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 실사판 ‘백설공주’ '백설공주'는 그림형제의 1812년 동화에서 출발했다. 원작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는 세계 최초의 풀 컬러 극장용 애니메이션이라는 수식어도 갖춘 기념비적인 작품으로 이번에 실사영화로 다시 태어난다. 신데렐라, 오로라, 에리얼, 벨, 자스민, 포카혼타스 등 디즈니 프린세스 유니버스의 시작을 알리는 첫 번째 인물이 바로 백설공주이다. 1937년 탄생한 월트 디즈니의 인기 애니메이션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를 실사화한 영화 '백설공주'가 기대와 우려 속에 개봉했다. 당초 2024년 3월 개봉할 예정이었지만 미국의 배우 방송인 노동조합의 파업 등 여파로 한차례 밀렸고, 다양한 시선을 받으면서 마침내 베일을 벗게 되었다. '백설공주'는 눈보라가 치던 겨울밤에 태어나 사랑을 받으며 자란 백설공주(레이첼 지글러)가 강력한 어둠의 힘으로 왕국을 빼앗은 여왕(갤 가돗)의 위협을 피해 숲으로 도망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마법의 숲에서 간신히 살아남은 백설공주는 일곱명의 광부들을 만나며 새로운 세상을 마주하고, 여왕에게 맞서 빼앗긴 왕국을 되찾기로 결심한다. 이 영화가 불러온 몇가지 논란을 생각해본다. 입사면접 시 정치성향 질문은 차별 영화 개봉이 늦어지며 또 다른 논란이 불거졌다. 그 사이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중동 전쟁이 발발한 것이다. 백설공주 역의 지글러는 팔레스타인 인권 옹호자다. 백설공주 예고편 영상의 조회수가 120만회를 돌파하자 X(옛 트위터)에 감사하다는 글을 올리며 “그리고 언제나 기억하세요. 자유 팔레스타인”이라고 적었다. 반면, 왕비 역의 갤 가돗은 이스라엘 출신 배우다. 하마스의 테러 공격으로 피해를 입은 이스라엘을 다룬 영화의 미국 상영회를 주최하기도 했다. 당연히 두 사람은 가자지구 유혈 사태에 대해 매우 다른 시각을 갖고 있다. 그리고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양측 모두 백설공주 보이콧을 외치고 있다. 이스라엘 문화 보이콧 운동을 펼치는 ‘팔레스타인 캠페인’의 알리아 말라크는 영국 가디언에 “갤 가돗은 대량 학살을 자행하는 이스라엘을 선택했기에 백설공주를 보이콧해야 한다”고 했다. 뉴욕 주재 이스라엘 총영사는 지글러를 비판하며 가돗이 출연하는 다음 영화 티켓을 사라고 촉구했다. 가돗이 이달 초 지글러와 포옹하는 장면이 담긴 영상을 인스타그램에 올리자 일부는 이스라엘 국기 이모티콘을 공유하며 그를 칭찬했고, 일부는 팔레스타인 국기 이모티콘을 올리며 비판했다. 정치성향에 관한 배우들의 갈등을 보며 사례를 소개한다. 입사면접 시 정치성향을 묻는 질문은 차별행위라는 것이 국가인권위원회의 해석이다. 연구기획 분야 정규직 채용시험에 응시한 김아무개씨는 채용면접 당시 면접위원에게 "진보인지, 보수인지 답변하라"는 질문을 받았다. 김씨가 "굳이 성향으로 따지자면 진보라고 생각한다"고 답하자 면접위원은 다시 "왜 진보라고 생각하는지 얘기하라"고 요구했다. 김씨는 "면접위원의 질문은 직업자격 검증과 무관한 차별적 행위"라며 국가인권위원회 (이하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인권위는 "면접 과정에서 '진보인지 보수인지 답변하라'는 질문은 정치적 성향을 겉으로 드러내도록 요구하는 행위라며 사상 또는 정치적 성향에 의한 차별행위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채용 과정에서 업무 수행능력과 무관한 차별적 요소를 검증하는 일이 없도록 재발방지 대책을 수립하라고 권고했다. 