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일을 하면서 속도에 대한 이슈를 많이 경험해 봤다. 상사와 고객은 항상 "ASAP~"를 외친다. 하지만 실무의 입장에서 ASAP의 감도는 다를 수 있다. 그리고 안건에 따라 하루치 일과 일주일치 일, 한달도 부족한 일이 있기 마련이다. 실무자의 입장에선 항상 시간의 부족을 느낀다. 하지만 상사의 입장에서는 타이밍이 중요한데... "김대리! 어제 말한 OO건 어떻게, 초안 작업은 됐어요?" "아... 지금 준비중에 있습니다. (에이~ 어제 말하고 어떻게 하루만에...)" "그래? 그럼 언제 될까요? (급한 거 이해 못하나? 언제까지 알려 줘야 이해 하지?)" "최대한 빨리 하겠습니다." "네 빨리 보고해 주세요." [왜 상사는 항상 급하고 촉박하게 지시할까?] 회사에서 일을 하다보면 자주 경험하는 상황 아닌가? 요즘 새로운 회사에서 새로운 대표님과 대화를 하다보면 이와 유사한 상황에 상사의 입장을 듣곤 한다. "이상무는 분석력과 통찰력이 좋은데... 좀 느려~" 지금 것 많은 상사를 모셔봤다. 주니어 때는 팀장님이나 책임님들과 주로 대화를 했고, 팀장급 이상이 되면서는 주로 임원, CEO와 대화를 한다. 팀장급 리더들의 경우 보다는 임원급과 대화를 하다보면 이런 불만을 자주 듣게 된다. 왜 그럴까? 상황이 다른 것인가? 아니면 입장이 달라지면서 반응도 달라지는 것인가? 많은 경우 업무지시를 하고 수명받는 상황에서 기한을 언급하지 않는다. 팀장이 된 초기에는 이런 지시가 어색했다. 업무를 지시하고 중간 보고나 최종 보고에 대한 일정을 말하면 '마이크로매니징'한다고 생각할까봐 그랬던 것 같다. 팀장이 됐을 때는 기존 팀원이다가 승진한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지시한 팀원은 기존에 같은 팀원으로 선후배 사이였다. 팀장의 답답함을 함께 뒷담화 하기도 한 동지(?) 아닌가? 내가 팀장이 됐다고 그렇게까지 깐깐하게 업무 지시하는 것은 '사람 바꿨네...'란 평을 받을까 두렵기도 했다. 하지만 한 해 두 해 경험이 쌓이다 보니 명확한 것이 좋았다는 생각이 든다. 상사의 입장에서 보면 나만의 시간의 속도가 있다. 나의 숙련도와 경험에 따라 A라는 업무는 23시간이면 끝낼 수 있다고 판단한다. 그러나 지시 받은 팀원은 일 주일 짜리 업무라고 판단할 수도 있다. 물론 시간만은 아니다. 업무의 완성도 역시 차이가 있다. 같은 시간이라도 완성도 7080%는 될 수 있다고 보는데, 받은 초안을 보면 한숨만 나오기도 한다. [왜 이과장은 항상 느린가?] 박상무님이 지시한 내용이라고 전달받은 B라는 업무 보고서를 작성하려니 경쟁사 조사도 해야 하고, 우리 회사 내부에 자료도 충분치 않아서 외부 전문가의 도움도 필요하다고 봤다. 그래서 인적 네트워크를 풀로 활용해 정보취합 요청도 해 놨다. 팀의 입장에서 중요한 과업이라고 팀장은 부담을 준다. 그래서 나름 WBS를 만들어 1차 컨셉 보고는 일주일 뒤에... 초안 작업은 2주 뒤에 해야지 생각하는 찰라! 팀장님이 부른다. "이과장! 박상무님 어제 지시한 B 업무 보고서 어느 정도 진행했어?" "(급하기도 하셔라) 지금 WBS 만들었습니다. (보여드리면서) 금요일에 1차 컨셉보고 진행하려고 합니다." "(어휴~ 급하게 찾으시는데...)어쩌나? 금주 중에 초안이라도 보고 싶으시다는데?" "(이게 하루만에 할 수 있는 일이 아닌데...)네? 외부 자료조사도 해야 하는데..." "일단 만들어진 것 아무거나 좋으니 가져와 봐요~ 일단 조금 수정해서 1차 보고 진행합시다" "네? 네..." 예상컨데 이런 상황에서 팀장과 함께 1차 보고 들어가면 별 말은 없을 거다. 하지만 박상무 입장에서는 B 업무의 진도가 원하는 속도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리고... 해당 팀과 이과장에 대한 평가는... [지시자와 수명자의 업무 속도를 맞추는 방법] 팀장이든 사장이든 업무 지시를 받는 입장이라면 반드시 해야 할 것이 있다. **원하는 기한이 언제인지 확인하는 것**이다. 업무의 난이도에 따라 스스로 판단해서는 안된다. 아주 단순한 업무의 경우라면 기한을 정해야 한다. 지시하는 입장에서는 오늘까지, 혹은 이번 주 내에 진행되길 원하면 원하는 바를 반드시 언급해 줘야 한다. 하지만 상사의 입장이 되어 보면 모든 업무가 ASAP가 된다고 보면 대부분 맞다. 그렇기에 수명하는 입장에서 가능한 일정을 지시 받는 상황에서 확인받는 스킬이 필요하다. 필자는 속도에 있어 지적받은 일이 거의 없다. 왜냐하면, 항상 업무 기한을 확인 받기 때문이다. 사장이던 임원이던 업무 지시를 받으면 원하는 기한 내에 마무리 한다. 필자는 요구 받은 업무의 난도가 높은 반면 기한이 촉박해도 걱정하지 않는다. 거칠지만 무조건 기한에 맞춘다. 오히려 원하는 기한 전에 선제적으로 보고를 진행한다. 한 두 시간 짜리 업무야 그냥 쳐내고 하면 된다. 하지만 일 주일 정도 기한이 있는 업무라면 무조건 하루 뒤에 생각을 정리해서 방향성에 대한 컨센서스를 맞추고자 시도 한다. 요즘 같은 VUCA의 시대에서 지시한 입장에서 난도가 높고 복잡성이 높아 보이는 업무의 경우라면 본인도 확실한 아웃풋 이미지가 없을 수 있다. 그렇기에 현 위치에서 동서남북 어디로 갈지 정도의 방향성만 정해도 일이 훨씬 용이해 진다. 일 주일 짜리 업무라면 하루 만에 남쪽인지 동쪽인지 정하는 것이다. 그렇게 정해지만 그 범위 내에서 구체화를 하는 것이다. 지시한 본인도 확실하지 않다는 것은 완성도가 높고 낮음을 판단할 기준이 정해져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럴 때 가장 중요한 기준은 바로 기한내 보고인 것이다. 기한을 지키기 못하고 늦었지만 완성도가 높은 것과, 기한 내에 완성도가 조금 떨어진 보고 중 상사는 대부분 후자를 더 높게 평가하고, 일잘러 직원으로 평가할 것이다. 무조건 기한만 맞추는 것이 아니다. 전체 일정 중 초반에 준비하고 있는 방향성에 대한 컨센서스를 맞추고 나서 기한 되기 전에 보고를 하는 것이다. 마지막 팁을 드린다면, 반드시 조금은 수정 할 수 있는 시간을 벌어라. 금요일까지라고 해서 금요일 퇴근 무렵에 보고하지 마라. 금요일 오전에 보고를 하면, 약간 아쉬운 부분에 수정 요청이 있고, 이를 반영해 오후에 마무리를 하도록 일을 처리해 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