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시험대는 생각보다 일찍 찾아왔다.
회사 사정으로 인해 계열사 이동에 대한 선택권이 생긴 것이다.
두 회사의 장점과 단점을 쭉 나열해 보니
우열을 가리기 힘들었다.
구(舊) 회사에 머무르고 싶은 마음이 조금 더 앞섰는데
힘들게 이직한 만큼 2년이라는 시간이
나를 검증하기에 조금 짧은 것 같았고
어려운 시간을 함께 이겨낸 팀원들과
한 해만 더 으쌰으쌰 하면
틀림없이 보상 받을 수 있을거라는 생각이 들었기 떄문이다.
그럼에도 떠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여성에 대한 복지'였다.
새 회사는 메인 계열사에 규모가 커서 안정적이고
여자들이 일하기 좋은 곳이라고 소문이 났을 정도인데
특히 임신/육아 제도가 탄탄하다.
임신 사실이 알려진 순간부터
시차근무와 정기 검진휴가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고
무엇보다 이 제도를 적극 활용하는 사람들이 많다 보니
눈치를 덜 보게 된다는 것이다.
(물론 남자 직원들도 마찬가지이다)
전에는 크게 관심이 없었던 복지 하나로
4번째 회사로 이동하게 된 것이다.
나는 개인적인 사정으로 임신 사실을 늦게 알리게 되어
상대적으로 혜택을 덜 누리게 되었지만
업무를 함에 있어서는 '임산부라 이런 점은 부당하네?' 하는 것 없이
편하게 일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