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에서 HR을 하고 있어요. 100개의 기업이 있다면 100가지 기업문화가 있고 경영환경도 매 순간 변하기 때문에 그 때 잘 맞는 메커니즘이 있을 뿐 정답은 없다고 생각해요. 제 경험과 관점이 처음 스타트업에서 HR을 하시는 분들께 도움이 되길 바래요! 지난 8월엔 입사 후 첫 한 달 동안 기업 문화를 이해하기 위해 ‘살펴보면 좋은 것’ 들을 소개해 드렸는데요. 오늘은 ‘대화를 통해 알아보면 좋은 것’ 에 대해 적어보려고 합니다.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세부에서 스쿠버다이빙을 배운적이 있는데요. 수면 위에서 찰랑거리다가 숨 한 번 크게 마시고 물 속으로 들어가면 상상도 할 수 없었던 모습이 펼쳐집니다. 바닷속에 절벽도 있고 봉우리도 있고 협곡도 볼 수 있는데요. 다이빙을 하지 않으면 결코 볼 수 없는 진짜 모습입니다. 코칭을 배우면서 FEN 모델을 알게 되었는데요. (cit 기준) Fact - Emotion - Needs 의 앞 글자를 땄고 빙산 모델을 응용합니다. 코치는 고객의 답변 그 자체(Fact) 뿐만 아니라 그 속에 숨겨져 있는 **감정(Emotion)**과 더 본질적인 **욕구(Needs)**까지도 감지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사람도 그렇고 사람이 모인 조직도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수면 위 모습을 관찰하는 것에 더해 내면의 모습까지 살펴봐야 구성원들이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 가치관, 신념 등을 알 수 있고 그것이 조직문화를 깊이있게 이해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조직의 무의식’ 을 들여다 보는 것으로 표현한 경우도 있습니다. 그리고 조직문화를 깊이있게 이해해야 경영환경에 잘맞는 문화를 찾고 변화시킬 확률이 더 높아지지 않을까요? 열 길 물속보다 더 알기 어려운 것이 **한 길 사람 속**이라는 말도 있는데요. 어쩌면 스쿠버다이빙보다 어려울 수 있지만 그래도 뛰어 들어가 봅시다 그래서 어떻게 다이빙을 하나요? 그러면 어떻게 해야 내면의 모습을 들여다 볼 수 있을까요? 사람은 생각한대로 말하고 말하는대로 행동한다는 말이 있는데요. 여기서 생각과 행동을 연결해 주는 매개체가 바로 ‘말’ 입니다. 네. 저는 힌트가 ‘말’ 에 있다고 생각하고요. HR 담당자가 ‘대화’ 를 통해 구성원의 생각, 가치관, 신념 등을 이해하고 이 개인의 ‘대화’ 데이터가 모여서 보여주는 패턴을 생각해보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어쩌면 그것이 바로 그 조직이 가진 생각, 가치관, 신념이라고 할 수 있거든요. 그러면 HR 담당자로서 몇 가지 사례와 방법을 소개드려 볼게요. 첫째, 스몰 토크 스몰 토크를 통해서 구성원들이 어떤 단어, 표현을 많이 반복적으로 사용하는지 살펴 보는데요. 주요 관심사를 보여주기도 하고 표현에 내재된 의미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A사에서는 한 때 “영어 호칭 안 썼으면 좋겠다.” 는 말을 많은 구성원들이 말했는데요. C레벨과 구성원이 좀 더 편하게 소통했으면 해서 일부 리더들이 변화를 시도했으나 기존 방식이 익숙했던 구성원들에게는 쉽지 않은 변화였고 신기하게 영어 호칭을 쓰는 구성원과 직책에 따른 존칭을 쓰는 구성원의 리더와의 소통 방식이 미묘하게 달랐습니다. B사는 본사와 지점이 있었는데요. 구성원들이 누굴 부를 때 ‘소속 팀 누구’ 보다 ‘지역명 누구’ 로 표현하는 경우가 많았고 본사는 ‘너무 깐깐하다.’ 지점은 ‘다소 느슨하다.’ 와 같은 표현도 있었습니다. 신기한 것은 직접적 팀별 협업 포인트가 없는데도 지점의 구성원들은 본사에 있는 모든 팀이 깐깐하게 일한다고 느꼈고 본사에 있는 구성원은 그 반대로 느꼈습니다. C사는 ‘회사측’, ‘사측’ 이라는 표현이 자주 들리는 조직이었는데요. 