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늘도 출근했다. 그리고 지금 퇴근했다. 빵집에 들러 사 온 블루베리 베이글을 전자레인지에 처넣은 후, 집에 놔둔 데스크탑 대용 노트북 앞에 옹송그리고 앉아 '평소 쓰는 글과 다른 글을 쓰고 싶어서'라고 챌린지에 적은 글줄을 떠올렸다. 그러자 스스로가 병신 같아 참을 수가 없었다. 평소 쓰는 글 따위 없기 때문이다. 아니다. 새해부터 쓰면 된다. 스스로를 합리화했다. 내 업무는 얼마 전까진 남의 일을 대신 해주는 것이었다. 누군가의 주장을 판사님이 이해하기 쉽도록 그럴듯한 근거를 찾아주고, 이를 법률적 용어로 '번안'해 주는 일이다. 자문의 경우 결이 조금 다르지만 결국 의뢰인의 이익에 복무한다. 결정은 내가 아니라 의뢰인이 한다는 점은 공통적이다. 부가가치를 얼마나 창출하느냐가 문제가 아니었다. 재미가 없었다. 그래서 전직했다. 그래봤자 회사 일이 다 남의 일이지만. photo: https://unsplash.com/ko/@kalvisua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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