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팀은 왜 늘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올까?

“그 팀은 왜 늘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오지?” 직장 생활을 하다 보면 어느 순간, 이런 질문을 하게 될 때가 있다. 비슷한 자원을 쓰고, 비슷한 조건에서 일하는데도 유독 어떤 팀은 늘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문제를 다르게 보고’, ‘성과를 만들어낸다’. 조직의 크기나 사람의 수보다 중요한 것은 결국, ‘어떤 방식으로 일하고 있느냐’ 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리더의 철학’이 있다. 특히 오늘날처럼 복잡하고 빠르게 변하는 환경에서는, 구성원을 자율적이고 창의적인 태도로 이끄는 리더십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 창의성은 ‘내 안에서’ 나올 때 지속된다 우리는 흔히 동기를 보상으로부터 찾곤 한다. 급여, 성과급, 승진. 이런 "외재적 동기"는 즉각적인 행동을 유도하긴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오히려 창의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 반복되는 성과 압박은 안전한 선택만을 유도하고, 실험정신이나 도전은 설 자리를 잃게 만든다. 반면, "내재적 동기"는 스스로의 흥미, 가치 판단, 의미 추구에서 나오는 힘이다. “이 문제를 내가 한번 해결해보고 싶다”는 마음. “이 일은 내 이름을 걸고 해보고 싶다”는 책임감. 이런 동기가 작동할 때 사람은 몰입하고, 창의적인 시도를 하게 된다. 실제로 심리학자인 Deci는 “자율성, 유능감, 관계성”이라는 세 가지 심리 욕구가 충족될 때 가장 지속적이고 건강한 동기가 생긴다고 주장한다. 이는 단순히 심리학 이론이 아니라, 기업 현장에서 반복적으로 검증되고 있는 원리이기도 하다. ★ 경험에서 본 창의적인 사람들 심리학자 에이미 에드먼슨(Amy Edmondson)은 하버드 경영대학원 연구에서 ‘심리적 안전감’이 높은 팀이 더 많은 실수를 보고하지만, 결과적으로 더 나은 성과를 만든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 이유는 명확했다. 실수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아이디어를 숨기지 않는 분위기가 창의적 시도를 가능하게 한다는 것이 주요한 주장이었다. 이는 국내 모 통신사의 마케팅 부서에서 실제로도 확인된 바 있다. 실험적으로 실시한 ‘실패 회고 데이’를 통해 예상보다 훨씬 많은 팀원들이 신제품 아이디어를 자유롭게 제안했고, 이 중 두 건은 실제 제품화까지 이어졌다. 창의성은 용기가 아니라, 용기를 끌어낼 수 있는 환경에서 비롯된다. ★ 국내 혁신 기업에서 찾은 4가지 리더십 전략 KMA Leaders Forum에서 '고려대학교 심리학부 박귀현 교수'는 창의성과 몰입을 끌어내기 위한 리더십 전략으로 자율성 부여, 유능감 향상, 소속감 강화, 소통 촉진을 강조한다. 이 네 가지를 실제로 잘 실천하고 있는 국내 기업 사례를 통해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1. 자율성 부여 – 카카오의 ‘워크레벨제’와 셀 문화 카카오는 직급 대신 워크레벨제를 운영한다. 직책이 아닌 역할 중심으로 일하고, 프로젝트 단위로 조직을 유연하게 편성한다. 수평적 문화 속에서 구성원은 누구나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며, 본인의 의견을 제안할 수 있다. 특히 인상적인 건 ‘셀’ 단위로 운영되는 조직 구조다. 각 셀은 일정 자율권을 가지고 자체 목표를 설정하고 추진한다. 어느 정도 성과를 내는 셀은 독립 법인처럼 분사하기도 한다. 실제로 카카오페이지, 카카오게임즈 같은 법인들이 그렇게 시작되었다. ‘스스로 정하고, 스스로 책임지는’ 환경이 창의성을 자극한 결과다. 2. 유능감 향상 – LG CNS의 ‘D-커리어’ 시스템 LG CNS는 구성원의 역량 향상을 위해 ‘D-Career’라는 디지털 커리어 성장 플랫폼을 구축했다. AI, 클라우드, 데이터 등 미래 IT 분야에 대한 역량을 스스로 진단하고, 학습 루트를 설계할 수 있도록 했다. 구성원 스스로 “내가 어떤 기술을 얼마나 알고 있고, 무엇을 더 배워야 하는지”를 인식하게 만드는 구조다. 특히, 기술 자격을 취득하거나 과제를 수행하면 사내 보상과 연계되는 구조로 유능감이 구체적인 성취감으로 연결된다. ‘성장하고 있다’는 체감은 자기효능감의 중요한 자극제가 된다. 3. 소속감 강화 – 배달의민족(우아한형제들)의 문화 코어 배달의민족은 인사 원칙을 ‘사람을 남기자’로 정했다. 구성원이 회사를 떠난 뒤에도 ‘좋은 사람,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으로 기억되기를 바라는 것이다. 이 철학은 자연스럽게 내부 관계에 대한 존중, 신뢰 중심의 문화로 연결되었다. 정기적으로 열리는 ‘우아톡’이라는 사내 소통 프로그램에서는 누구든지 대표에게 직접 질문하고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 또한 구성원들은 퇴사 전 ‘에필로그’를 작성하는데, 이 또한 서로에 대한 존중과 연결감의 표현이다. 소속감이 창의성의 자양분이 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사례다. 4. 소통 촉진 – 아모레퍼시픽의 ‘오픈랩(Open Lab)’ 문화 아모레퍼시픽은 제품 기획 초기 단계부터 디자이너, 마케터, 엔지니어, 심지어 고객까지 참여하는 ‘오픈랩(Open Lab)’을 운영한다. 다양한 직군과 시각이 혼재된 이 과정에서 초기 아이디어가 발전되고,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제품이 변화하기도 한다. 이런 구조는 단순한 협업을 넘어서 ‘창의적 충돌’을 유도한다. 서로 다른 언어를 쓰는 직군들이 함께 문제를 정의하고 풀어가는 과정은 때론 비효율적으로 보이지만, 결국 차별화된 결과물로 이어진다. 진짜 혁신은 이렇게 충돌하는 순간에서 나오는 경우가 많다. ☆☆ 결론 – 리더는 ‘점화자’가 되어야 한다 결국, 팀의 창의성은 ‘몇 명의 천재’가 아니라, ‘환경’이 만든다. 그리고 그 환경을 만드는 사람은 리더다. 자율성을 부여하고, 성장 기회를 제시하며, 팀원 간 신뢰를 조성하고, 열린 소통을 장려하는 리더는 단순한 관리자(administrator)가 아니라, ‘점화자(igniter)’라고 생각한다. 불씨는 팀원 안에 이미 존재한다. 리더의 역할은 그 불씨가 꺼지지 않도록 바람을 막고, 때로는 불꽃이 되도록 불을 지펴주는 것이다. 기업의 경쟁력이 결국 사람이라면, 사람의 경쟁력은 그가 ‘어떤 동기로 움직이고 있느냐’에 달려 있다. 창의적인 조직, 자율적인 팀, 몰입하는 구성원을 원한다면, 우리는 이제 동기의 구조부터 다시 바라봐야 하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