 연출 방식, 그리고 이것을 관람하는 방법은 급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더 많은 곳에서 그들을 필요로 하고 있고 언제나 새로운 형식을 요구한다. 그러나 전혀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면 이 분야의 작업을 하는 사람들에 대한 업계의 시선과 평가. 그의 말에 따르면, 여러 디자인 분야 중에서도 (이렇게 생각하고 싶지 않지만) '급'이 나뉘는데, 특히 영상 계통 디자인의 경우 타 디자인 분야 대비 평가가 낮은 편이라 자연스레 보수도 박하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영상을 다루는 디자이너조차 스스로 '이 정도면 됐지..'라고 생각하고 있어 업계의 전반적인 인식을 바꾸기가 어렵다고 걱정했다. "돌아보니 결국 선배들의 잘못이에요. 지금부터라도 바꾸려고요." 새로 진행하는 프로젝트 하나하나, 그들의 인식을 바꾸기 위해 더 고민하고 노력하고 생각한다는 그의 말을 들으며 나는 내가 속한 계급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나는 지금 어느 계급에 있을까. 나는 그처럼, 바꾸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을까. 아니, 나는 지금을 바꿀 생각이나 했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