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물, 생석회와 함께 로만 콘크리트의 내구성을 높인 주요 재료는 무엇일까?” 지난 주말, 채널A <브레인 아카데미> 재방송에서 나온 퀴즈다. 다양한 오답이 오가는 가운데 배우 윤소희 씨가 조심스럽게 외쳤다. “화산재?” 정답이었다. 놀라웠다. 2천 년을 버틴 고대 로마 건축물의 내구성이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철근이나 벽돌이 아닌 바닷물과 화산재, 석회라는 조합에서 비롯되었다니 말이다. MIT 연구팀의 분석에 따르면 로마 콘크리트의 진짜 비결은 의도된 불균형(석회 쇄설암)과 고온 반응성 설계였다. 이 독특한 구조 덕분에 콘크리트는 스스로 균열을 복원하는 ‘자기 치유’ 능력을 가졌고, 수천 년이 지나도록 구조적 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었다. 공학을 전공했지만, 사실 건축에 대한 전문 지식은 많지 않다. 아이러니하게도 지금은 조직문화 담당자로 일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화산재와 석회로 단단해진 구조를 보며 기술이 아닌 ‘조직’이라는 시스템으로 이 장면을 다시 보게 됐다. “이 회복력, 조직에도 적용 가능하지 않을까?” <불완전함을 끌어안는 제도> 고대 로마의 콘크리트에는 얼핏 보기엔 조잡하거나 미완성처럼 보이는 석회 쇄설암이 일부러 포함되어 있었다. 하지만 이 ‘불완전함’이야말로 콘크리트가 스스로 복원하고 오래도록 버틸 수 있었던 이유였다. 조직도 마찬가지다. 완벽한 사람들, 완벽한 팀만 모은다고 해서 지속가능한 조직이 되는 건 아니다. 오히려 서로의 다름, 때로는 실패와 불협화음을 감싸 안으며 함께 반응하고 복원해나가는 구조, 즉 회복탄력성이 조직을 진짜 강하게 만든다. <조직문화 담당자의 시선으로 본 '자기복원 조직'> 조직문화를 설계하는 우리는 이제 ‘강함’보다 ‘유연함’에 내구성을 두어야 한다. 이를 위해 필요한 두 가지 구조적 접근은 다음과 같다. 심리적 안전감이라는 석회 쇄설암 로마 콘크리트 속 석회 쇄설암처럼 심리적 안전감은 겉보기에 미완성처럼 느껴질 수 있다. 갈등이 생기기도 하고, 소신 있는 의견이 불편하게 다가올 수도 있다. 하지만 바로 이 안전망이 있기에 조직은 작은 균열을 스스로 메울 수 있는 힘을 갖게 된다. 구글의 아리스토텔레스 프로젝트 역시 최고의 팀이 가진 공통점으로 심리적 안전감을 꼽았다. 리플렉션 제도라는 고온 반응 로마 콘크리트는 고온의 반응을 통해 빠르게 굳고 단단해졌다. 조직 역시 마찬가지다. 바쁘게 돌아가는 일상 속에서도 잠시 멈춰 돌아보는 시간, 즉 ‘리플렉션’이 필요하다. 정기적인 회고 워크숍, 원온원 미팅, 팀 회의 속 짧은 대화 하나까지 이런 순간들이 조직 내 ‘치유의 메커니즘’을 작동시킨다. <시간의 풍화도 견디는 조직문화> 요즘 나는 빠르게 변화하고, 무언가를 성과로 만들어내는 것에 몰두하고 있다. 그러나 고대 로마가 전해주는 교훈은 단순하다. 빠르게 굳는 것보다 오래 살아남는 것이 더 중요하다. 조직에 ‘정답’은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매일의 경험 속에서 '해답’을 찾아갈 수 있다. 로만 콘크리트처럼 사람도 조직도 작은 불완전함을 품고, 함께 반응하며 복원할 수 있는 구조를 가질 때 비로소 진짜 단단해진다. 그런 조직은 시간이 지나도 무너지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