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RD담당자는 학습을 이끌기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HRD담당자들이 교육과정을 준비하는 모습을 보면 종합예술이라고 불러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장기간 진행하는 대규모 신입사원 합숙교육이라도 준비하다 보면 내가 교육담당자인건지, 이벤트회사 담당자인건지, 다과를 중간유통하는 도매상인건지 정체성이 모호해지는 경우들도 있을 것이다. 오죽하면 주변의 HRD 담당자들은 결혼을 준비할 때 하나같이 체크리스트를 만들고 있더라. 결혼식 영상을 직접 만드는 사람도 꽤 자주 본다. 직업병이 따로 없다.
하지만 그렇게 열심히 준비한 교육과정에 대해 막상 교육생들은 뜨뜻미지근한 반응이거나, 참여를 제대로 하지 않아서 속상한 경험이 발생하게 된다. 신입사원 대상 교육은 그나마 신입사원 입장에서는 모든 것이 흥미롭고 재미있는 시기이다 보니 반응과 호응도가 높은 편이라서, 육체적으로는 정말 힘들지만 HRD담당자로서 보람을 많이 느낄 수는 있다. 하지만 재직 중인 직원들 교육은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 일단 교육장까지 데리고 오는 것부터가 쉽지 않고, 몸은 교육장에 와 있지만 유체이탈 상태로 참여하는 직원들도 많이 보게 된다. 특히 본인이 신청하지 않은 교육, 회사에서 교육에 참여하라고 해서 왜 하는지도 잘 모르는 채로 시작되는 교육일수록 그럴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렇다면 HRD담당자는 교육생들의 학습을 어떻게 이끌어 내야 하는가? 신청 중심 교육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할 것인가? 실제로 과거 대비 신청 기반 교육은 많은 회사에서 점점 늘어나고 있는 추세인 것 같다. 하지만 HRD담당자들의 가장 중요한 고객이자 메인 스폰서인 회사에서는 여전히 특정 시점(승진, 직책 보임 등)에 회사 관점에서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교육을 요구한다. 신임 팀장 교육이 아예 없으면 모르겠지만, 운영을 한다면 신청자만 데리고 가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본 글은 회사 Needs가 보다 큰 교육에 대해 HRD담당자는 무엇을 챙기면 좋을지에 대해 개인적인 경험을 기반으로 정리해보고자 한다.
① 우선 기본에 충실하자
너무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교육 컨텐츠와 강사들을 잘 준비해야 한다. 그리고 교육형태가 어떻게 되는지, 장소는 어딘지, 교육 기간은 얼마나 되는지 등에 따라 운영 상에서 필요한 점들을 잘 챙기고 교육생에게 필요한 안내를 적절히 해야 한다. 표준적인 체크리스트를 기반으로 과정 성격에 따라 수정하여 필요한 시점마다 체크하고 필요한 사항이 누락되지 않도록 잘 챙기는 것이 필요하겠다. 개인적으로는 교육내용/강사, 교육생, 강의장 3가지 대분류를 바탕으로 마인드맵을 통해서 과정별 체크리스트를 만드는 편이다. 이러한 기본을 잘 챙기고 잘 준비하는 것이 일종의 'Pull' 전략이 될 수 있겠다. 본 항목은 HRD담당자 모두가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을 만큼, 상세한 언급은 본 글에서는 하지 않고자 한다. 그보다는 소위 '운영'이라고 부르는 영역에서 HRD담당자들이 컨트롤해야 하는 요소를 찾아보고자 한다.
② 조직 내 영향력의 구조를 이해하고 활용하라 (feat. 상사를 공략하라)
많은 교육생들은 일 때문에 교육에 집중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보통 직급이나 직책이 올라갈수록 그런 경향이 강하다. 특히 직책자 대상으로 Full day 교육을 하게 되면 허구한 날 전화받기 일쑤다. (사실 참석이라도 하면 다행이다) 임원 대상으로 교육을 하다 보면 분명 교육생인데 자신이 주관해야 하는 회의가 있다고 갑자기 사라지기도 하고, 대표이사 주관 회의가 있다고교육에 빠지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기도 한다.
