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하며 아이를 키우다 보면 혼자만의 일탈을 꿈꿀 때가 많다. 퇴근 길에 우연히 마주한 오색찬란한 노을에 마음을 빼앗겨 집과 정반대 방향에 있는 한강으로 향한다거나 산들바람이 코 끝에 닿으면 야외 테라스에 앉아 곱창에 입을 놀린다거나 지독히도 출근하기 싫은 날 남몰래 긴급 연차를 써서 어디든 떠난다든가 이런 사소한 것들 하지만 내 일상 루틴에 벗어나는 것들. 아이를 낳고 처음으로 일주일 넘게 떨어져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비록 병실이라 마음껏 활개치고 다닐 수는 없지만 그 동안 미뤄둔 밀린 책을 실컷 읽고 글을 쓰고 졸리면 자고 배고프면 먹고 최대한 느슨한 시간을 지나고 있다. 고대하기도 했던 시간 너머의 유영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지금 나는 아이가 너무 보고 싶다. 혼자 있고 싶으면서도 함께하고 싶은 마음 일하고 싶으면서도 놀고 싶은 마음 모순되는 마음 안에 부표 없이 이리저리 흔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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