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리드 근무제도로서의 워케이션과 전남블루워케이션 후기

회사에 몸 담은 순간부터 늘 해결되지 않는 숙제는 우리 안에서 벌어지는 싸움입니다. 사실 이건 회사가 아닌 우리 삶의 총체적인 문제입니다.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이라면 어느 곳에서나, 심지어 가족 내부에서도 갈등을 마주할 수밖에 없는 게 우리 매일의 현실이지요. 과거 조직문화 업무를 할 때 '우리 회사의 문제가 무엇일까요?' 물어보면 많은 직원들은 '부서 이기주의'라는 키워드를 꺼내 들었습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이는 저희 회사만의 문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 부서 이기주의가 발생하는 원인은 간단합니다. 사람이 이기적인 존재라서 그렇습니다. 성악설, 성선설 무엇을 믿든 개인의 자유이지만, 저는 '사람은 자기 자신(+가족)의 목숨과 안위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면에서는 성악설 편에 서 있습니다. 가끔 자기 자신을 희생하면서까지 타인을 살리고 돕는 삶을 사는 이들이 있지만, 그들을 의인이라 부르며 기리는 이유도 그만큼 그런 이들이 예외적이기 때문일 겁니다. 우리 조직을 구성하는 대부분의 일반적인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의 소중함을 알면서도, 그보다 아주 조금이라도 더 자기 자신을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들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런 인간의 본성을 극복하는 구조, 시스템을 갖추지 않고서 부서 이기주의를 극복한다는 것은 절대 달성할 수 없는 이상일 뿐입니다. 회사는 각 사람에게 있어 모두 다른 의미를 가집니다. A에게는 더 나은 성장의 발판, B에게는 나와 가족의 삶을 부양할 수 있게 해주는 곳, C에게는 다양한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는 곳일 수도 있어요. 당신에게는 회사가 어떤 의미인가요? 제 안에는 A도, B도, C도 있습니다. 그치만 솔직해져 볼게요. 결국 자괴감과 싸우며 성장을 추구해 나갈 수밖에 없는 것도, 싫은 사람하고도 마주하며 회사생활을 계속해 나가는 것도, 다 먹고 살자고 하는 거예요. 딱 하나만 남기자면 생계의 문제, 생존의 문제입니다. 그런데 회사가 말로는 부서이기주의를 극복하고 하나가 되라고 하면서, 내 옆에 있는 사람과 싸우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는 환경을 없애지 않는다면, 그것만큼 모순적인 게 있을까요? 회사는 조직이고, 조직은 하나의 목표를 위해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나와 타인 사이에 계속해서 지배-피지배 관계를 만들고, 타인이 잘 되는 게 내가 잘 되는 게 아닌 환경을 만들어 버린다면 도대체 어떻게 순수한 마음으로 타인의 성과에 협조적일 수 있을까요? 그럼에도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조건들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하나는 회사가 지속적으로 성장해서 끊임없이 새로운 자리가 생겨나 내가 다른 사람보다는 떨어질지라도 내 밑에 누군가를 계속 둘 수 있는 상황이 되는 것. 둘째는 내가 지속적으로 성장해서 이 회사가 아니더라도 나의 생계와 생존이 위협 받지 않는 상황이 되는 것. 둘 중 무엇이 이상적입니까? 답할 필요도 없습니다. 왜냐, 중장기적으로 보면 이 둘이 절대로 분리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구성원 각각의 성장이 전제되지 않는 조직은 절대 성장할 수 없습니다. 시장과 환경을 잘 만나서 반짝 성장할 수도 있어요. 근데 그건 한시적입니다. 특히 지금처럼 정보가 넘쳐나 모방이 쉽고, 온갖 자본의 이동이 용이해진 시대라면 더더욱 짧을 것입니다. 구성원 전체가 성장 지향적이지 않은 조직이라면 지속적으로 성장하며 소비자에게 새로운 가치를 제공해 줄 수 없습니다. 이 문장에서 말하는 '성장'이라는 단어에 혹시 갑갑함을 느끼신다면 죄송합니다. 하지만, 성장이라는 것이 당신의 삶에서 처음부터 갑갑한 단어였을까요?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지속적으로 성장합니다. 몰랐던 것을 알게 되고, 못하던 것을 하게 되는 것은 나의 기쁨이고 양육자의 기쁨입니다. 그런데 그 성장이 어느 순간 족쇄가 되고 갑갑함이 되는 것은 우리가 눈에 보이지 않는 성장이라는 가치를 눈에 보이는 숫자로, 서열만으로 치환해 버렸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1등을 해야 해.' '오늘은 꼭 00페이지를 읽어야 해.' 이런 게 성장이라고 착각하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그런데 원래 인간이 추구했던 성장은 그런 게 아니었습니다. 조직이 그 수치화된 성장의 틀 안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구성원들도 그 안에 갇혀 성장의 기쁨을 절대로 맛볼 수 없습니다. 그리고 그 성장의 기쁨을 맛보지 못하는 구성원들이 이루는 조직 역시 성장을 체험할 수 없고 점점 정체되어 도태될 수밖에 없고요. 비즈니스 세계에서 숫자를 버릴 수 없습니다. 숫자가 주인의 자리에 앉는 것을 경계하자는 것입니다. 숫자 자체는 그 어떤 가치도 창출하지 못합니다. 가치를 창출하는 것은 사람입니다. 처음 이야기로 돌아가겠습니다. 부서이기주의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그것은, 조직 안에 협력을 막는 모순된 구조에서 벗어나, 모두의 성장을 지원하여 생존을 보장해 주는 것이 아닐까요? 그럴 수 없다면 '부서이기주의'라는 키워드를 아예 버려야 합니다. 그치만 그건 너무 멋이 없습니다. 모두가 하나의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조직만큼 멋있는 건 없잖아요. 이미 시장은 포화 상태이고, 우리 경제가 성장할 만큼 성장한 것도 맞습니다. 하지만 오히려 그렇게 성장했음에도 여전히 이 세상에는 사람들의 손이 필요한 수많은 문제들이 산재하고 있습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건 어느 한 명이 아닌, 많은 이해관계가 내재하고 있는 조직입니다. 그 이해관계가 적어도 내부에서 충돌해서 전체의 힘을 깎아 먹는 바보 같은 짓은 하지 않아야 합니다. 손을 잡고 함께 성장해 나갈 수 있는 안전한 조직을 만들어 내는 것이 경영진과 HR의 역할이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