이는 결국 교육생들의 근심이 해결되지 않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들이다. 자신이 처리해야만 하는 고객과의 중요한 약속이 있는 경우에는 어쩔 수 없겠지만, 단순히 보고가 지연된다거나 으레 모두가 참석을 해야만 하는 회의 등은 교육에 참여하는 직원에게 상사가 한 마디 해주기만 하면 상당부분 근심이 해소된다.
"교육이 2일이랬나? 준비하고 있는 보고는 갔다 와서 해도 크게 늦지 않을 것 같으니까 교육 잘 받고 오세요." 혹은 "정기 회의는 굳이 김 팀장이 참석할 필요 없고, 차석이 누군가요? 이 책임이 참석하면 될 것 같으니까 이 책임한테 필요한 것 알려주고 김 팀장은 교육 받고 오세요." 이런 말을 듣고 참석하는 교육생은 아무래도 HRD담당자가 준비한 'Pull 전략'에 동조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 어떤 측면에서는 당연하겠지만 - 아무런 Input이 없는 상황에서 이런 말을 해주는 상사는 거의 없다. (혹시라도 있으면 그 사람은 HRD담당자 입장에서는 귀인이니 항상 귀하게 모셔야 한다.) 교육생 규모가 많지 않으면 직접 찾아뵙고 협조를 요청드리면 가장 좋고, 규모가 많은 상황이면 상사들을 타겟으로 한 메일을 발송하자. 메일을 발송할 때에는 교육이 왜 필요하고, 왜 중요한지에 대한 설득과 함께 가급적이면 어떻게 해 달라는 How to를 명확하게 써 주는 게 도움이 된다. 처음이면 어색할 수도 있고 시간이 많이 걸린다고 망설여질 수도 있겠지만, 교육을 무사히 진행시키는 것만이 목적이 아니라 회사에서 교육생들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정확하게 전달하여 조직 내 변화가 일어나길 원한다면 잘 준비한 교육 컨텐츠나 강사 못지 않게 중요한 행위라고 생각한다.
**조직 위계가 강한 상황이면 자신의 팀장이나 임원을 설득**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개인적인 경험 중, 팀에서 그룹 내 전체 임원들을 대상으로 처음 실시하는 4시간짜리 워크숍을 준비한 적이 있었다. 담당자가 안내 메일을 보내고 준비를 열심히 하고 있었지만 참석 대상들이 인지조차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상황들이 일부 감지가 되었다. 이에 1차수가 시작되기 1주일 전에 그룹 최고인사책임자(CHRO)에게 보고를 드리고 메일 문구도 사전에 작성하여 컨펌을 받은 후 CHRO명의로 참석 대상자 전원 수신 + 각 계열사 대표이사를 참조에 넣고 워크숍을 왜 하는지, 왜 필요한지를 설명하는 메일을 보낸 적이 있었다. 메일을 보내자 마자 그 전까지 아무 반응이 없었던 임원들이 난리가 났다. 일정들을 확인하면서 차수 조정해달라는 문의가 갑자기 빗발치기 시작했고, 해당 워크숍은 98%라는 경이적인 참석률을 기록하였다.
③ 조 편성 또한 학습 설계다
학습 조를 어떻게 구성할 것인지는 정말 중요하다. 지식 전달에 포커스 되어 있는 교육은 학습 그룹을 형성하지 않는 경우도 종종 있어서 신경을 덜 써도 되긴 하지만, 인식이나 행동 변화를 목적으로 하는 교육에서는 교육 컨텐츠 설계나 강사를 선정하는 것 못지 않게 중요하다. 특히 이는 경험이 많은 교육생 위주의 교육일 경우(연차가 높은 교육생 대상 교육) 더욱 더 그러하다. 성인학습자의 특성 제 2원칙 혹은 제 3원칙에 항상 등장하는 것과 같이 성인학습자들은 자신의 경험을 기반으로 학습하기 때문이다.
