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업일치’. 덕질과 직업이 일치한다는 말로 개인의 관심사를 직업으로 삼은 사람들을 일컫습니다. 이에 더해 ‘일놀놀일’이라는 단어가 등장합니다. 이 말은 도서 일놀놀일(김규림, 이승희 저, 2022)에 등장한 신조어이자 일하듯이 놀고 놀듯이 일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덕업일치와 일놀놀일 모두 많은 직장인들이 바라지만 쉽게 이룰 수 없는 꿈 아닐까? 이를 실현시킬 수 있는 곳은 과연 존재할까? 싶던 찰나, 수업을 통해 미국 기업들의 조직문화를 살펴볼 기회가 생겼습니다. 그리고 그런 꿈의 회사가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됐죠. 그곳은 바로 아웃도어 의류 기업 ‘파타고니아’였습니다. 파타고니아는 꿈의 회사라는 명성에 맞게 포츈지 선정 일하기 좋은 10대 기업이자, 구성원들의 연간 이직률은 고작 4%에 불과합니다. 덕업일치와 일놀놀일의 결과가 ‘4%’라는 숫자로 증명되는 셈입니다. 과연 무엇이 파타고니아를 특별하게 만들며, 그들은 어떻게 두 가지 키워드를 실천하고 있을까요? 1. 구성원 선발 과정에서부터 실현되는 ‘덕업일치’ 우리는 지구를 구하기 위한 사업을 하며, 이를 함께할 수 있는 사람을 찾습니다. 우리는 사무실보다 산이나 야외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 Patagonia의 사용자를 찾습니다. 우리가 ‘실내 문화’를 추구한다면 최고의 아웃도어 의류를 생산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출처: 파타고니아 미국 조직문화 및 채용 페이지) (출처: 파타고니아 블랙프라이데이 뉴욕 타임즈 광고) 파타고니아는 창립 이래 다른 기업과는 다른 행보를 보여왔습니다. 연중 대목인 블랙프라이데이에는 “Don’t’ Buy This Jacket”이라는 역광고를 통해 자사 재킷을 사지 말고, 중고거래 혹은 수선을 통해 지구 환경을 살려달라는 광고를 해서 화제를 모았습니다. 뿐만 아니라 이러한 행동을 뒷받침하는 ‘Worn Wear’ 제도를 통해 무상 수선을 지원하고, 더욱 오래 입기 캠페인을 통해 환경 보호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더불어 이들은 환경 피해의 중심에 자신들의 비즈니스가 있다는 사실을 인식한 이후 모든 면 의류는 유기농 면으로 교체하고, 페트병에서 추출한 합성섬유로 플리스 재킷을 만듭니다. 위의 행보에서 알 수 있듯 기업의 미션은 ‘지구를 구하는 것’이며, 그 일원이 된다는 것은 이러한 가치에 동의하고 진취적으로 환경 보호에 앞장선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또한 기업의 핵심 사업이 아웃도어 제품인 만큼, 서핑, 등산, 캠핑 등의 취미 생활을 즐기는 중에 아이디어를 떠올릴 수 있는 사람을 찾습니다. 이에 채용 시 지원자가 어떤 가치를 중시하고 이를 어떻게 실천해왔는지를 중점으로 살펴봅니다. 평소 야외 활동을 즐기는지, 해당 활동 중 파타고니아의 제품을 사용하고 테스트한 경험은 있는지, 야생 동물 및 환경 보호 활동 여부 등을 확인함으로써 개인이 추구하는 가치와 기업의 가치가 자연스레 맞닿는지를 확인합니다. (출처: 파타고니아 미국 공식 홈페이지) 더불어 지원자의 ‘액션 워크’ 참여 경험 여부도 중요합니다. 파타고니아 액션 워크는 로컬 환경 이벤트 참여, 청원, 자원봉사, 기부 등을 포함하는 환경 운동인데요. 이는 지원자가 회사의 일원 된 이후에도 환경 보호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척도이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파타고니아는 개인의 모든 가치가 아닌 기업과 개인이 ‘공유하는 가치’를 추구하며, 인재 선발 과정에서부터 ‘덕업일치’를 실현시키고 있습니다. 2. 가치 실현을 돕는 ‘일놀놀일’ 제도 실행 덕업일치를 실현할 수 있는 구성원을 선발했다면 그들이 꿈꾸는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것 또한 중요합니다. 파타고니아가 특별한 이유는 각종 제도를 통해 ‘일놀놀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구성원들이 기업의 철학을 체화하도록 한다는 것입니다. 이에 ‘회사를 위해 일한다’는 대전제에는 1) 환경에 대한 책임을 진다는 것 2) 노는 것을 즐기는 것 3) 가족 중심이라는 것’이라는 브랜드의 비전과 가치가 적용되며, 다음의 정책들을 통해 가치 실현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출처: 파타고니아 미국 공식 홈페이지) 1) 환경에 책임을 지는 것 유급 환경 인턴십: 사무실 대신 구성원이 선택한 비영리 환경 단체에서 최대 2개월간 근무가 가능하며, 월급 전액 지급 시민 불복종 운동 지원: 비폭력 캠페인(환경운동 포함) 참여 구성원에게 보석금 지급 대체 교통비 상환: 출퇴근 시 자전거, 스케이트보드, 도보, 카풀 이용 구성원에게 분기별 교통비 지급 2) 노는 것을 좋아한다는 것 파도가 칠 때는 서핑을 정책: 근무시간 자율 선택 제도를 통해 등산, 서핑, 학습 등 여가 활동 및 임직원들의 일과 삶의 균형을 지원 9/80 워킹 정책: 하루 9시간 근무 및 격주에 하루는 쉬어가는 정책. 직원들의 긍정적 에너지 유지를 돕고, 공식적인 사무실 폐쇄를 통한 운영 비용 절감 3) 가족 중심이라는 것 사내 어린이집 운영: 미국 전역 사내 어린이집이 120개에 불과하던 1980년부터 운영, 가족 친화 기업에 필요한 법규와 기준 마련 뒤 법률로 통과시킴 임직원 스키 여행: 매년 캘리포니아 맘모스 마운틴(Mammoth Mountain)에서 열리는 단합 목적 스키 여행의 보조금 지급 마치며 파타고니아는 우수 품질 및 기업 윤리, 세계 최고의 ESG 모범 기업으로 꼽히며 작년 한 해 미국인들이 가장 사랑한 브랜드 1위를 차지했습니다. 또한, 미국 구인구직 사이트 글래스도어(Glassdoor)에서 5점 만점 중 4.1점의 만족도 보유와 함께 현직원 81%는 일하기 좋은 곳으로 기업을 추천하고 있습니다(‘24년 9월). 이는 개인과 회사가 추구하는 공동의 가치에 구성원이 적극적으로 공감하며 발생한 시너지의 결과이자, 다음과 같은 시사점을 남깁니다. 1. 개인이 추구하는 가치와 회사가 추구하는 가치의 교집합은 무엇인가? 2. 그 가치를 실현하며 긍정적 동기를 발현하는 ‘덕업일치’ 구성원을 선발하고 있는가? 3. 일터는 그들의 가치 실현을 지원하는 ‘일놀놀일’ 환경을 조성하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