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RD담당자가 늘 준비해야 하는 답변
"교육 받는다고 사람이 바뀌냐?"
"꼭 해야 돼?"
"효과가 있는 거 맞아?"
언급한 것 외에도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지금까지 HRD를 하면서 정말 많이 들었던 질문들이다. 그리고 이미 질문에서 부정적인 의도가 내포되어 있는 만큼, 답변하기가 쉽지 않다. 담당자 입장에서 잘 대답하더라도 경영진 입장에서는 이미 마음의 결정을 내린 상태일 수도 있다. 이런 질문들을 받게 되면 HRD담당자들은 일단 답변이 궁해진다. "저는 바뀐다고 생각합니다.", "꼭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예전 교육에서 교육생들이 많이 만족했던 것 같습니다." 정도가 떠오르는 답변일 수밖에 없고, 필자도 위와 같은 답변을 수도 없이 해왔던 것 같다.
기업에서 HRD를 담당하게 되면 여러 상황을 겪게 된다. 사업이 어려워져서 예산이 감축된 상황에서 추가적인 챌린지를 받게 되기도 하고, 의사결정권자가 Fixed Mindset의 신봉자로서 의심의 눈초리만으로 바라보게 되는 경우도 있다. 보통은 그런 상황에서 위와 같은 원론적인 질문들이 던져지는 것 같다. 하지만 조직의 변화를 이끌어내야 하는 HRD담당자는 심지어 보고 과정에서도 의사결정권자들을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기 위해서는 위와 같은 곤란한 질문들에 대해서는 미리 준비를 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 특히 첫번째 질문은 언제 어디서든 나올 수 있는 질문이기도 해서 자신만의 준비된 답변이 필요하다. HRD의 길이 늘 그렇듯 정답은 없지만 지금까지의 경험을 토대로 나름의 답변을 공유해 보고자 한다.
1. "교육 받는다고 사람이 바뀌냐?"
아마 모든 HRD담당자가 한 번은 거쳐가는 질문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가장 답변하기 어려운 질문이기도 한 것 같다. 특히 리더 대상으로의 리더십 교육에 대한 보고 시 거의 단골처럼 듣게 되기도 한다. 후배들에게 이 질문을 던져봤을 때 가장 많이 들었던 답변이 "저는 그런 믿음을 갖고 이 업무를 하고 있습니다."였던 것 같다. 결의에 찬 답변이고, 통상적인 대화에서는 충분하다. 하지만 설득을 해야 하는 장면에서는 충분하지 않다. 경영진은 그런 믿음이 없기 때문에 질문을 하는데 담당자만 믿음이 있다고 해결이 되겠는가.
이에 대한 개인적인 답변은 크게 2가지 정도를 준비하고 있다. 하나는 김성준 교수님께서도 자주 말씀하시는 것을 약간 변형한 답변이다. "변하지 않는 사람도 있지만 변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변하는 사람이 일정 숫자를 넘어가면(Tipping Point를 넘기면) 조직에 점진적인 변화가 일어날 수 있습니다."
다른 하나는 초점을 명확히 하는 것이다. 상기 질문에서 "바뀐다"에 대해 전제되는 목적어는 인성 내지는 성격에 가까운, 인간 본연의 성질에 가까운 경우가 대부분이다. "사람 성격을 개조할 생각은 없고, 왜 필요한지 알려주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려주기 위해서 하는 겁니다. 저도 이 교육을 통해서 사람이 바뀔 거라 생각하지 않고, 단지 행동을 변화시키려고 하는 겁니다." 리더 대상 피드백 교육을 하는 목적은 결국 '피드백이 중요한 이유를 알고, 피드백을 잘 하는 법을 알려주는 것'이지 않겠는가? 이를 위한 교육을 하려 하는데 갑자기 인성 개조에 대한 질문을 받게 되면 인성 개조를 하겠다는 게 아니라는 점을 강조해야 한다. 자칫하면 인성 개조하겠답시고 리더십 교육을 해병대 캠프에서 하게 되는 일이 벌어진다. (예전엔 실제로 꽤 자주 벌어졌던 일이기도 하다.)
2. "꼭 해야 돼?"
이 또한 정말 많이 들은 질문이다. 그런데 이 질문은 2가지 버전이 있다. 담당자의 의지를 확인하기 위한 질문이기도 하고(난 잘 모르겠는데 담당자의 의지가 얼마나 강한건지 확인하기 위한 질문), 다른 하나는 정말 하기 싫을 때도 나오는 질문이기도 하다. 늬앙스를 구분하기 쉽지 않지만 미묘하게 다르다. 전자에 속하는 질문이라고 판단될 때에는 강한 의지를 보여주면 된다. "네 꼭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OOO께서 승인해 주시면 제가 최선을 다해서 해보겠습니다." 이 경우 대부분의 결정권자들은 웃고 사인을 해준다.
