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할 일은 책 한 권을 완성하는 것이 아니다.
(소설가) 가스 그린웰은 <파리 리뷰>와 했던 인터뷰에서
자신의 장편 '너에게 속한 것'을 쓰다가 난관에 부딪혔다고 고백했다. 그때 그린웰은 자신의 글을 하찮은 것으로 여기고 나서야
부담감을 덜 수 있었다고 말했다. "종이 쪼가리나 영수증,
그런 데다가 글을 썼다. 내 글이 쓰레기처럼 가볍게 느껴져야만
써나갈 수 있을 것 같았다. 썼다가 마음에 안 들면 주저하지 않고
버릴 수 있어야 했다."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계속 써나가려면 이 글이 어떻게 되더라도 상관없는 척 자신을 속여야만 할 때도 있다.
글을 쓰는 데는 옳은 방법도 그른 방법도 없다. 그냥 계속 써나가면 된다.
걸음이 너무 느려서 완성이라는 끝이 도저히 머릿속에 그려지지 않더라도 묵묵히 써야 한다. 계속 쓰기만 한다면, 언젠가는 끝에 다다를 것이다. 한 번에 한 단어.
해야 할 일은 그게 전부다. 그것만으로 충분하다.
-'퇴고의 힘(맷 벨 지음)'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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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셀러 소설 작가 '맬 벨'이 쓴 <퇴고의 힘>에서는
제목 그대로 저자가 수년 동안 글을 쓰고 가르치며 터득한 원고 수정의 기술, 그리고 퇴고의 단계가 글쓰기에서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저자는, 소설을 쓰면서 겪었던 경험이나 노하우에 대해 주로 이야기하지만 꼭 소설이라는 장르에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창작의 괴로움, 글 쓰는 과정에서의 장애를 극복하고 결국엔 글을 완성해 낼 수 있는 마인드 셋 기술, 유명 작가들의 일하는 방법 등..
글을 쓰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꿀팁같은 정보들이 많이 들어있다.
나 또한, 소설과는 완전히 다른 장르인 영상 콘텐츠를 위한 글을
쓰는 사람이지만 하얀 모니터 앞에 앉아 깜빡이는 커서만 몇 시간째 보고 있는 날이 허다하고 마음에 들지 않는 초고를 부여잡고 머리를 쥐어뜯는 날이 수두룩하다. 때론 창작을 위한 글쓰기가 아닌 데도 한 문장을 제대로 시작하지 못 하는 나 자신을 마구 자책할 때가 있다.
사실 항상 깨닫는다.
처음부터 완벽한 글은 없다고. 수정 작업은, 더 좋은 결과물을 위한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이를 악물고 수정에 수정 또 수정을 거듭하는 일은 참 힘들지만
이 작업이 얼마나 중요한지 뼈저리게 잘 알고 있기에,
서점에서 <퇴고의 힘>이란 이 책의 제목을 보자마자 본능적으로 끌렸다.
(아직 반도 채 못 읽었지만) 이 책을 다 읽었다고 해서,
글 쓰는 일이 마법처럼 쉬워질 거란 큰 꿈을 꾸진 않는다.
대신, 지금보다는 창작의 고통을 좀 더 즐길 줄 아는 내가 되길
슬며시 기대해보며 또 한 페이지를 넘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