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출처 : Pinterest 쨍한 햇빛이 뜨겁게 내리쬐는 후덥지근한 날들의 연속, 역설적이게도 그 붉은 뙤약볕 아래에서 저마다의 푸르름을 머금고 무섭도록 자라나는 식물들, 그리고 어떤 날이면 먹구름을 잔뜩 몰고 와서는 대차게 빗줄기를 뿜어내는 하늘을 품었던 계절 '여름'을 두고 혹자들은 흔히 '여름이었다'고 말합니다. 끝으로, 누군가의 이름을 다정하게 불러주기까지 한다면 그 힘은 배가 되지요. OO아! ... 여름이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랄까요. 그런 계절을 뒤로 하고 어느새 성큼 가을이 찾아왔습니다. 그토록 길고 길어서 어쩌면 우리가 너무나도 찾아 헤맸던 시간. 안타깝게도 점점 높아지는 지구의 온도 속 조금씩 흐릿해져가는 사계절의 경계선에서 제게 봄, 여름, 가을, 겨울 중 베스트를 꼽으라면 이제는 봄보다 가을이라고 답하고 싶어지는 요즘입니다. 추위를 잘 타기에 차라리 더위를 선택하는 저였지만 왜일까요. 뜨거운 것들도 결국 시간의 힘을 빌리고 나면 차가워진다는 것을, 끓기까진 오래 걸리지만 식은 상태를 유지하는 것은 그 자체로도 에너지가 덜 든다는 것을 비로소 느낀 탓일까요? 이맘 때쯤이면 늘 그랬습니다. 10월과 11월의 사이에서 저는 항상 쓸쓸함과 고독함, 외로움, 처연함 등의 감정을 앓았습니다. 아직 많이 이르겠지만 이때부터 저는 남몰래 캐럴을 들으며 한겨울의 크리스마스가 내게 안겨줄 낭만을 종종 상상해보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혹독한 겨울이 와도 결코 눈이 내리지 않을 대한민국의 따뜻한 남쪽 지방 어드메에 살았으면서 말입니다. 농익어가는 저의 1년을 색깔에 비유하자면 봄부터 서서히 올라오는 분홍빛 감정은 여름이 되면 무르익어 붉은빛이 되고, 가을로 접어들면서부터는 갈색빛, 겨울에 이르러서는 까맣게 타버려 재가 된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래서인지 가을이 되면 저는 한껏 성숙해집니다. 깊어지고 성장합니다. 때로 어떤 해에는 열매를 맺고 이를 따먹는 날도 있더랬습니다. 자, 이제 다시 한번 서술해볼까요. 많은 사람들이 말하며 '청춘' 하면 생각나는 어떠한 느낌의 대명사로 자리잡게 된 '여름이었다'라는 다섯 글자가 선사하는 감정이, 비록 저 홀로 전하고 또 언급하지만 오롯이 제가 정한 '가을이다'라는 네 글자가 주는 감동보다 더 크다고 할 수 있을까요? 어느 누구도 그 크기를 재보자고 하지 않았고, 그래서 시킨 이 또한 당연히 존재하지 않지만 괜스레 저 혼자서 이런저런 고민을 해가며 글을 쓰고 있는 연유란 '가을'이라는 계절이 제게 주는 응당 자연스러운 현상의 하나인 것일까요? OO아! ... 가을이었다. 제게 이런 계절입니다, 가을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