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어느 날, 미래의 호날두, 메시를 꿈꾸는 다양한 문화적 배경의 친구들과 함께 축구 경기를 가졌습니다. 겉모습은 조금 달랐지만, 이 친구들은 한국에서 초, 중, 고등학교를 다니며 한국어를 매우 유창하게 구사했습니다. 특히 유창한 한국어를 구사하는, 히잡을 쓴 마리아의 모습은 외국 생활 경험이 있는 저에게도 신선하게 다가왔습니다. 지난달 속초 중앙시장의 유명 분식집에서는 유창한 한국어와 사투리로 손님을 맞는 베트남 출신 직원과, 그녀의 지시에 따라 음식을 만들고 서빙하는 여러 베트남 직원들을 만났습니다. 이러한 모습은 더 이상 낯선 풍경이 아닙니다. 최근 몇 년간 한국 사회는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는 공간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동남아시아 이주민 가정의 자녀들, 학업이나 일을 위해 정착한 외국인들, 정부의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입국한 필리핀 가사도우미들, 국제결혼 이민자들, 그리고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이 정착한 난민들까지. 이제 우리는 그들의 2세, 3세대가 우리 사회의 일원이 될 미래를 준비해야 합니다. 특히 저출산으로 인한 노동력 부족 문제는 다문화 사회로의 전환을 피할 수 없는 현실로 만들고 있으며, 이는 곧 우리 기업들이 마주할 미래 인력 구성의 변화를 예고합니다. "다양성은 단순한 사회적 의무가 아니라 기업의 혁신과 성장을 위한 필수 요소입니다. 축구장에서 서로 다른 배경의 선수들이 함께 어울리며 더 강한 팀을 만들듯, 기업에서도 다양한 관점과 경험이 모여 더 큰 가치를 창출합니다." - 글로벌 다양성 연구, 맥킨지 2023 이러한 다양성은 기업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지만, 준비되지 않은 조직에게는 예상치 못한 어려움을 안겨주기도 합니다. 제가 예전에 근무했던 한 스타트업의 경험이 떠오릅니다. 약 20개 국적의 직원들이 함께 일하던 곳이었는데, 어느 날 관리사무실에서 다급한 연락을 받았습니다. "혹시 체육대회라도 하셨나요? 외국인 직원 여덟 분이 나란히 서서 발을 씻고 있다는 민원이 들어왔습니다." 순간 당황스러움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처음에는 그들의 행동이 낯설고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나중에 그들과 소통하며 알게 된 사실은, 그것이 이슬람교도들이 기도 전에 행하는 '우두(Wudu)'라는 정결 의식이며, 매일 특정 시간에 회의실을 예약했던 이유는 기도 방향인 메카와 가장 가깝기 때문이라는 것이었습니다. 대기업 중에는 무슬림 직원들을 위한 기도실이나 세족 시설을 마련한 곳도 있지만, 많은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은 이러한 준비가 부족한 것이 현실입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시설 이전에 서로의 문화를 이해하려는 노력과 소통입니다. 단순히 시설 부족의 문제가 아니라, 문화적 배경에 대한 이해 부족이 오해와 불편을 야기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였습니다. 오늘 축구장에서 만난 아이들, 식당에서 본 청년들이 몇 년 후 우리 기업의 문을 두드릴 것입니다. 그들의 유창한 한국어 실력은 더 이상 그들이 '이방인'이 아님을 보여줍니다. 우리는 그들을 어떻게 맞이해야 할까요? 제대로 준비하지 않는다면, 우리도 모르게 문화적 차이를 간과하거나 편견 어린 시선으로 대하게 될 위험은 없을까요? 기업과 사회가 이러한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비하기 위해 HR은 다음과 같은 역할을 선제적으로 수행해야 합니다. 1. 상호 문화 이해 증진: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직원들이 서로 존중하고 협력할 수 있도록 문화 다양성 교육을 정기적으로 실시해야 합니다. 무의식적인 편견 해소 및 효과적인 이문화(異文化) 소통 방법에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2. 포용적인 인프라 구축: 물리적 환경도 중요합니다. 무슬림 직원을 위한 기도 공간 확보(조용한 회의실 지정 등 유연한 방식 포함), 종교 의례를 위한 세족 공간 마련(화장실 내 시설 개선 등 고려),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직원들이 편안하게 느낄 수 있는 다목적 휴게 공간 조성 등을 검토해야 합니다. 3. 언어 장벽 해소 지원: 유창한 한국어 구사자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직원들을 위해 언어 지원 시스템을 마련해야 합니다. 한국어 교육 지원, 중요 사내 공지 및 문서의 다국어 번역 제공, 필요시 통역 지원 등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4. 공정하고 유연한 정책 수립: 모든 직원이 공정하게 대우받는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명확한 차별 금지 정책을 수립하고 적극적으로 알려야 하며, 다양한 종교적/문화적 기념일을 고려한 유연한 휴가 제도, 다양한 식단 옵션 제공(할랄, 비건 등) 등을 검토해야 합니다. 5. 적응 지원 시스템 강화: 새로운 환경에 대한 적응을 돕는 프로그램이 필요합니다. 멘토링 제도를 통해 기존 직원과 신규 외국인 직원을 연결해주거나, 직원 리소스 그룹(ERG) 활동을 지원하여 소속감과 유대감을 높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신규 입사자 온보딩 과정에서 문화적 측면을 고려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다양성은 선택이 아닌 필수 결국, 다양성과 포용은 단순히 시설을 갖추는 문제를 넘어, 모든 직원이 존중받고 소속감을 느끼며 자신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기업 문화를 만드는 것이 핵심입니다. 처음 언급했던 축구 경기처럼, 서로 다른 배경과 강점을 가진 사람들이 하나의 목표를 향해 협력할 때 우리는 예상치 못한 시너지와 창의성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기업 역시 이러한 다양성의 힘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때 더욱 혁신적이고 경쟁력 있는 조직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다양성은 더 이상 선택 사항이 아닌, 기업의 생존과 성장을 위한 필수 조건입니다. 변화하는 글로벌 환경과 한국 사회 속에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루기 위해, 다양한 인재들이 마음껏 역량을 펼칠 수 있는 포용적인 환경을 구축하는 것은 미래 HR의 가장 중요한 과제가 될 것입니다. Photo by 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