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같이 찾아온 기록들> 새 일기장을 펼치고 기록 챌린지를 시작하면서, 동시에 이전에 썼던 노트들을 다시 마주해 보았다. 채 삼개월도 쓰지 못한 다이어리, 잘못된 것을 곱씹고 곱씹다가 지쳐버린 흔적이 역력한 업무 기록장, 내가 이런 책도 읽었나 까마득한 독서 노트까지. 문구와 기록을 좋아하지만 지속가능한 습관까지는 쌓지 못했던 나의 흔적들이 곳곳에 남아 있었다. 대부분의 노트가 빈 공간 투성이었으나 그 작고 짧은 이야기들이 너무도 반갑게 느껴졌다. 지금은 세상을 떠난 반려견이 미용을 했는데 너무 예쁘다는 사소한 일상부터, 버지니아 울프의 책을 읽고나서는 나만의 공간을 지켜야겠다는 거창한 다짐까지. 놀라웠던 것은 새로운 업계로의 이직을 꽤 구체적으로 바라고, 글로도 남겼다는 사실이었다. 그 이직을 이룬(?) 지금 과거의 목표를 마주하면서, 과거의 나도 오늘의 나도 칭찬하고 싶어졌다 : ) 한편으로는 꾸준히 더 많은 것을 기록하고 공유했으면 하는 아쉬움도 그만큼 커졌다. 이런 든든한 감정과 갑작스럽게 찾아오는 응원을 기록의 선물이라고 하는 것일까? 언제 다시 마주할 지 모르는 오늘의 글들이, 언젠가의 나에게 다시 한 번 선물이 되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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