원팀으로 가는 과정이 멀고 험했습니다. D는 퇴직자의 ‘실명’ 이 자주 언급됐는데 해결해야 하는 문제 ‘자체’ 보다는 ‘사람’ 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스몰토크가 업무에 방해가 된다고 생각해서 면접, 회의, 일 할 때는 스몰토크를 하면 안되는 조직도 있었고 편안한 분위기, 라포 형성을 위해 본격적인 업무 전에 스몰토크를 권장하는 조직도 있었네요. 스몰 토크는 편안한 상태에서 가볍게 이야기 하는 것인데요. 어쩌면 여기서 진짜 조직의 내면이 보일지도 모릅니다. 스몰 토크가 업무 외적인 소재 중심으로 진행되기도 하는데요. 그것도 그 나름대로 문화를 볼 수 있는 장치라고 생각합니다. 둘째, 1 on 1 스타트업 HR 이야기를 하고 있고 초기 스타트업이고 처음 HR 팀이 생긴거라면 구성원이 100명을 넘지 않을 가능성이 높으니까요. 가능한 모든 구성원들과 1 on 1 을 해보길 추천드립니다. 1 on 1의 목적, 효과, 방법, 사례에 대해서는 잘 정리된 글이나 유명한 책도 많고 활용할 수 있는 툴도 많기 때문에 각자의 상황에 적합한 것을 찾아서 실제 시도해 보는 것이 중요할 것 같고요. 제가 스타트업에 처음 합류했을 때 초기에 자주 사용하는 질문들을 뽑아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어떤 계기로 (또는 무엇을 기대하고) 회사에 합류하셨나요? 언제 합류하셨나요? 그 동안 가장 기억나는 일은 무엇인가요? 회사 또는 소속된 팀의 주요 목표는 무엇인가요? 최근 1분기 동안 집중하고 있는 업무 세 가지는 무엇인가요? 그 업무를 잘 하는데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요? 업무를 잘 하기 위해서 HR에서 어떤 도움을 드릴 수 있을까요? 회사를 다니면서 만족스러운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반대로 개선이나 보완을 했으면 하는 점은 무엇인가요? 구성원의 동기부여 요인부터 방향, 목표와 업무가 얼마나 잘 정렬되어 있는지? 어떤 업무를 하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파악할 수 있거든요. 1 on 1 에서 얼마나 솔직하게 대화를 할 수 있는지는 조직, 사람마다 다르고 HR 담당자가 어떻게 대화를 이끌어 나가는지에 따라 다르겠지만 이것 또한 조직의 내면을 볼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하고 저는 첫술에 배부를 수 없다고 생각해서 초기에는 자주 대화를 하려고 노력합니다. 셋째, 기록과 분석 스몰 토크, 1 on 1 후에는 중요한 포인트들을 기록하고 경향성을 파악해 봅니다. 보통은 **입사 시기에 따라 전사, 직책별, 팀별, 직무별로 일관적으로 나타나는 유사한 ‘표현’ 이나 차이가 있는 ‘표현’ 에 집중**하고 주요 시기별 변화가 있었던 ‘이벤트’ 와 연결시키면 왜 그 조직이 왜 그 조직의 구성원이 그렇게 생각하고 행동하게 되었는지? 를 알 수 있게 되더라고요. 좀 더 중요한 것은 CEO, C레벨, 파운더, 팀장과 같은 리더 그룹과의 1 on 1 이고 여기에는 좀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것도 조직문화를 이해하는데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영화 인셉션에서는 능력자들이 꿈을 매개체로 사람의 무의식으로 들어가고 무의식을 변화시켜 행동까지 바꿔버리는데요. 가끔은 이런 초능력이나 기술이 있다면 어떨까 상상을 해봅니다. 자 이제 바닷속으로 다이빙도 해봅시다! 조직문화를 "더" 깊게 이해하기 위한 몇 가지 대화 포인트를 요약, 정리해 봅니다. 1 스몰토크 : 구성원들이 어떤 소재, 주제로 어떤 표현을 쓰며 어떻게 대화하는지 2 1 on 1 : 가급적 모든 구성원들과 충분히 시간을 투자해 대화하기 3 이 두 가지를 **기록한 후 그룹별로 분석**해 보기 관심과 호기심에 이어 더 중요한 것이 **진심으로 잘 됐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이 글을 쓰면서도 초심을 돌아보게 되네요. 3분기가 지나고 있네요. 25년 1월 1일까지도 딱 100일 남았다고 합니다. 구성원 분들과 3분기를 마무리하는 1 on 1 한 번 해보시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