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느낀점
얼마 전 오랜만에 쇼생크 탈출을 다시 보았습니다. 볼 때마다 새롭게 다가오는 이 영화는, 이번에는 저에게 일과 조직에서의 역할을 다시 생각해보게 되더라고요!!
영화 속 앤디 듀프레인은 극도로 어려운 환경에서도 자신만의 가치를 지키며 살아갑니다. 단순히 "살아남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감옥 안에서도 자신의 재능과 노력으로 변화를 만들어내죠. 예를 들어, 동료들에게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고, 도서관을 만드는 그의 노력은 단순히 개인의 삶을 넘어 주변 사람들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이런 부분이 HR 업무와도 닮아 있다고 느꼈습니다.
회사라는 조직에서 HR은 단순히 제도를 관리하거나 절차를 진행하는 역할이 아닙니다. 구성원들이 업무에 몰입하고 더 나은 환경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돕고, 작은 변화로 더 큰 임팩트를 만들어내는 것이 우리의 진짜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하나 앤디의 탈출 과정을 연결지어 생각하게 되었어요. 그는 단기적인 성과에 연연하지 않고, 오랜 시간 동안 철저히 준비하며 결국 자유를 얻습니다. 비록 그 과정이 좋은 일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일련의 과정만을 봤을 때 HR 업무에서도 장기적인 관점이 중요하다는 걸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우수한 인재를 채용하고, 그들이 회사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일은 단시간에 결과를 보기 어렵지만, 그만큼 중요한 작업이라는 점 많은 분들이 동의하실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영화는 이런 메시지를 주는 것 같았습니다.
"희망은 영혼을 자유롭게 한다."
조직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납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동료들에게 희망을 보여줄 수 있는 리더와 환경이 있다면, 그 조직은 어려움을 이겨내고 더 큰 성장을 이룰 수 있다고 믿습니다.
쇼생크 탈출은 단순한 감옥 탈출기가 아니라, 우리가 일상에서 어떻게 더 나은 변화를 만들어갈 수 있을지에 대한 작은 영감을 주는 영화였습니다.
소만수 in 인살롱 ・ 2024.12.09 조직문화담당자의 조직문화에 관한 고찰과 기록(1)
이 글을 시작하기에 앞서
저에게 조직문화에 대한 관심은 꽤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대학생 시절, 다양한 규모와 성격의 회사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회사마다 독특한 분위기가 어떻게 형성되는지 궁금증을 갖게 된 것이 그 시작이었습니다. 어떤 회사에서는 아르바이트생임에도 직원과 유사한 정책과 제도를 적용하며 대우해 주었고, 함께 일하는 사람들 사이에 끈끈한 유대감을 가지고 마치 직원처럼 소속감과 주인의식을 가지고 일할 수 있었습니다. 반면, 어떤 회사에서는 관리와 통제가 지나치거나 직원들 사이에서 눈치를 보는 분위기가 느껴져, 계약직이라는 사실에 오히려 안도하며 그 회사의 직원으로는 일하고 싶지 않다고 느끼기도 했습니다.
이후 경영학을 전공하고 글로벌 기업에 HR 담당자로 한국 시장에 진출하는 과정에서 조직문화가 형성되고 변화하는 모습을 더욱 가까이에서 경험하게 되었고, 조직문화라는 분야에 매료되었습니다. 지금의 회사에서 조직문화 전담팀을 맡아 리딩 하면서는 그 복잡성과 도전의 깊이를 더욱더 실감하게 되었습니다. 조직문화는 정답이 없는 영역이며, 누구나 의견을 내기 쉬운 주제인 동시에 다양한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어 이를 한 방향으로 정렬하고 성과로 이어가는 일이 과연 한 개인이나 팀의 역량만으로 가능한 일인가에 대한 고민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직문화는 알면 알수록 매력적이고, 배워야 할 것도 무궁무진하며, 어쩌면 아직 전문가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은 블루오션이라는 기대감도 갖게 합니다. 동시에 때로는 지치고 어렵지만 많은 고민 끝에 매일 새로운 시도와 도전을 통해 배우고 성장해가는 과정 자체가 즐겁습니다. 앞으로 틈틈이 제 나름대로의 조직문화 영역에 대한 고찰의 시간을 가져보며 조직문화의 오묘한 속성과 특징, 조직문화 담당자로서의 역할과 기대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그리고 현업에서의 고민과 노력 그리고 나름의 성공과 실패 그리고 이를 통해 배운 것들이 무엇이 있었는지 등의 이야기를 차례로 꺼내보고자 합니다.
