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출처 : Pinterest 글을 쓰기에 앞서 2022년 5월 30일의 기록을 빌려와봅니다. 때는 <나의 해방일지>가 종영하던 어느 봄날입니다. 나의 지난 두 달을 찐-득하게 함께해준 드라마. 한국 작품에 대한 편견이 있었지만 그거 깨고 보길 참 잘했다. 주인공 of 주인공은 ‘염미정’과 ‘구씨’였겠지만 왜 나는 회차가 진행되는 내내 유독 ‘염기정’의 행복을 바랐는지 비로소 오늘이 되어서야 깨달았다. 매 순간 솔직한, 감정을 표현함에 거리낌이 없는, 여과없이, 그저 생각한 대로 말을 뱉을 수 있는 그녀가 부러웠던 거다.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이, 느껴지는 대로, 오롯이, 온전하게. 행복했으면 좋겠다. 그저 행복만 했으면 좋겠다. 나도 ‘염기정’도. 끝까지 추앙하겠다. 응원하겠다. 꼭. 이 작가의 전작은 <나의 아저씨>로, 제 주변 사람들이 종종 인생 작품으로 일컫는 드라마를 만드신 분입니다. <나의 아저씨>는 1화를 보다 내용이 너무 어두워서 시청하기를 잠깐 멈췄는데, <나의 해방일지>를 감상하고 나니 다시금 정주행을 시작할 용기가 생겼습니다. 작가가 드라마에 녹이고자 하는 분위기나 느낌을 이해했기 때문이겠지요. 그리고 번외로, 노리신 건지 모르겠지만 (?) 공교롭게도 작가의 전작과 최신작이 모두 ‘나의’로 시작하는 바람에 이 다음에 제작될 드라마도 그 시리즈의 뒤를 잇게 될지 궁금하기도 했습니다. 어쨌거나 이 드라마의 명대사는 뭐니뭐니해도 ‘염미정’이 ‘구씨’에게 내뱉었던 “나를 추앙해요”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본 방송으로 보고 있었는데 이 멘트를 끝으로 장면이 마무리되어서 내가 들은 말이 맞는지 잠시 벙쪘던 순간이 있었거든요. 재밌었던 건 저뿐만이 아니라 해당 회차를 본 대부분의 시청자들 또한 저와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는 사실입니다. 그래서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 등의 SNS가 이때 한창 ‘추앙해달라’는 내용으로 잠시 붐볐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가 평소에 자주 쓰는 용어가 아니니까요. 가끔 문학 작품에서나 볼 듯한 어휘가 TV 프로그램에서 배우의 입을 통해 나오다니. 그간 친구들이 드라마 대본집을 산다거나, 또는 사고 싶다고 하는 일이 왕왕 있긴 했는데 저도 <미스터 션샤인> 이후로 오랜만에 그 말을 체감하게 되었답니다. 모쪼록 지금까지 내가 봐오고 접한 작품 중에선 ‘염기정’이 제 인생 캐릭터에 제일 가까운 것 같습니다. 알게 모르게 책임감을 강하게 느끼며 ‘K-장녀’로 살아온 저로서 그녀가 가진 솔직함과 당찬 성격이 내 마음을 이끌었다고나 할까요. ‘내가 감히 그럴 수 없어서, 그녀를 통해 내가 되고 싶은 나‘를 투영하는 느낌? 그렇습니다.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이, 느껴지는 대로, 오롯이, 온전하게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그저 행복만 했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염기정’도. 그래서 끝까지 추앙하고, 또 저도 누군가로부터 지독하게 추앙받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