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2'**에서 차은재 역을 맡은 이성경은 수술 울렁증이 있는 인물이었지만, 자신을 포기했던 다른 의사의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치며 ** '코이의 법칙'**을 언급한다. '코이의 법칙'이란 무엇일까? 비단잉어의 하나인 코이는 작은 어항에서 5-8cm, 수족관에서 15-25cm, 연못에서 25-50cm, 그리고 큰 강에서는 최대 120cm까지 자랄 수 있다. 이는 코이에게 성장 억제 호르몬이 존재하며, 환경의 크기가 성장의 한계를 규정한다는 의미인데, 사람도 마찬가지로** 주어진 환경에 따라 성장의 속도와 크기는 달라질 수 있다.** 나는 이 법칙을 주변에 소개하고, 성장 환경 조성이 필요한 리더십 교육에서 자주 언급한다. 13년차 HRD로 성장하면서 다양한 조직 구성원과 상사를 경험했는데, 구성원의 성장을 도와주었던 몇 가지 공통점을 소개하고자 한다. ※ 개인적인 경험과 사례를 기반으로 한 이야기로 타인의 기준과 다를 수 있습니다. ① 성장의 부스터, '지지의 언어' 글로벌 기업의 오픈 멤버로 합류했던 경험이 있다. 외국인 직원들과 함께 일하며 외국어 이메일을 주고받고, 글로벌 본사와 소통하는 일이 잦았지만, 우리 팀에서 영어를 가장 못했던 나는 자주 주눅이 들곤 했다. 그런 나를 성장하게 만든 건 동료들과 함께하는 정기적인 영어 스터디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동료와 상사의 끊임없는 지지의 말**이었다. “처음보다 많이 늘었어요!” “이메일 저보다 잘 쓰시는걸요!” 그 말 한마디가 내 안의 성장 엔진을 작동시켰고,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열망으로 스스로를 움직이게 했다. 나는 MBTI에서 감정과 언어에 민감한 'F 유형'이다. 그래서였을까. 누군가의 따뜻한 말 한 줄은 나에게 가장 강력한 '**성장 부스터'**였다. ② 신뢰에서 시작되는 '권한 위임' 나의 상사는 늘 한발 뒤에서 적절한 권한을 위임을 해주었다. 업무를 시작할 때는 정확한 방향성을 제시해 주었고, 우리가 요청하기 전까지는 개입하지 않았다. 프로젝트 진행 시 중간중간 의견을 주되, 언제나 우리의 결정을 존중해 주었다. 가끔 이메일 승인 요청을 올리면 거의 실시간으로 승인을 해줄 때도 있었다. 처음엔 “이거 진짜 괜찮은 건가?” 하고 불안했지만, 곧 그 빠른 승인의 본질이 ‘신뢰’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 신뢰 덕분에 우리는 교육 프로그램이나 이벤트를 기획할 때 오너십을 갖고 R&R을 나누고, 실행력 있게 움직일 수 있었다. 신뢰는 구성원을 움직이는 가장 강력한 동력 중 하나였다. ③ 구성원들의 마음을 붙잡는, '공평한 기회' 조직에서 구성원들에게 기회가 공평하게 주어지지 않을 때, 소외된 구성원은 두 가지 선택을 한다. 하나는 회사를 떠나는 것. 다른 하나는 마음만 떠나 조용히 ‘주어진 일만 하는 모드’로 전환하며 삶의 의미를 다른 곳에서 찾고자 하는 것. 우리는 이것을 ‘조용한 퇴사’라 부르기도 한다. 내가 만났던 상사는 조직 구성원들의 소속감과 안정감을 위해 역할 분배에 섬세하게 신경을 썼다. 물론 구성원들의 역량과 속도는 다르기에 리더의 고민도 클 수밖에 없다. 하지만 기회의 형평성을 유지하는 것은 리더의 가장 중요한 책임 중 하나다. 어떤 리더는 역할 분배에 전혀 관여하지 않기도 한다. 이 경우 같은 직급에서 업무 지시가 이루어지면서 구성원 간 갈등이 생기거나, ‘일을 도맡는 사람’과 ‘일을 피하는 사람’ 간의 불균형이 심화되어 결국 팀 전체 분위기를 저해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조직의 분위기를 결정짓는 데 있어 리더의 리더십 스타일은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 전에 근무했던 부서의 리더는 구성원들과의 정기적인 1:1 미팅은 물론, 개인적인 대화도 자연스럽게 오갔고, 구성원 간 유대감을 높이기 위한 자발적인 회식도 잦았다. 그렇게 심리적으로 안정된 분위기가 유지되다 보니 구성원들의 장기근속으로도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앞으로 얼마나 더 다양한 회사를 경험하게 될지는 모르지만, 나는 좋은 상사와 동료들을 만날 때마다 '나도 좋은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다짐을 하곤 한다. 그리고 많은 직장인들에게 묻고 싶다. 현재 근무하는 조직은, 나에게 어항 or 수족관 or 연못 or 강 중 어디에 속하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