'조직문화'란 도대체 무엇일까?
누군가는 조직문화를**** 구성원의 행복이라고 말하기도 하고 복리후생 또는 즐거운 이벤트를 상상하기도 한다. 사실 조직문화라는 단어는 다양하게 많이 쓰이지만 사람들마다 가지고 있는 정의가 다른 경우가 많다. 조직문화를 연구하는 학자들 사이에서도 조직문화에 대한 다양한 정의가 있지만 가장 널리 통용되는 개념은 조직문화의 대가로 알려진 에드거 샤인의 정의이다.
"조직문화는 한 집단이 외부환경에 적응하며 내부를 통합하고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과정에서 그 집단이 학습하여 공유된 기본 가정(Shared basic assumptions)으로 정의될 수 있다."
- Schein,E.H.(1985). Organizational Culture and Leadership -
조직문화를 만드는 세 가지 구성요소
에드거 샤인은 조직문화를 다음의 세 가지 차원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말한다.
| Edgar H.Schein의 조직문화 차원, 1985(출처 : INLAB)
"첫 번째 구성요소는 조직 내에서 쉽게 관찰하고 경험이 가능한 인공물(Artifacts)이다."
인공물이란 조직이 문화적으로 표출한 모든 것을 말하는데 조직이 만들어낸 제품과 서비스, 조직구조, 제도와 정책, 고유한 용어, 업무환경, 일하는 방식 등 그야말로 조직 내에서 듣고 보고 느끼는 모든 것을 말한다.
조직문화가 표출되는 인공물을 가장 쉽게 관찰할 수 있는 방법은 사무실을 둘러보는 것이다. 이지안님의 <오늘부터 조직문화 담당자>라는 책에서는 사무실 자리 배치를 예로 들어 설명한다. A회사는 팀장의 자리 배치와 책상을 포함한 사무공간 크기를 통해 직급을 한눈에 알 수 있으며, 임원이나 조직장은 별도의 큰 사무실을 사용한다. 이러한 구조는 관리와 통제가 중심인 수직적 문화를 반영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 B회사는 대표도 일반 직원과 동일한 공간에서 일하며 직급에 상관없이 모두 동등한 책상 크기와 사무공간을 가지고 일하는 모습에서 자율과 소통 중심의 수평적 문화를 지향할 확률이 높다. 그렇다면 이런 인공물들이 존재하는 이유는 뭘까? 인공물들이 어떠한 의미들을 내포하는지 어떤 이유로 이러한 모습들이 관찰되는지 알기 위해서는 두 번째 구성요소를 확인해 보자.
"두 번째 구성요소는 조직에서 중요하다고 여기는 신념이나 가치(Espoused values)이다."
우리는 조직생활 중 미션, 비전, 핵심가치, 리더십 원칙 같은 무형의 가치를 쉽게 접하곤 하는데 이러한 가치들은 우리 조직이 어디로 가야 하는지, 회사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일종의 가이드 역할을 한다. 책에서는 아마존을 예시로 설명한다. 아마존의 ‘첫날 정신(Day1)은 대표적인 표방 가치이다. Day1은 매일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도전한다는 뜻으로 고객에 대한 집착, 고품질의 빠른 결정, 실패에 대한 수용 등을 의미하며 아마존 구성원들이라면 모두가 지켜야하는 원칙이다. 이러한 원칙에 기반하여 24시간 고객 대응 시스템, 효율적인 회의를 위한 1페이지의 회의자료 작성, 바 레이징(기준을 높인) 채용, 피드백 기준 등과 같이 서비스, 제도와 정책 그리고 일하는 방식에서 겉으로 드러나는 인공물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모든 가치들이 인공물로 표출되지는 않지만 조직은 가능한 업무 일상에서 구성원들이 자연스럽게 표방하는 가치를 접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
"마지막 구성요소는 암묵적인 기본 가정(Basic underlying assumptions)으로 가치와 행동을 좌우하는 원천이다."
