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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부터 내가 나를 ‘그냥 해파리’라고 지칭했다. 위 짤을 보고 난 이후부터 물살에 맞게 나를 좀더 부유하게 둬도 괜찮겠다는 생각에서였다. 그 전에 나는 굉장히 작은 회사만 다녔고, 상황도 그렇게 좋지는 않아서 항상 성장과 자기계발 등 능력을 키워야 한다는 강박이 심했다. 그 생각이 결국 나를 지배하며 내가 나 스스로를 정신적으로 또 신체적으로도 학대하고 있었다. 그렇게 몇 년을 치아가 마모되도록 이 악물며 살다가 문득, 작년 초 즈음에 심리적, 상황적 안정감이 생겨 돌아보았다. 그 순간이 나에게는 치히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주인공) 가 터널을 완전히 빠져나온 순간이었던듯 하다. 그때 나는 과거를 반추하며 내가 해결할 수 없고 결정할 수 없는 것에 너무 스트레스 받으며 나를 학대해왔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다고 과거를 마냥 부정적으로 보진 않는다. 그때의 내가 지금의 나를 만든 거고 나는 어쨌든 지금의 내가 그다지 혐오스럽지는 않으니까. 어쨌든 몇 해 전의 안쓰러운 나를 보며, 내가 아등바등해도 안 될 일은 안 되고 될 일은 된다는 만고의 진리와 욕심부리지 않고 그저 방향을 정해 매일매일 최선을 다하면 어느 순간 물살이 나를 양지 바른 곳으로 인도한다는 걸 깨달았다. 그 뒤로는 조금은 마음이 편안해졌다. 실은 구인 시장에선, 뚜렷한 목표와 골인점이 있고 그것을 향해 불도저처럼 나아가는 고래들이 더 인기가 많은 것처럼 보인다. 그렇지만 나는 평생 나와 평생 살아가야 하고, 그렇기에 내 평생의 반려인 나를 배려하면서 동시에 더 오래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힘과 욕심을 조금 빼고 해파리처럼 살아가기로 했다. 해파리, 인삼밭의 고구마, 그런 것들에 더 따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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