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을 둘러보면, 성장에 목마른 주니어들이 참 많습니다. 하지만 이전 원티드 글에서도 이야기했듯, 성장은 꾸준함과 방향성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득, ‘나는 지금 제자리걸음 중이 아닐까’ 하는 불안이 불쑥불쑥 찾아오곤 하지요. 그럴 때면, 어느덧 3년 전이 되어버린 제 신입 시절의 글을 꺼내 읽으며 마음을 다잡습니다. 아래는 신입 때 제가 남겼던 글의 한 토막입니다. 이 글이 누군가에게도 작은 위로가 되길 바라며 이곳에 함께 나눠봅니다 :) 사실 저는 처음부터 인사 직무를 커리어로 생각하진 않았습니다. 전혀 다른 길인 교양 프로그램 PD를 꿈꾸었으니까요. 그러다 우연히 인사 담당자의 길을 걷게 되었고, 그 안에서 지식적인 부족함과 갈증을 자주 느꼈습니다. 인사 직무를 준비하는 취업준비생들은 관련 스터디도 많이 하던데, 저는 그런 준비조차 해보지 못했거든요. 채용절차법이나 근로기준법도 완벽히 알고 있는 것은 아니었고요. 그 부족함은 구성원들의 문의를 응대할 때 더 또렷하게 드러났습니다. 구성원들은 저를 '채용 담당자'이자, 동시에 '인사팀'으로 인식하곤 했습니다. 그래서 채용 외에도 근태, 평가, 보상, 복리후생 등 인사 전반에 대한 질문을 받게 되었습니다. 가끔은 육아휴직이나 대출지원과 관련된 문의도 있었고요. 그럴 때마다 능숙하게 답하고 싶었지만, 잘 알지 못하니 결국 찾아보고, 다른 사람에게 묻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부족한 제 모습에 자주 마음이 무거워졌습니다. ‘적어도 1인분은 해내고 싶다’는 마음, 그리고 그 이상을 보여주고 싶다는 욕심은 점점 커졌습니다. 하지만 기대와는 달리 제 모습이 초라하게 느껴질 때면, 자격증 공부를 시작하거나 인사 관련 아티클을 찾아 읽는 등 단발성의 반짝이는 노력들을 이어가곤 했습니다. 불안함이 그런 행동의 원동력이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급하게 쌓은 지식은 쉽게 휘발되기 마련이었습니다. 흩어지는 내용을 자각할 때마다 아깝고, 또 초조해졌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이런 조급함은 결국 ‘인정받고 싶은 마음’에서 비롯된 건 아닐까 싶습니다. 인턴 때보다 더 잘하고 싶다는 다짐, 회사에 꼭 필요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욕심이 부담으로 이어졌던 것이죠. 그래서인지, 실패를 곧 ‘내 존재와 쓸모에 대한 부정’처럼 느끼고 있었고, 조급한 마음에 부족함을 숨기고 무작정 채워나가려 했던 것 같습니다. 이런 마음을, 입사한 지 세 달쯤 되었을 무렵 팀장님께 조심스레 털어놓은 적이 있습니다. 그때 팀장님께서 해주신 말씀이 조급했던 저에게 큰 위로가 되었고, 지금까지도 저의 방향이 되어주고 있습니다. “조급할 수 있겠지만, 그렇다고 바로 내 것이 되지는 않더라고요. 그냥 꾸준히, 잡지 보듯 글을 읽고 관심을 가지다 보면, 언젠가 불쑥 생각나는 순간이 와요. 그럴 때 진짜 내 것이 되는 거예요. 그러니 조급해하지 말고 차근차근 읽고 보고 듣는 게 중요해요. 그래도 마음이 불안하다면, 중장기적인 목표를 세워보는 건 어때요? 예를 들어 1년 차에는 이 정도는 할 줄 알아야지, 이런 모습이 되어야지 하는 식으로요.” 그제야 저는 제가 얼마나 조급했는지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지식이 내 것이 되고, 단단해지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었던 거죠. 저는 그저 불안한 마음에 앞만 보고 달리고 있었던 겁니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저는 여전히 불안합니다. 하지만 이제는 그 불안을 조금은 다르게 마주하려 합니다. 공부하는 과정도, 내가 한 일을 돌아보며 앞으로를 그려보는 시간도, 그리고 그 모든 순간을 이렇게 기록으로 남기는 일도 — 비록 느려 보여도 — 결국은 나를 성장시키는 자양분이 될 거라고 믿습니다. ‘단단해지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말을 떠올리며, 어쩌면 저는 조급함과 욕심 때문에 오히려 꾸준함과 성실함을 놓치고 있었던 건 아닐까 반성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