팀장 대상 교육을 상정해 보면 학습자들은 크게 세가지 정도의 상황에 처해 있다. 예를 들어 코칭/피드백 교육을 진행하는데, 1) 코칭/피드백이 왜 중요한지를 모르고 관심이 없음 2) 코칭/피드백이 중요한 건 알겠는데 해본 적이 없어서 어색하고, 조직 업무 상황이 새로운 시도를 하기에 여의치 않음 3) 난 너무너무 하고 싶은데 How to를 몰라서 이번에 제대로 배우고 싶음. 정도로 구분할 수 있겠다. 이 중에서 많은 교육생들은 2)의 상황에 처해 있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1)도 간혹 있긴 하지만, 교육이 잘 구조화되어 있다면 초기에 마인드셋을 충분히 가져갈 수 있을 것이고, 3)의 경우는 정말 있다면 아마 알아서 책을 보고 공부하고 있던가 유튜브에서 강의를 찾아보고 있을 것이다. 결국 대부분은 2)의 상황에 놓이게 된다.
이 상황에 처한 교육생들이 '내가 처한 상황상, 환경상 어쩔 수 없어'라는 생각을 극복하기 위한 첫 번째 단계는 나만 그런 상황에 처해 있지 않다라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다. 최대한 비슷한 경험을 갖고 있는 사람들을 같은 학습그룹으로 묶어주고 나 혼자 힘들고 어려운 게 아니라는 점을 깨닫게 해줄 필요가 있다. 반대 급부에서 주의해야 할 점은, 학습 그룹 내에서 교육생의 본능적인 자기방어기제가 작동할 여지는 최소화하는 게 좋다. "저 팀장은 소속 조직의 위계 자체가 다르구만", "난 기술직 직원들 관리하는 게 어려운데, 저 사람은 사무직들하고만 일하고 있네", "난 휘하에 30명이 있는데, 어떻게 한명한명 피드백하라는 거야, 저 사람은 6명밖에 없으니까 가능하잖아" 이런 상황들 말이다.
어떤 교육에서는 Cross-Industry 또는 Cross-Function 관점에서 자신과는 전혀 다른 일을 하고 있는 사람들과의 대화가 중요한 경우가 있다. 대표적인 게 핵심인재 교육 장면에서 많이 활용되는 경영학 관련 학습을 할 때에는 비슷한 일을 한 사람들끼리 조를 형성하는 건 관점 확장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아예 완전히 다른 일을 하고 있는 사람, 가능하다면 업 자체가 다른 사람들끼리 묶어 놓는 게 훨씬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렇지만, 교육과정별로 조 편성을 어떻게 해야 한다는 정답이 있는 건 아니다. **그보다 더 중요한 건 해당 과정이 어떤 목적을 갖고 있는지, 해당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학습 그룹을 어떻게 형성하는 게 도움이 될 것인지 HRD 담당자가 의도를 갖고 접근**할 필요가 있다. 정답은 없지만 의도를 갖고 여러 시도를 하다 보면 그래도 조직 상황에 보다 적합한 방향이 형성될 것이다.
④ 과정 안내는 학습 동기를 형성한다.
과정 안내(오리엔테이션)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자신이 원해서 듣는 교육이 아니기 때문에 이 교육이 무엇 때문에 하는 것이고, 이걸 왜 하는 것인지 명확히 알려줄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HRD담당자들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교육에 대한 관점이 불명확하거나 관심이 없던 교육생에게 왜 교육에 참여해야 하는지에 대해 이해할 수 있도록 하고, 보다 명확한 동기를 형성할 수 있다. HRD담당자는 아무리 익숙하다 하더라도 이 교육을 왜 하는지, 그래서 무엇을 얻어 가야 하는지에 대한 멘트는 꼭 미리 준비해보길 추천한다. 담당자가 전체 그림을 잘 설명할수록 교육에 몰입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줄어들기 마련이다. 마이크를 잡고 말하는 게 익숙하지 않은 HRD담당자들도 있겠지만, 최소한 이 과정 안내 만큼은 빠른 시간 내에 익숙해질 필요가 있다. 능수능란까지는 아니더라도 준비된 멘트를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은 훈련과 경험을 통해서 충분히 개선될 수 있다.
