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 HR 5. 전함 테메레르의 마지막 항해 : 떠나보내는 품격(미술) “인문학의 지혜에서 HR 인사이트를 찾다” (5편) 전함 테메레르의 마지막 항해 전함 테메레르는 한 때 영국의 영광의 시대를 상징하던 함선이었습니다. 트라팔가르 해전을 승리로 이끈 주역으로, 해가 지지 않는 대영제국을 만드는 데에 큰 공을 세웠습니다. 그러나 증기선 시대가 오면서 이 함선도 효용을 다했습니다. 낭만주의의 대가 J.M.W. 터너의 역작, ‘전함 테메레르의 마지막 항해’에서는 테메레르 호가 해체를 앞두고 증기선에 의해 예인되는 모습을 담고 있습니다. 어찌 보면 함선이 증기선에게 힘없이 끌려가며 마지막 순간을 맞이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저물어가는 범선의 시대에 대한 애잔함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우측에 두텁게 칠해진 붉은 석양은, 함선이 만들어냈던 영광의 시대를 장렬하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막을 내리고 있을지언정, 그 시대는 용기와 의지로 가득했다고. 또 새로 떠오를 시대를 위한 든든한 토대가 되었다고 말입니다. 작가는 작품을 통해 함선과 시대에 대해 깊은 예우를 표했습니다. 이런 장엄한 퇴장을 보고 있으면 ‘떠나 보내는 품격’에 대해 생각하게 됩니다. 그럼 우리가 무언가를 떠나보내는 자세는 어떨까요? 생각거리 : 남녀 사이, 헤어짐의 품격 남녀가 만나고 헤어지는 것은 자연스럽습니다. 헤어짐의 순간이 왔을 때, 이별의 형태는 매우 다양합니다. 그곳에서도 우리는 헤어짐의 품격을 찾을 수 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외면하듯, 회피하듯 이별합니다. 만난 기간과 상관 없이 간단한 문자나 카톡으로 이별을 통보해버리기도 하고, 잠수이별을 해버리거나, 심지어는 상대방이 견디지 못하고 먼저 헤어지자는 말을 꺼낼 때까지 상대의 마음을 말려버리기도 합니다. 이는 비겁한 행동입니다. 자신의 불편한 감정을 마주하기 싫고 외면하고 싶은 마음에, 자신이 하고 싶은 말만 편하게 골라 일방적으로 해버립니다. 이러다보니 상황을 은근히 상대방의 책임으로 돌려버리기도 합니다. 상대는 그 때까지 만나며 나눴던 마음의 크기만큼 상처 받게 됩니다. 상대의 마음이 이 정도였나 실망하고, 자신이 줬던 마음과 시간이 아까워서 아파합니다. 이별을 ‘준’ 사람에겐 성장이 없고, 이별을 ‘당한’ 사람에겐 비참함만 남습니다.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헤어짐도 관계에서 매우 중요한 순간임을 압니다. 그들은 자신들의 불편한 감정들을 피하지 않고 모두 마주합니다. 그렇게 꼭 해야 할 이야기들을 필요한 만큼 깊게 나눕니다. 함께 해서 좋았음을 이야기하고 감사를 나눕니다. 못 다 준 사랑이 있음을, 혹은 잘 못해준 것이 있음을 사과하고 용서합니다. 어떤 면이 맞지 않아 헤어지는지 정확히 이야기합니다.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상대의 부족함을 안아줍니다. 마지막으로, 서로 다른 길을 걸어갈 상대의 미래를 축복해줍니다. 마무리가 좋으면 다 좋습니다. 이런 헤어짐을 해내고 나면 깊은 여운이 남습니다. 상대와 함께 했던 시간, 나눴던 마음을 소중한 삶의 기억으로 간직하게 됩니다. 혹시 아직 인연이 다하지 않았다면, 언젠가 다시 만나볼 어렴풋한 기약도 가질 수 있습니다. 전자와 후자의 사람들을 떠올려보세요. 이들이 만나는 중에도 상대를, 관계를 어떻게 대했을지 그려볼 수 있습니다. 회사가 직원을 떠나보낼 때 여러분의 회사는 어떻게 직원을 떠나보내나요? 여러분은 테메레르호를 어떻게 보내주나요? 혹시 그저 ‘쓸모가 다했다’며, 한물 간 흉물 취급을 하며 얼른 고철더미로 보내버리려고 하진 않나요? 만약 그렇다면 당사자는 어떻게 느낄까요? 그 때까지 회사와의 ‘만남’이 아무리 좋았더라도 더없는 배신감과 비참함만이 남을 것입니다. 그 상황을 받아들이고 상처를 소화해내기 위해, 그 이전까지의 회사생활 전체를 부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것을 보는 다른 직원들은 어떨까요? 언젠가 회사와 나의 헤어짐도 그럴 것을 안다면, 이미 지금 하고 있는 ‘만남’도 차갑고 냉정한 태도로 대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우리는 그보다 더 잘할 수 있습니다. 떠나는 테메레르 호들에게 장렬한 석양을 비춰주세요. 그들에게 해야 할 이야기들을 필요한 만큼 깊게 해주세요. 상대가 기여한 바들을 되짚으며 감사를 표해 주세요. 당신이 있어 인간적으로도 좋았음을 꼭 이야기해주세요. 서로 더 잘해주지 못했음을 아쉬워해주세요. 떠나는 이유에 대해 필요한 만큼은 솔직히 이야기해주세요. 서로 다른 길을 걸어갈 상대의 미래를 축복해주세요. 마무리가 좋으면 다 좋습니다. 이렇게 떠나고 나면 깊은 여운이 남겠지요. 이 회사에서 지냈던 시간, 나눴던 마음을 소중한 삶의 기억으로 간직하게 될 것입니다. 혹시 아직 인연이 다하지 않았다면, 언젠가 다시 돌아올 어렴풋한 기약도 가질 수 있습니다. 이를 바라보는 다른 직원들 또한 언젠가 나도 그러한 헤어짐을 가질 것이라 그리게 됩니다. 그러면 지금 갖고 있는 ‘만남’에 더 깊이 있게 임하게 될 것입니다. 함께 한 시간의 의미와 깊이를 더해주는 진한 마무리. 이것이 떠나보내는 품격이 아닐까요? “인문학의 지혜에서 HR 인사이트를 찾다” (심리)도파민과 세로토닌 : 우리 조직의 철학엔 이 호르몬들의 함량이 어떠한가? (사회)이란 사태와 군주론 : 선택과 자유 그리고 통제 (역사)사성자한상송 : Yes의 가치를 높여주는, 조직의 No (문학)해에게서 소년에게 : 청춘의 본능을 펼치지 못하는 청년들을 위해 (미술)전함 테메레르의 마지막 항해 : 떠나보내는 품격 (철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