암묵적 기본 가정은 조직 내에서 '지극히 당연하다고 여겨지는 것'을 말한다. 암묵적 기본 가정은 구성원을 어떠한 관점에서 바라보는가에 의해 결정되는데 대표적인 예로 맥그리거의 X-Y 이론이 있다.
Y이론 관점에서의 조직은 ‘인간은 노동을 통해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고 자아를 실현하고자 하며, 구성원들은 항상 더 좋은 결과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고 가정한다. 이런 조직에서는 구성원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많은 권한을 위임하고 자율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려고 노력한다. 반면 X 이론 관점에서의 조직은 ‘인간은 본래 일하기를 싫어하고 지시받은 일 밖에 실행하지 않으며, 직원들은 가만히 두면 게을러지고 일을 하지 않으려 한다’고 가정한다. 때문에 이런 조직에서는 권위주의적으로 직원의 근태를 감시하고 구성원의 행동 하나하나를 통제한다. 조직 내 기본 가정이 조직문화에 중요한 이유는 이러한 관점이 조직문화의 핵심이 되고 근간이 되기 때문이다.
조직 내 기본 가정은 승진, 평사, 보상 같은 HR 제도는 물론이고 회사 안에서 사람들이 관계를 맺고 일하는 방식까지, 조직의 모든 영역에 전방위적으로 영향을 주게 된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기본 가정은 구성원과 리더들 사이에서 지극히 당연하다고 여겨지는 것이기 때문에 관찰하거나 변화시키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조직문화에 변화가 필요하다면 반드시 확인이 필요한 영역이다.
김성희 in 인살롱 ・ 2024.12.09 신규입사자의 성공적 적응을 위한 HR의 고민과 해결 방안
HR팀으로서 신규입사자의 적응 문제는 큰 고민거리입니다.
입사자가 조직에 잘 적응하고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돕는 것은 단순히 인사팀의 일이 아니라, 조직 전체의 성공과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전학 간 학교에서의 등교 첫날, 선생님의 특징, 점심시간에 줄을 덜 기다릴 수 있는 팁, 각 교실의 위치를 알려줄 수 있는 친구가 있다면 학교 생활은 훨씬 더 수월하고 즐거워집니다. 이처럼, 신규입사자가 조직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이 HR팀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관점으로, 신규입사자들의 주요 어려움에 대해 고민해온 바를 나누고자 합니다.
낯선 조직 문화
신규입사자가 가장 먼저 겪는 어려움은 바로 '낯설다'는 감정입니다. 각 조직마다 고유한 문화와 가치관이 존재하지만, 신규입사자는 이전의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환경에 놓이게 됩니다. 이때 심할 경우, 문화적 충돌을 경험할 수 있으며, 이는 입사 초기 적응에 큰 장애물이 될 수 있습니다.
기대와 현실의 차이
또 다른 고민은 신규입사자가 채용 과정에서 조직에 대해 가지고 있는 기대와 실제 경험 사이의 차이입니다. 많은 신규입사자들이 첫 출근 전 자신이 맡을 업무나 조직 분위기에 대해 긍정적인 기대를 품고 입사하지만, 실제로 업무 환경이나 동료 관계에서 겪는 현실은 이와 크게 다를 수 있습니다.
정보의 비대칭성
신규입사자가 새로운 조직에 적응할 때 느끼는 큰 어려움 중 하나는 기존 직원들과의 정보 비대칭성입니다. 신규입사자는 조직 내 여러 정보나 업무 용어, 심지어 미팅룸의 위치조차 잘 알지 못합니다. 이로 인해 기존 직원들과의 회의나 대화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합니다.
