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한 것은 뜯어고친다는 행위 그 자체입니다"_무라카미 하루키 연말 성과 평가 시즌이 다가오면서, '피드백'에 관한 논의도 점차 늘어나고 있습니다. 리더는 피드백을 잘 해서, 구성원이 수용할 수 있도록 해야하며, 구성원 또한 그것을 잘 수용해야 성장할 수 있다는 논의가 가장 중심에 있는 듯 한데요. 리더도, 구성원도 피드백이 중요한 줄 모르는 분은 안 계실 것 같지만, '참 이게 어렵다!'는 데도 동의하실 듯 합니다. 특히, '부정적 피드백'이 어렵습니다. 리더는 괜히 내 부정적 피드백을 듣고 팀원의 동기가 저하되지 않을까, 걱정합니다. 동시에, 구성원은 리더에게 익명 설문을 빌려 부정적 피드백을 할 때굉장히 고민하죠. 개선은 되었으면 좋겠는데, 힘들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랄까요. 물론, 결과적으로는 그 사실을 알게되면 둘 모두 기운이 빠진 채 지낼 가능성이 높죠. 회사란 내 사람의 '인정'이 중요한 곳이니까요. 위와 같은 고민을 조직문화 담당자로서도 많이 듣고, 저 또한 한 명의 구성원으로서 동일한 고민을 했습니다. 보완과 개선 피드백을 받을 때, 어떤 마음가짐을 가져야 하는 것일까. 100% 모두 다 수용하고 내 것을 포기해야 하는 것일까? 그 방향성은 항상 맞는 것일까? 나랑 맞지 않는 옷을 입는 느낌이 들 때는 어떻게 해야할까? 하구요. 그런 고민의 순간에 하루키의 문장을 만났습니다. 그의 책 [직업으로서의 소설가]는 그 자체로도 좋지만 '피드백'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물론, 내용은 제가 하루키를 좋아하는 이유와 같이 제 예상을 빗겨갔습니다. 보통 피드백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되면, 위 내용처럼 '피드백을 잘 하는 법' 또는 ‘수용성’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는데요. 하루키는 조금 더 나아가 ‘피드백’ 그 자체의 중요성과 ‘태도’에 관한 이야기를 합니다. 피드백을 받으면 누구나 아플 수 밖에 없다는 것은 아실 겁니다. 정말 누구한테 들어도 최소한 3초, 아니 5초 간은 ‘반박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이 사람아닐까요? 하루키도 편집자에게, 아내에게 글에 대한 피드백을 받으면 가끔은 1주일 동안 그 화가 가라 앉지 않을 때도 있었다고 합니다. 감정을 표출하는 상황도 꽤 있었구요. 하지만, 꼭 지키는 한 가지 규칙이 있는데, 감정과 관계 없이 **[피드백을 받은 문장은 무조건 고친다]**고 합니다. 설사, 그 피드백에 동의하지 않다고 하더라도요. 정말 흥미로운 건 이 부분인데, 피드백을 받은 방향성과 아예 반대로 고쳐버릴 때도 있다고 합니다. 지적에 동의할 수 없을 때는 말이죠. 그러면 누군가 이렇게 물을 것 같습니다. “그러면 뭐하러 피드백을 받아요?.” 하루키는 그에 대한 대답도 꽤나 분명합니다. 그가 문장을 고치는 이유는 ‘누군가가 지적했다면 어찌됐건 그 부분이 뭔가 문제를 내포하고 있으며, 소설의 흐름을 턱턱 막는(그럴지도 모르는) 원인을 찾아낸 기회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하루키는 피드백의 방향성보다도, 문제를 인식하고 개선하는 행위 자체에 의미를 두고 있습니다. 소설가로서 자신의 업의 본질이 결국은 타인에게 읽히는 콘텐츠를 창작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절대 잊지 않는 것이죠. 회사에서 우리는 보통 피드백을 주고 받을 때, 그 의견이 맞는지 그 아이디어에 대해 논의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그러다 보면, 어떤 의견이 더욱 타당한지에 대해 서로 주장하게 되고, 결국 감정이 상하게 되며 실제 개선은 일어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럴 때, 하루키의 문장을 떠올릴 수 있다면 더욱 중요한 것에 다다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아, 물론 정기 피드백은 '믿을만한' 2-3명의 사람에게 받는 것이 정신건강에도 좋다고 하네요🤣 화이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