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밝았다. 퇴사 후 애써 외면했던 백수 생활의 시작이기도 하다. 오늘 아침 눈을 뜨고 가장 먼저 내 머릿속에 떠오른건 39세, 서른 아홉이라는 내 새로운 나이었다. 새삼 아무렇지 않았던 숫자가 오늘따라 무겁게 마음에 내려앉았다. 그동안 1월 1일은 그저 수많은 하루 중 하나일 뿐이라 여겼는데 오늘따라 실감이 났다. 하지만 그러면 뭐하나. 이미 나는 회사를 떠났고 나이를 먹었다. 금새 정신을 차리고 드라마 <눈이 부시게>의 마지막 내레이션을 떠올리며 다시 다짐한다. 후회만 가득한 과거는 생각하지 말자. 이 모든 일은 이미 일어났고 벌어졌다. 불안하기만 한 미래는 미리 걱정하지 말자. 지금 당장, 그리고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것들 때문에 지금을 망치지 말자. 오직 내가 직접 결정하고, 행동할 수 있는 것은 오늘 뿐이다. 아니, 지금뿐이다. 지금 내가 하는 것들에 최선을 다하고 성실하게 실행하자. 만일 또 이러한 다짐이 무너질때면 다시 이동진 평론가의 '하루하루는 최선을 다해서, 인생 전체는 되는대로' 라는 신조와 키크니 작가의 '해보는데까지 해보겠지만 안되면 안하겠다'라는 다짐을 떠올리자. 언제나 최선을 다하되, 내가 어쩔 수 없는 일들은 받아들이자. 그리고 다시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자. 1월에는 내가 무얼 좋아하는지 열심히 찾아보자. 그것이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오늘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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