신규입사자의 성공적인 적응은 단순히 온보딩을 마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조직의 일원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돕는 지속적인 과정입니다. HR팀은 입사 초기의 어려움을 잘 이해하고, 그들의 경험을 개선하기 위한 세심한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합니다.
화려한 굿즈나 입사 초반의 단기적 지원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인 피드백과 관심을 통해 신규입사자가 직무와 조직에 완벽하게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진정성 있는 온보딩입니다. HR팀의 적극적인 개입과 세심한 관리가 결국 조직의 성과와 직원의 만족도 향상에 기여할 것입니다.
따라서 인사팀은 신규입사자를 대할 때, 새로운 ‘학교’에 온 학생처럼, 초기 적응에 필요한 모든 정보를 제공하는 친절한 가이드 역할을 해야 합니다. 아무리 사소해 보이는 정보라도, 낯선 환경에서 이를 알려줄 수 있는 친구가 있다면 입사자는 더 빠르고 자연스럽게 적응할 수 있습니다. 그들이 조직에 대한 두려움이나 불안감을 덜 느끼고, 자신감을 가지고 업무에 임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 또한 매번 새로운 입사자를 맞이할 때마다, 새로운 친구가 되는 마음으로 진정성 있게 다가가며 그들의 성공적인 적응에 기여하고 싶습니다.
신예원 in 인살롱 ・ 2024.12.09 채용에서 모티베이션핏이 중요해지는 이유
기고만장 송년회를 다녀와서 채용담당자로서 느낀 점을 작성해보려고합니다.
2025년 채용트렌드에 대한 강의를 들으면서 "모티베이션핏" 이라는 단어가 매우 매력적으로 보였습니다.
모티베이션핏이란 **지원자의 개인적 동기부여 요소가 특정 직무나 조직의 성과 목표, 문화와 얼마나 잘 부합하는지를 나타내는 개념**이라고 합니다. 단순히 역량과 스펙이 맞는지를 넘어, 왜 해당 직무나 회사에서 일하고 싶은지를 이해하고, 그것이 조직과의 시너지를 낼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라고 하는데요.
모티베이션핏이 중요해지는 이유는 MZ세대가 취업 시장의 주축이 되면서, 단순히 높은 연봉이나 안정적인 직장을 목표로 삼기보다, 개인의 가치관과 회사의 비전이 일치하는 직장을 선택하고, “일을 통해 무엇을 얻을 수 있는가?”와 같은 내적 동기를 중요시하며, 개인의 성장 가능성과 회사의 방향성이 맞지 않다면 쉽게 퇴사를 결정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모티베이션핏이 중요해지는 트렌드 속에서 채용담당자는 어떠한 역할을 해야할까요?
지원자의 내면 파악
단순하게 정량적인 스펙을 평가하는 것을 넘어, 지원자가 왜 이 직무와 조직에 매력을 느끼는지 탐구해야 합니다. 면접 질문에서 개인의 목표와 동기를 끌어낼 수 있도록 질문을 설계하거나, 사전 직무 과제, 롤플레잉 등을 통해 지원자의 실질적인 지원동기와 가치관을 입체적으로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뿐만 아니라 지원자가 자신의 생각과 열정을 자연스럽게 드러낼 수 있도록 하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채용담당자의 역할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조직문화 전달
채용 과정에서 조직의 비전과 문화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것은 지원자가 회사와 그 가치관을 잘 이해하고, 자신이 그 조직에 적합한 인재라고 느끼게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이를 위해 채용 담당자는 단순히 직무에 대한 설명을 넘어서, 회사의 비전과 핵심 가치를 강조하고, 이를 실제 업무와 어떻게 연결지을 수 있는지 구체적으로 전달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팀과의 적합성 분석
채용담당자는 각 팀의 리더와 협력해, 해당 직무에서 성공할 수 있는 인재의 동기 요소를 정의하고 이를 기준으로 지원자를 평가해야 합니다. 또한 채용 후에도 직원의 적응도를 모니터링하며 지속적인 개선 방안을 마련해야 합니다.