만약 단일 교과목으로 구성된 게 아니라면 개별 과목이 시작될 때마다 HRD담당자가 전체 목적과 구성을 다시 한번 언급하고, 개별적인 맥락을 짚어주면서 궁극적인 목적이 무엇인지, 현재 교육 진행이 어느 정도까지 되었고 앞으로 뭘 해야 하는지 계속해서 짚어주는 것 또한 큰 도움이 된다.
교육과정이 그냥 흘러가게 두지 말자. 교육생들이 알아서 몰입 포인트를 찾아낼 것이라고 기대하지 말자. 그런 교육생이 있을 수 있겠지만 정확한 안내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는 요행일 뿐이고, 교육이 꽤 많이 진행된 다음에야 의도가 파악되는 경우일 것이다. 처음부터 월드맵을 보여주고 세부맵을 보여줘야지, 세부맵들을 한땀한땀 이어붙였더니 결과적으로 월드맵이 이렇게 생겼구나는 식으로 둬서는 안된다.
⑤ 교육생을 외롭게 내버려 두지 마라.
막상 교육이 시작되고 나면 그때부터는 교육생들의 케어가 중요하다. 강의장 뒤편에 앉아 있다 보면 교육생들의 참여 수준이 어떤지, 이해를 하지 못하고 있는 특정 맥락이 있는지 없는지 등이 보이게 마련이다. 교육이 잘 진행되고 있으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도 많이 벌어진다.
특정 교육생은 계속해서 집중을 못하고 있을 수도 있다. 그럴 때에는 쉬는 시간에 슬쩍 옆에 가서 물어보는 것도 방법이다. "부서에서 계속 연락이 오는 상황이세요? 무슨 일 있으세요?" 개인적인 일을 하고 있던 상황이면 담당자가 날 보고 있다는 생각에 자제를 하게 될 것이고, 일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사람이었으면 얘기를 해서 조율 방안을 찾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도저히 일 때문에 집중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면 짧은 시간을 교육에서 완전 배제시키고 일처리를 하도록 도와주는 것도 방법일 수도 있다. 이런 노력들은 최소한 교육생들로 하여금 담당자에게 미안한 마음을 갖게 만들고, 이를 만회하기 위한 노력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개념이 어렵거나 이해가 되지 않을 경우에는 한숨을 많이 쉬고 있거나 고개를 젓는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그 자리에서 누군가 질문을 주도하면 자연스럽게 이슈가 드러나고 해결될 가능성이 높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역시 마찬가지로 쉬는 시간을 이용해서 물어보는 게 좋다. "내용이 많이 어려우세요?", "내용 중에 이해나 납득이 잘 안 되는 사항들이 있으십니까?" 무언가 피드백이 있다면 이를 즉시 강사와 공유하는 게 좋다. 앞단 내용이 이해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뒷단 내용은 당연히 이해하기 어렵거니와, 의구심이 생긴 상태라면 의구심이 해소되기 전까지 강사의 모든 말들은 색안경을 끼고 보게 되기 마련이다.
HRD 담당자 대부분이 과정 내용 때문이라도 모니터링을 하지만, 교육생 반응을 강사에게 실시간으로 전달하는 것에 대해서 주저하는 경우도 많이 보게 된다. 하지만 강사들도, 특히 외부강사일 경우 조직 내부의 맥락을 잘 알기 어렵기 때문에 피드백이 있다면 훨씬 강의를 진행하는 게 편하다는 말을 많이 듣게 된다.
번외로, 간혹 교육 모니터링이 왜 필요하냐고 생각하는 리더가 있을 경우가 있는데, (간혹이라기에는 꽤 자주 만난다...) 커뮤니케이션 빈도를 높여가면서 극복할 수밖에 없다. 개인적으로는 모니터링 결과를 일단위로 상세하게 보고하는 게 인식을 바꾸는데 유의미한 영향을 주긴 했었다. 교육설계의 주요 포인트, 강사의 딜리버리 수준, 워크숍에 참여하는 교육생들의 태도와 주요 학습 결과물, 당일 발생한 이슈와 조치/그 결과 등을 1~2페이지로 정리하던가, 표로 만들어서 메일로 보고하다 보니 그나마 인식 변화에 도움이 되긴 했다.
