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92세가 넘었는데도 여전히 회사를 다니는 사람이 있습니다. 66년째 한 회사를 다니고 있으며, ‘세상에서 최고령 총무부 직원’이라는 타이틀로 기네스북에도 이름을 올렸습니다. 1930년생 일본인 다마키 야스코입니다. (지금은 94세가 되셨을 듯합니다. 아직 살아 계신 것 같습니다.) 한국에서는 정년이 60세가 되면 대부분 퇴직을 합니다. 사실 60세까지 다니는 사람도 많지 않죠. 퇴직 관련 통계를 보면, 평균 퇴직 연령은 49.3세이고, 정년을 채우는 비율은 약 8.5%라고 합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책 표지를 보고 흥미가 생겼습니다. 92세에도 회사를 다니고 있는 분이 있다니. 왜 이렇게 오랫동안 일을 하게 되었을까? 그럴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이 분의 이야기를 보다 보면 뭔가 깨달음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총무 업무는 전문적이기보다는 다방면에 걸친 일반적인 영역입니다. 애매한 업무가 생기면 총무부로 가는 경우가 많죠. 그래서 잡일이라고 할 수 있는 업무도 많습니다. 다마키 야스코가 처음 회사에 들어왔을 때도 온갖 잡일을 맡았습니다. 영업 지원뿐만 아니라 점심시간에 직원들이 먹을 빵이나 도시락을 사러 가고, 기숙사에서 생활하는 직원들의 식사를 준비하기도 했습니다. 기대와는 다른 업무에 육체적으로도 힘들어 일주일가량 회사에 나가지 않은 적도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사촌 언니에게 따끔히 혼이 난 후, 마음을 다잡고 회사를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66년이 흐르며 회사생활에서 느낀 점들을 책을 통해 전해주고 있습니다. 일을 대하는 자세, 실수를 줄이고 업무에 균형을 맞추는 법, 선후배 사이의 예절 등등. 개인적으로 인상 깊었던 부분은 일을 대하는 태도와 꾸준히 성장을 추구하는 모습, 그리고 건강을 챙기는 습관이었습니다. 일을 대하는 태도 “상사가 일을 지시하면 그 일은 이제 여러분의 일이 됩니다. 상사가 시켜서 억지로 하는 일이 아니라, 여러분이 해내야 하는 일이죠. 중요한 일로 여기고 꼼꼼히 마무리 짓는 습관을 들이세요. 부탁받은 일이라 해도, 일단 맡았으면 그 일에 책임을 다해야 해요.” “나는 평소에 ‘어떻게 하면 일을 더 잘할 수 있을까? 좀 더 효율적으로 일할 방법은 없을까?’라고 자주 생각해요. 그래서 반복되는 일도 지루하지 않고 늘 새로운 마음으로 임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지난달보다 이번 달이, 어제보다 오늘이 더 나아질 것이라고 믿으며 즐겁게 일하고 있습니다. 그런 마음으로 일하면 놀라운 발견을 할 수 있는데, 바로 의욕이 생긴다는 점이에요.” 다마키 야스코가 오랫동안 일할 수 있는 이유는 일을 대하는 태도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처음부터 위와 같은 생각을 했던 것은 아니겠죠. 오랜 세월 회사생활을 하면서 경험을 통해 터득한 것이 아닐까 추측합니다. 시키는 대로만 하는 수동적인 태도가 아니라, 자기 일처럼 책임감을 갖고 일하는 능동적인 자세가 돋보입니다. 이 때문에 더 잘할 수 있는 방법을 찾으며 늘 호기심을 가지게 됩니다. 매일 똑같은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항상 새로운 시각으로 일을 바라보기에 같은 일에도 지루함을 느끼지 않습니다. 성장을 추구하는 모습 “나는 지금까지 매일 아침 20분을 투자해 신문 헤드라인을 확인하고 있습니다.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뜻을 찾아보고요. 요즘은 듣도 보도 못한 영어 단어가 업무 환경에서도 종종 쓰이기 때문에 이런 과정이 꼭 필요해요. 예를 들어, ‘5G, DX, GX’ 같은 단어는 10년 전에는 신문에서 거의 찾아볼 수 없던 말이었어요.” “독서는 내 삶에서 중요하게 여기고 실천하는 일 중 하나입니다. 인간은 미완성인 존재예요. 회사의 업무를 개선하는 데 끝이 없듯, 사람도 스스로를 갈고닦는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안 됩니다. 세상은 시시각각으로 변화하니까요. 계속 공부하지 않으면 나이가 들수록 뒤처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독서는 아주 유용한 평생 학습 수단인 것 같아요.” 다마키 야스코는 아직까지도 성장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매일 20분씩 신문을 읽을 뿐 아니라, 주간 <이코노미스트>도 읽고 있다고 합니다. 사회 전반의 동향이나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미국과 중국의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독서를 중요하게 여겨 지금까지도 꾸준히 읽고 있으며, 최근에는 전자책으로도 많이 읽고 있다고 합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것을 몸소 보여주는 분입니다. 건강을 챙기는 습관 92세의 나이에도 일을 할 수 있는 가장 큰 요인 중 하나는 건강입니다. 건강하지 않으면 일을 할 수가 없겠죠. 다마키 야스코가 오랫동안 건강하게 일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크게 네 가지 습관에 있습니다. 건강한 식사 다마키 야스코는 오랫동안 큰 병에 걸린 적이 없다고 합니다. 건강 관리에 큰 신경을 쓰는 편은 아니지만, 매일 정해진 시간에 균형 잡힌 식사를 하려고 노력합니다. 명상과 반야심경으로 정신 건강 챙기기 또한 50년 넘게 매일 아침 30분 정도 요가와 명상을 하고, 명상이 끝나면 반야심경을 외운다고 합니다. 다마키 야스코가 긍정적인 정신을 유지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가끔 명상을 빼먹으면 몸과 마음이 찌뿌둥해질 정도로 명상과 반야심경은 정신 건강에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출퇴근은 대중교통으로 신체 건강 챙기기 다마키 야스코는 출퇴근을 BMW로 한다고 표현하는데, 이 BMW는 대중교통(Bus, Metro, Walk)을 뜻합니다. 노화는 다리와 허리에서 시작된다고 하기에, 매일 왕복 2시간의 출퇴근을 하며 다리와 허리를 건강하게 유지하고 있습니다. 짧은 시 짓기로 뇌 건강 챙기기 나이가 들면 많은 사람들이 치매를 걱정합니다. 다마키 야스코가 92세에도 인지 기능이 건강한 이유는 식사, 명상, 출퇴근 운동 외에도 시를 짓는 습관 덕분인 것 같습니다. 짧은 시를 자주 지으며 적절한 단어를 찾고 생각하는 과정을 통해 뇌를 자극하고 있습니다. 이 외에도 회사생활에 도움이 되는 생각과 경험들이 책에 많이 담겨 있습니다. 할머니가 손자에게 회사생활을 어떻게 하면 좋은지 애정을 담아 조언해주는 느낌입니다. 어찌 보면 올드하고 뻔한 이야기일 수 있지만, 진리에 가까운 조언이라는 점에서 점점 더 큰 깨달음을 줍니다. 요즘 회사생활에 대해 진지하게 이야기해주는 어른을 만나기 어려운 시기입니다. 어르신의 회사생활 조언을 얻는 시간이었습니다. 100세까지 현역으로 일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100세 퇴직 후에는 수필가가 되고 싶다는 멋진 할머니를 계속 응원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