채용담당자는 단순히 사람을 뽑는 역할이 아니라, **조직과 인재를 연결하고 상호 성장을 도모하는 설계자**가 되어야 합니다. 모티베이션핏을 고려한 채용은 지원자가 조직 내에서 진정한 몰입을 느끼고 팀과의 시너지를 발생시킬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를 위해, 채용담당자는 지원자의 동기와 조직의 비전을 연결하는 다리 역할을 하며, 전략적이고 주도적인 자세로 채용 프로세스를 설계해야 합니다. 이러한 노력이 조직에 적합한 인재를 선발하고, 더 나아가 조직의 성과와 문화를 성장시키는 핵심이 될 것입니다.
조용수 in 인살롱 ・ 2024.12.08 HR의 영원한 숙제, 평가 잘하기
“평가를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정답이 없는 인사 분야에서도 평가보상 분야는 가장 정답을 찾기 어려운 영역인 것 같습니다. 여러 분야의 회사에서 다양한 평가 방식을 경험하면서 점차 깨달음을 얻어가고는 있지만, 그럼에도 평가를 잘하는 방법을 한마디로 정의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 왜 그럴까요?
평가를 하기 위해서 결정하고 고려해야 할 사항들이 매우 많은데, 발생할 수 있는 경우의 수 마다 장점과 단점이 모두 존재하기 때문에 사실상 정해진 답을 찾기가 어려울 수밖에 없는 것이죠. 게다가 사람마다 성향과 감정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선호하는 제도들이 다를 수밖에 없고, 대부분이 자신을 실제보다 관대하게 생각하는 성향이 있기 때문에, 평가결과에 대한 만족도 또한 높을 수가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회사의 평가제도는 합리적이지 않아”, “도대체 회사의 인사평가 기준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라는 불만이 나오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합니다. 결국 어떤 제도를 도입하더라도 모두가 만족하는 제도를 설계하는 것은 불가능의 영역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평가제도를 잘 운영하기 위해서는 어떤 점에 신경을 써서 설계해야 할까요?
1️⃣ 무엇이 문제일까?
프로 스포츠 선수처럼 명확한 평가지표가 있다면 어떻게 될까요? 팀의 시즌 성적과 개인기록이 뚜렷하게 나와 있고, 이를 통해 개인의 활약을 비교적 객관적으로 판단하고 합리적으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기업에서는 일부 포지션을 제외하고는 개인의 기여도를 명확히 평가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조직 구조에 따라 특정 사업부는 이미 기반이 잘 되어 있어서 숫자로 성과를 쉽게 파악할 수 있지만, 신규 사업부는 무엇을 기준으로 ‘잘했다’라고 평가할지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도 존재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평가 제도를 운영하더라도 **소속 리더의 주관적인 판단에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 문제의 핵심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만약 리더가 AI처럼 객관적이고 치밀하게 평가한다면, 그 결과는 누구라도 인정할 수밖에 없는 결과가 나오겠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오히려 동기부여를 매우 저하시키는 상황이 발생되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평가자 교육을 잘 시키고, 평가를 잘 못하는 리더를 교체하면 해결될까요?
사실 평가자 입장에서도 할 말이 많습니다. 구성원들의 동기부여를 고려하려면 승진대상도 신경 써야 하고, 누구 하나 열심히 하지 않는 구성원이 없는데 상대평가나 Calibration을 통해 평가등급을 조정해야 하는 상황도 발생됩니다. 이러한 다양한 요소를 고려하다 보면 합리적으로 평가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을 합니다. 게다가 보상과 연계되다 보니, 아예 퍼포먼스가 매우 떨어지는 구성원이 아닌 이상 AI처럼 칼같이 운영하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닙니다.
2️⃣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될까요?
세상에는 훌륭한 평가방법론이 많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방법론은 전제조건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모든 리더가 이상적이고 공정한 사고를 한다는 가정 하에서만 성립하는 이야기라는 점입니다.
하지만 현실은 절대 그렇지가 않죠.
감정적으로 판단하는 리더, 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하는 리더, 목표설정과 배분을 잘못하는 리더, 무능한 프리라이더 리더 등 너무 다양한 리더들이 존재합니다. 결국 아무리 훌륭한 제도라도 이를 실행해주는 주체들이 그것에 부합하지 못한다면 평가의 질과 만족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죠.