경영층 Needs에 따른 교육 대부분은 인식과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교육들이고, 학습한 내용이 실제로 현업에서 적용되기 위해서는 결국 교육에 참여한 인원들이 잘 소화하는 것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 하지만 HRD담당자의 마음과는 달리 교육생들은 교육에 몰입하기 어려운 요소들이 너무나도 많다는 점과, 애초에 장시간 앉아서 다른 사람이 하는 말에 집중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행위임을 이해해야 한다. 그리고 학습이 일어나는 데에는 잘 짜여진 교육과정의 설계 외에도 위에서 언급한 요소들, 혹은 언급하지 않은 수많은 요소들(ex. 잘 준비된 다과, 책임자의 격려 한마디, 맛있는 식사, 교육장 내/외부의 다양한 부착물 등)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져야 한다.
어떻게 해야 관심이 없던 교육에 대해 교육생이 학습이 필요하다고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Involve 시킬 수 있을 것인가? 학습을 촉진시키기 위해 중요한 요소는 또 무엇이 있을까? 그를 위해 HRD담당자는 무엇을 더 고민해야 할 것인가? 정답이 없는 이 길을 걷는 모든 사람들과 함께 고민하고 싶은 질문이기도 하다.
김태형 in 인살롱 ・ 2025.04.02 -평소라면 하지 않았을 일을 해보는 것, 랜덤 단어 글쓰기
-평소라면 하지 않았을 일들을 해보는 것
1.소프트뱅크의 손정의 사장은 사업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낱말카드를 상자에 넣어두고 3장을 뽑아 사업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2.손정의 사장이 3개의 낱말을 뽑아 사업아이디어를 생각하고자 한 이유는,
아마 이러한 인간의 경험이라는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서 라고 생각합니다.
완전히 임의로 정해진 3개의 단어가, 본래 자신이라면 도출 할 수 없는 경과를 만들어 내는 것이지요.
3.인간의 경험이라는 것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아직 인간은 영원히 살 수 없고, 그렇다면 대략 100년 전후의 삶을 살며
비슷한 세대에 태어나 이미 지나간 역사를 배우고 경험 합니다.
이를 통해 일정한 패턴을 학습하고, 거기서 벗어나려 하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경험에는 한계가 존재 합니다.
4.걸어보지 않은 길을 일부러 가보는 것 처럼, 평소 하지 않을 생각을 일부러 하는것도 새로한 인사이트를 발견하는데 도움을 줄지도 모릅니다.
그런의미에서, 저는 랜덤하게 5개의 단어를 뽑어 저의 브런치와 링크드인에 연재하고 있는데요,
최근의 랜덤 단어 글쓰기를 공유해봅니다.
랜덤단어 : 프랑스어, 요정, 쪽지, 썩은, 소설
'이빨 요정'이라는 이야기를 아세요?
유치(영구치가 아닌 어린시절 나고 빠지는 치아)가 빠지게 되면 그걸 베개 밑이나 머리맡에 두고 자는거죠.
그럼 이빨의 요정이 유치를 가지고 가고 그 대신 선물을 두고 간다는 이야기입니다.
주로 영어권에서 넓게 퍼진이야기 이고, 당연히 프랑스에도 널리 퍼진 이야기 일것 같아요.
어찌보면 산타클로스 이야기랑도 비슷 할것 같아요.
산타클로스에게 선물을 받으려면 부모님 말을 잘 들으라는 것처럼, 치아가 빠지는것을 무서워하고 아파하는 어린이들을 위해 빠진 이를 베개 맡에 두면 선물을 받을수 있다는 일종의 보상을 줌으로서 두려움을 극복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지요.
때로는 빠진 이가 썩어 있을 수도 있고, 어린이가 탐욕스럽게 자신이 원하는 선물 목록을 쪽지로 적어 치아와 함께 둘지도 모릅니다. 여러가지 상황이 있을수 있다는 거죠.
하지만 요정(아마도 부모님)은 그런상황을 감수하고서 라도 멋진 선물을 주기위해 노력합니다.