문제는 후자다. 이 경우에는 위와 같은 대답을 해도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후자의 의도로 하는 질문이라는 판단이 들면 역으로 질문을 해야 한다. "OOO께서는 어떤 우려가 있으십니까? 이 교육은 불필요하다고 보시나요? 시기가 좋지 않을까요? 다른 우려가 있으십니까?" 등등. 교육에 대해 승인을 하는 의사결정권자들은, 특히 위로 올라가면 갈수록 회사를 둘러싼 다양한 이슈를 나보다 많이 알고 있다. 그리고 이 경우 교육 자체가 싫다기 보다는(정말 싫으면 교육담당자가 없을 거고) 교육보다 더 중요한 다른 이슈가 있는 경우가 많다. 이 때 한 발 물러서면서 다른 측면의 어려움이 있는지를 물어본다면, 설명하기 곤란해하는 결정권자가 담당자한테 끌려올 것이다. 그리고 털어놓는 다른 어려움이 있다면 그에 대해 대응하면서 정리를 할 수 있다. 시기가 문제라고 생각한다면 언제가 적정할지 협의하면 된다. 교육 자체에 컨선이 있다면 최선을 다해서 다시 설득을 해야 한다. "꼭 해야 하는가?"에 대한 HRD담당자의 답변이 "꼭 해야 합니다."로 이루어지면 나오기 어려운 대화들이다.
3. "효과가 있는 것 맞아?"
자매품으로 "뭐가 좋은건데?"도 있다. 한편으로는 1번 질문과 상통하는 측면이 있다. 그리고 당연하겠지만 만족할만한 답변을 할 수 없다. 결국 교육에 대한 ROI를 내놓으라는 것과 비슷한 질문이기 때문에.
이 질문을 받는다면 교육의 목적을 다시 상기시키고, 이를 측정하기 위한 수단에 대해서 상의해야 한다. 교육의 목적을 상기시키는 것은 '효과'에 대한 범위를 좁히기 위함이다. '이번 리더십 교육을 하고 나면 인격/역량적인 모든 면에서 완벽한 리더가 되는 데 효과가 있는 게 아니라, 피드백이 왜 중요한지, 어떻게 해야하는지 아는 리더가 되는 데 있어서 효과적'이라고 좁혀야 하는 것이다. "최근 구성원들은 리더들로부터 수시 피드백을 받기를 원하는 경우가 많은데, 우리 리더들은 아직 그렇지 못한 상황입니다. 이번 교육을 통해서 리더들에게 피드백이 왜 중요한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려줄 계획입니다. 기본적으로는 교육생 설문을 통해 자기 인식 수준을 측정해 볼 생각이고, 필요하다고 판단하신다면 참여한 리더의 구성원들에게 3개월 정도 후에 리더의 피드백 빈도나 수준에 변화가 있었는지 측정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혹은 반대 관점에서, 교육을 하지 않았을 때의 Side Effect 중심으로 설득하는 것도 고려해 봄직하다. 예를 들어 신입사원 리텐션을 위한 여러 형태의 교육들이 성행하고 있는데, 교육에 대한 효과성 평가를 하기란 무척 어렵다. 교육을 한다고, 투자를 더 한다고 퇴사가 줄어드는가? 그렇지 않다는 건 모두가 알 것이다. 그래서 이런 성격의 교육은 효과성을 입증해 보겠다고 하는 말은 결국 자가당착에 빠지기 쉽다. 오히려 이럴 때는 "지금 우리 경쟁사라고 할 수 있을 OOO, OOO사가 전면적으로 이런 형태의 리텐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 교육을 한다고 신입사원 퇴사를 얼마나 줄일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우리가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결국 직원들 사이에서는 우리 회사는 직원들에게 투자를 소홀히 한다는 평판이 퍼질 것입니다." 라고 설득을 하는 게 보다 현실적일 수 있다.
위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HRD 영역에는 정답이 없다. 그리고 위 질문들은 HRD담당자로서는 항상 한숨이 나오는 질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경험상 피할 수는 없는 것 같다. 피하기 어렵다면 미리 준비하면서 더 좋은 답변을 만들어가면서 조직 내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하는 발판을 만들어 놓는 게 보다 필요할 것이라 생각한다.
김태형 in 인살롱 ・ 2025.03.03 직원 해고 시, 고려해야 할 점
직원 해고 시, 고려해야 할 점
직원 해고는 힘든 일이다.
우리나라 근로기준법 23조 1항에는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 휴직, 정직, 전직, 감봉, 그 밖의 징벌을 하지 못한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모든 관리자와 경영자는 함께 일하는 직원들이 법에서 보장하는 정년 퇴임까지 아니 할 수 있다면 그 이상 일하기를 원한다. 다소 실수와 잘못이 있어도, 뉘우치고 교훈을 얻어 일에 임하면 중간에 권고 사직이나 해고하는 경우는 없다. 법원도 기업이 해고 회피 노력을 하지 않고, 한 두번의 잘못을 빌미로 해고하면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고를 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면 무엇일까?