그렇다면 HR에서 가장 신경 써야 할 부분은 무엇일까요? 회사의 성숙도와 문화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기본적인 방향성으로는 두 가지를 신경 써서 운영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첫번째는, 평가자와 피평가자 간의 목표와 성과에 대한 인식의 간극을 좁히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무엇을 평가할 것인지, 평가의 기준은 무엇인지 명확히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평가결과를 가능한 한 객관적으로 만드는 것입니다. 즉, 객관적인 평가기준을 설정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좋은 평가가 가능해집니다. 목표 설정이 너무 느슨하거나 이상적이 되면 평가결과는 리더의 주관에 의존하게 되어 오차가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가능한 목표를 객관적으로 설정하고, 이를 기준으로 평가를 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HR은 어떤 역할에 집중해야 할까요?
먼저 회사 사업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목표설정 초기부터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올바르고 필요한 지표를 설정하고, 각 부서별 공정한 목표 분배를 통해 불합리한 평가가 진행되는 것을 사전에 예방해야 합니다.
또한 리더가 구성원과 목표를 합리적으로 설정할 수 있도록 1on1 미팅 등 목표설정 및 리뷰 프로세스를 마련하고, HR에서 진행 결과를 검토하여 모두가 객관적인 목표관리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유도하여, 공정하고 객관적인 평가가 진행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두번째는, 평가자가 올바른 평가를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입니다.
완벽한 리더라면 별도의 가이드라인 없이도 정확한 평가를 할 수 있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기 때문에 평가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합니다. 평가 등급의 의미와 표현을 명확히 이해시키는 노력도 필요하지만, 이는 사람마다 다르게 해석될 가능성이 큽니다.
결국, '**올바른 평가란 잘하는 사람에게 좋은 등급을 부여하고,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는 낮은 등급을 주는 것'**입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잘하지 못하는 사람에게 좋은 등급을 부여하는 경우가 많아 전체적인 평가의 공정성이 저하됩니다. HR은 이러한 문제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합니다.
평가자 입장에서는 절대평가와 상대평가, 어느 방식이 쉬울까요?
각 제도별 장단점이 있고, 사람마다 편하게 느끼는 제도는 다르기 때문에 어느 방식이 더 나은 방법인지 판단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그러나 보상 분배 측면에서는, 절대평가라 하더라도 Calibration 과정은 필수적입니다. 결국 어떤 평가 방식이든 적정한 등급 분배는 반드시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 분배를 리더에게 전적으로 맡기기보다는 사전에 사업 실적과 연계하여 상위 등급에 대해서는 적절한 등급 분배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평가자가 이를 기준으로 평가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준다면 평가자가 더 정확하고 공정한 평가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3️⃣ 결론
저는 한때 성선설도 신봉했던 HRer였지만, 지금은 성악설에 더 가까운 시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평가에서도 성선설을 따른다면, 합리적인 제도와 교육만으로 모두가 합리적인 판단을 내릴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HR에서 끊임없이 ‘악마의 기운’을 차단하는 제도적 노력이 필요하며, 그래야 평가제도가 더 합리적으로 운영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끝으로 더 나은 평가제도를 만들기 위해 HRer가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것은 무엇일까요?
우선, 평가제도에서 나올 수 있는 다양한 대안들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요합니다. 다른 회사들이 하고 있는 제도를 단순히 파악하는 수준을 넘어서, 각각의 제도가 갖는 장점과 단점을 명확히 파악할 필요가 있고, 우리 회사의 사업과 문화에 가장 Fit이 맞는 제도가 무엇일지를 분석하고 고민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기반을 바탕으로 평가제도를 설계해 나간다면, 결국 더 나은 평가제도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오늘도 평가제도를 고민하시는 많은 분들이 계신 줄로 압니다. 함께 고민을 나눴으면 좋겠습니다. 도움이 되는 글이었기를 바라며,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김한민 in 인살롱 ・ 2024.1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