구두쇠로 유명한 캐릭터인 스크루지가 등장하는 찰스 디킨스의 소설, '크리스마스 캐럴'에도 크리스마스는 따뜻하고 가족과 함께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긍정적인 이미지로 그려지고는 합니다.
이걸 회사로 조금 가져와 볼까요?
기본적으로 일은 즐겁지 않죠. 사람에 따라서는 '스트레스 받고 일하니까 그 댓가로 월급을 받는거다'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어요. 하지만 힘들고 지치기만 해서는 오랜기간 그 일을 지속할수는 없겠죠.
본인이 일을 하며 성장하고, 보람을 느끼고, 좀더 긍정적인 영향을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저는 이빨 요정이나 산타클로스 처럼, 우리에게 보상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보상은 금전적인 보상도 있을수 있겠지만, '내가 하는 일은 가치있는 일이다'라는 실감을 얻을수 있는 감정적 보상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는 스스로에게 감정적 보상을 느끼게 해주는것에 익숙치도 않고, 또 어려워합니다. 마치 아이들이 이빨뽑는걸 두려워 하는것 처럼 말이죠.
그렇다면 인사팀이, 회사 경영진 이빨 요정이되어 사원들에게 감정적 보상을 줘야합니다.
흔들리지 않는 기업 이념을 세우고,
그아래 회사의 모든 의사결정을 두고,
우리가 기업 이념을 따라 한 일의 결과가 이세상에 얼마나 도움이 되었는지,
사원들이 얼마나 멋진 사람인지 알게 하는 감정적 보상을 주는거죠.
한국에는 아직 이런 회사가 없습니다. 일본이나 미국에는 있습니다.
어쩌면, 우리가 필요한건 기술혁신이나 경제성장보다 감정적 보상인지 몰라요.
손지훈 in 인살롱 ・ 2025.04.02 사례를 통해 다시 보는 노무관리 원칙
제 경력의 70% 가까이가 개별노무를 담당으로 하다보니, 노무에 관련한 내용을 공유 드리고 싶은 생각에 이렇게 글을 작성해봅니다.
어렵거나 당황스럽게 했던 노무 사례들을 한 차례씩 풀어 나가보려고 합니다.
첫번째로는 A제조업에 재직 당시 부설연구소 직원 B의 사례를 풀어볼까 합니다.
B는 처음 입사를 하고 의욕적이며, 활발하고 누구보다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직원이였습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B는 직장 내 규율과 예절, 준법정신이 결여된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합니다.
소장님 그러다 큰일 나십니다.
어느 날 직원 B와 연구소장 C의 문자 내용입니다.
직원 B : 긴급하게 회의를 할 중대한 사안이 있습니다. 지금 어디 계신가요
소장 C : 연구개발 회의로 인해 현재 본사에 있으니, 급한 사안이면 문자로 일단 남겨달라
직원 B : 문자로 드리기 어려운 내용입니다. 타 직원 통해 확인한 바, 오전 중에 복귀 하시는걸로 들었습니다. 점심 전에 뵙는 걸로 하시죠. 오후에 진행될 일에 대해서는 잠시 연기시켜놓도록 하겠습니다.
소장 C : 회의가 언제 끝날 지는 알 수 없으니, 일단 문자로 대략적인 것이라도 남겨놓으세요
직원 B : 중요한 사안이라 구두로 말씀 드리라고 하였습니다. 일정은 제가 다시 스케쥴링 하겠습니다.
소장 C : 스케쥴링을 다시 할 수 있는 것을 일정까지 확인하며 부담을 주는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직원 B : 소장님 일정까지 확인해가며 만나뵙기를 간곡히 요청드리는 이유는 소장님께서 어려움에 처할 수 있는 상황이 인지되어 이를 미연에 방지 또는 최소화 하기 위함임을 알려드립니다.
소장 C : 괜찮으니 내용 전달해주시고 진행하세요
직원 B : 외부 인원 내방 예정입니다.
