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출처 : Pinterest 어릴 때부터 양말을 머리맡에 두고 자면 다음 날 산타 할아버지가 그 안에 선물을 가득 넣어준다는 이야기가 있었죠. 비록 이제는 대가 없는 선물 따위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 세계의 고리타분하고 공공연한 사실을 알아버린 따분한 어른이 된지 오래지만 그래도 여전히 내년의 저는 또 어떻게 달라질지 남몰래 미래를 꿈꾸는 순수함을 지닌 겉만 커버린 아이의 모습을 지닌 어른이기도 합니다. 약간의 수족냉증이 있는 편이라 여름과 겨울을 내기에 붙인다면 늘 여름을 택했던 저지만 이렇듯 겨울만이 선사하는 특유의 격앙되고 들뜬 기분은 더운 날엔 결코 느낄 수 없는 감정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그리하여 제게 연말은 추위라는 존재가 꿈과 사랑과 희망을 안겨다 주는 시즌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작은 바람에도 코끝이 찡하게 시려오고, 조금만 떨어진 기온에도 손끝이 차가워질 때면 저는 자연스레 연말을 생각합니다. 그래서 재미있게도 그 해의 10월과 11월이 얼만큼 일찍, 그리고 얼마나 많이 추웠느냐에 따라 제가 체감하는 연말의 시기가 달라집니다. 대체로 10월 말부터 그 느낌이 오는 편이지만 작년에는 11월의 초입에 연말을 떠올렸던 것 같습니다. 다들 그렇겠지만 매해 이맘 때쯤이면 저는 저의 지난 날을 돌아보고, 과연 새해에 다짐했던 내용을 제가 조금이나마 지켜왔는지 확인합니다. 그러다 보면 시간의 흐름을 새삼 깨달으며 기록의 중요성을 실감하게 되기도 하지요. 이렇게 한 해를 곱씹어보니 올해도 참 많은 일이 있었고, 참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고, 참 좋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무턱대고 그저 행복하게 해달라는 바람은 저버린지 오래이니 그냥 제가 지금까지 노력해온 것들에 대한 보상은 다만 다 받고 싶다는 심정입니다. 이제 제 양말은 새것이지도 않고, 무작정 커다랗지도 않지만 헤진 부분이 있다면 기웠고, 부족하다면 천을 덧대는 방법을 익혀 나름대로 멋진 외형을 일궈낸 것 같습니다. 이만큼이나 성장할 수 있었던 건 연말이 오기까지 제 곁을 지켜주고 저와 함께해준 사람들이 존재해서겠지요. 더워도 추워도 언제나 양말은 신어야 하고, 좋아도 미워도 언제나 연말은 우리를 찾아오니 그래, 내가 두 팔 벌려 환영하고 이를 받아들일 수밖에. 그렇다면 미리 인사해볼까요 안녕 나의 2024년, 잘 부탁해 나의 2025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