역량과 성과가 떨어진다고 해고가 가능하다면, 수 많은 직장인들이 불안한 마음으로 일에 열중하지 못할 것이다. 인성이 좋지 않은 상사를 만나면, 해고를 이유로 해서는 안되는 일까지도 강요할 것이다. 최소한 법적 보호가 필요한 이유이다. 하지만, 법에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할 수 없다고 해서, 직원이 이를 악용하여 제멋대로 행동한다면 이것도 곤란하다. 할 일을 하지 않거나, 상사의 정당한 지시에 불응하고, 자신의 몫보다 훨씬 낮은 수준의 일을 하며 개선 의지도 없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역량과 성과가 떨어지며, 조직과 구성원에게 피해를 주는 직원이 있다. 매번 이 직원이 한 일 때문에 나머지 직원들이 뒷정리를 다해야 한다. 처음부터 자신이 하면 하루면 끝나는 일을 문제 직원이 잘못해서 이 일을 맡게 될 경우에는 피해에 대한 사과부터 해야 한다. 꼬인 부분을 풀기 위해 수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새로운 가치와 성과를 창출하기에 너무나 많은 노력이 요구된다. 통상 2일 이상 꼬박 매달려야 한다. 내 일이 아니었기에 마무리한 다음에도 성취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자신이 이런 뒤처리나 하려고 있나 자괴감에 빠지기도 한다.
해고해야 할 직원을 이런저런 이유로 해고하지 않으면, 조직과 구성원에게 큰 부담을 주게 된다. 이 직원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한 명의 피해를 주는 저성과자를 방치하면, 가장 두려운 점은 전염이다. 저성과자의 생각과 행동이 조직 내 전염되어, 유지 수준의 팀원들이 더 노력하여 우수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아닌 낮은 역량을 발휘하고 황당한 성과를 낸다.
저성과자도 좋아하고 잘하는 부분이 있다. 이들을 해고하는 이유가 이들이 역량이 떨어지거나 성과가 낮기 때문이 아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근본적인 이유는 조직과 구성원에게 피해를 주고, 지금 하고 있는 일과 자리가 맞지 않기 때문이다. 조직장 입장에서는 이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주어, 이들이 자신이 잘하고 좋아하는 일에서 인정 받고 성과를 내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다.
직원을 해고 시, 유의해야 할 점
어느 날, 문자로 당신은 오늘 날짜로 해고되었으며, 당신의 개인 짐은 우편으로 보내겠다. 지금 이 순간부터 회사에 들어올 수 없다고 통보되었다. 구체적 해고 이유도 없다. 상사와의 면담에서 회사가 어렵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해고하겠다는 말은 없었다. 십 년 이상 근무했던 직원들과 송별 인사도 하지 못했다. 이메일은 차단되었고, 출입증은 작동이 되지 않는다. 일방적 해고이고, 30일 분의 급여가 통장에 들어왔다. 어떤 심정이겠는가?
첫째, 해고되는 사람에게 겸손 되게 마지막까지 자존심을 지켜줘야 한다.
사전 해고의 이유, 개인 짐 정리 시간, 함께 한 사람에 대한 송별 인사는 반드시 조치해줘야 한다. 언젠가는 모든 임직원이 회사를 떠난다. 좋은 추억을 간직하고 떠나면 좋겠지만, 떠나는 순간부터 회사와 적이 되게 해서는 곤란하다.
둘째, 퇴직 후 관계 유지이다.
회사의 해고 조치로 떠나게 된 직원은 회사에 대한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지 않다. 물론 자신의 잘못으로 해고 조치가 되었지만, 그 잘못이 해고가 될 만큼 중대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해고 조치를 받은 후, 법적 조치를 하고 언론에 비리 고발 등의 적극 행동을 하게 되면 회사도 힘들어질 수 있다. 직원에게 안부를 묻고, 취업 의사가 있으면 타 회사에 취업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도 필요하다. 직원이 좋아하고 잘하는 직업과 직장을 찾아 그 곳에서 인정을 받고 성과를 낼 수 있도록 관심을 갖고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셋째, 조직장이 절대 해서는 안되는 행동은 역량과 성과가 떨어지고 피해를 주는 직원을 방치하는 것이다. 자신의 손에 피 묻히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한 두 명의 제 몫을 하지 못하는 직원을 못 본 체 방치한다면, 우수한 직원들은 떠날 것이다.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곳으로 보내는 것이 옳다. 조직장은 온정도 있어야 하지만, 냉정해야 할 때는 냉정해야 한다. 조직장의 냉정하지 못한 행동이 조직과 직원들의 성장과 성과를 앗아가는 결과를 초래한다.
홍석환 대표 (홍석환의 HR전략 컨설팅, no1gsc@naver.com)
홍석환 in 인살롱 ・ 2025.03.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