소장 C : 진행하세요
본인의 보고 및 업무 진행을 위해 위와 같은 내용의 문자를 지속적으로 소통해 왔던 것이 참으로 놀라웠고 결국 무엇이 위험한 것이 알 수 없었습니다. 그저 소장 C에 비위행위가 있었고 그걸 직원 B가 계속 소장 C에게 말한 것이다라고 하였지만, 실제 감사를 진행하였을 때 소장 C에게서는 어떠한 비위행위도 없었습니다.
회장님, 연구소장의 리더십은 문제가 있습니다.
공장 노무점검을 위하여 지방 출장을 간 사이 직원 B가 저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긴급하게 연구소장과 관련해서 면담을 진행하고 싶다면서요.
당연히 저는 현재 지방 출장이고 이틀 후 복귀 예정이니 그 이후 일정 중 편한 일정을 알려 주시면 면담 시간을 잡아놓겠다라고 답변을 드렸습니다. 그리고 "알겠습니다." 라는 답변을 들었습니다.
그러나 30분 후 회장님이 부설연구소에 방문을 하셨고 직원 B는 거침없이 회장님에게 찾아가 연구소장과의 문제를 이야기하였습니다.
얼마나 답답하고 토로할 곳이 없었으면 그랬을까라는 측은지심이 생겼으나, 담당자와의 일정 약속도 무시하고 회사의 규정과 절차까지 무시하는 모습을 듣게 되었습니다.
수습계약 해지 진행
여러차례 사내 규율과 절차 준수에 대한 안내와 경고, 그리고 직속상관의 비위행위에 대한 허위제보 등을 이유로 징계위원회 진행까지 무려 1달간이나 절차와 법적 테두리 안에서 수습계약을 해지하게 되는 길고 긴 공방이 진행되었습니다.
징계위원회 당시에도 위원장이 직원 B에게 "해당 사실에 대해 인정하십니까?"라고 묻자
직원 B : 저는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그런 적이 없습니다. 오히려 저는 부당한 징계위원회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라는 말과 증거를 눈 앞에 보여줘도 아니라면서 본인의 증거는 내놓지 못했습니다.
자신의 주장만 있을 뿐, 증거가 없는 상황. 또한 징계위원회 당일 그냥 앉아 있기도 불편한 자리일텐데 의자에 거의 누워 있듯 앉아서는 빙글빙글 돌면서 대답을 하는 모습에 너무도 기가막혔던 직원 B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당시 참고했던 판례들이
시용기간 중 보고요구 항목에 대한 보고를 이행하지 않고, 사용자가 강조한 업무에 대해 노력을 기울이지 않은 경우 <서울행정법원 2010.7.16선고2010구합1987판결>
상사의 비위행에 대하여 수차례 허위제보를 하고 홈페이지에 허위 사실을 게시한 경우, 관리급 직원으로 시용계약을 체결하였으나 직속상관의 비위행위에 대한 보고체계를 무시하고 보고하여 사용자에게 피해를 준 경우 <서울행정법원 2004.4.16선고2003구합27273판결>
해당 판결을 토대로 징계위원회 결정이 수습계약 해지라는 결정으로 통보와 함께 당연히 재심의 기회까지 주었고 재심까지 진행하였습니다.
그러나, 결국 재심에 가서도 본인에 주장에 대한 증거는 하나도 없었고 주장만 계속 이어나간 채 부당해고와 부당징계라는 발언을 서슴치 않고 내뱉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절차 준수
길고 긴 1달의 시간동안 징계를 준비하고 징계위원회를 진행하고 재심위원회까지 진행을 하면서 절차 상에 문제가 없도록 수많은 판례와 수많은 검토를 통해 수습해지를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그 길었던 30일간의 일정은 대략 이랬습니다.
이렇게 길었던 일정이 끝나고 직원 B는 노동부에 부당해고 진정을 넣었고, 해당 진정은
"혐의없음"으로 반려되어 사건은 마무리 될 수 있었습니다.
물론 아직 다 쓰지 못한 부분도 있고 이러한 노무 문제를 해결할 때, 다른 것들도 많이 신경써야하지만 부당해고와 부당징계로 받아들여지지 않도록 가장 크게 신경써야 하는 것이 절차상 문제가 없도록 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강지운 in 인살롱 ・ 2025.03.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