인권위 조사 결과 5명의 면접위원 중 1명이 김씨에게 정치 성향을 물었다. A진흥원은 "정치적 성향이 아니라 논리적 사고와 표현 능력을 파악하기 위한 질문이었다"고 주장했지만 인권위는 "면접에서 차별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질문은 의도와 무관하게 금지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김씨가 지원한 연구기획 분야는 지원자의 사상 또는 정치적 성향이 직무수행 능력과 관련이 없다고 판단했다. 인권위 관계자는 "정치적 성향에 대한 질문 자체가 내심의 정치적 성향을 겉으로 드러내도록 요구하는 행위"라며 "개인의 양심과 사상의 자유를 위축시키고 정치적 성향에 따른 불리한 대우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어 평등권 침해하는 차별행위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면접위원 교육 시 반드시 들어가야 할 사례이다. 장애는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의 문제’ 백설공주에 등장하는 일곱 난쟁이 캐릭터도 논란이 됐다. 동화와 원작 애니메이션에서 묘사한 난쟁이는 신체 및 성향에 있어서 편견의 시선으로 그려졌다는 지적을 꾸준히 받았다. 그런데도 이번 실사영화에서 그 편견의 시선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디즈니가 라틴계 배우를 백설공주로 기용한 이유에 대해 "고정관념을 피하고 싶다"고 밝히고 다양성을 확보한 진보적인 방향성으로 나아가겠다고 선언했지만 정작 일곱 난쟁이 설정에서는 다른 잣대를 세웠다는 비판이다. 여기에 디즈니는 원작의 고정관념을 벗어나기 위해 다른 접근을 하고 있다고 밝히며, 다양한 연령과 인종의 난쟁이 캐릭터를 CG로 처리했다. 하지만 이런 조치는 할리우드에서 일감이 한정되어 있는 왜소증 배우들의 배역을 빼앗았다는 비판을 받았다. ‘왕자의 게임’에서 난쟁이 역을 맡았던 배우 피터 딘클리지는 원작과 달리 라틴계 배우에게 백설공주 역할을 맡기면서, 난쟁이들은 그대로 등장시키는 건 위선적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이번 영화에서 일곱 난쟁이에 대한 설명은 조금 달라진다. 일단 '난쟁이'라는 표현을 없애고 '광부'로 설정돼 있다. 실제 왜소증을 가진 배우 마틴 클레바를 제외하고 6명의 인물은 컴퓨터그래픽 기술을 활용해 만들었다. 영화 속 백설공주가 독이 든 사과를 먹고 쓰러져 있는 것을 살려준 사람들이 바로 일곱명의 난쟁이이다. 신체적으로 장애인이지만 비장애인인 백설공주를 정성껏 돌보아 생명을 살려주었다. 목수로, 요리사로 전문영역을 보유한 능력 있는 장애인이었다. ‘장애인은 비장애인이 돌보아 주어야 할 대상, 내지는 능력이 없는 사람, 무기력한 사람’이라는 편견을 깨는 이야기이다. 일곱 키 작은 장애인과 키가 큰 백설공주가 자그마한 키 작은 장애인의 집에서 한달 동안 함께 산다면 누가 불편함을 느낄까? 백설공주는 허리를 굽히거나, 기어서 다녀야 하는 불편함을 느끼고, 2개 이상의 침대를 붙여야 잠을 잘 수 있다. 불편함을 느끼는 것, 바로 장애를 느끼는 것이고, 장애를 느끼는 사람이 바로 장애인이라면 시대와 환경에 따라 장애인 일수 있고, 장애인이 아닐 수 있다. 장애는 장애인의 개인의 문제가 아니고 환경에 문제라는 것이다. 환경을 바꾸어서 장애라는 요소를 제거해 준다면 결코 장애를 느낄 수 없고, 장애를 느끼지 않는 다면 더 이상 장애인이 아니라는 의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