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만 가지 역사 속 인사이야기, 人事萬史 ] 지난 세 번의 이야기를 통해 상앙을 통해 HR의 관점에서 몇 가지를 살펴보고자 합니다. 먼저 상앙은 버림받은 신세에서 시작했습니다. 조국을 떠나 입신양명을 위해 망명한 강대국에서 그의 꿈은 좌절되었습니다. 위나라의 양혜왕은 심지어 상앙을 죽이라는 말조차 무시할 정도로 그에게 무관심했습니다. 차라리 누군가 자신을 죽이려들었으면 모를까, 상앙은 더 큰 좌절에 빠졌을 지도 모릅니다. 그런 그에게 남은 것은 무엇일까요? 절실함? 간절함? 그보단 독기가 남았지 않았을까요? 내가 이 두 주먹안에 권세만 얻는다면! 하는 독기 말입니다. 실제로 기업에서도 이러한 경우들을 보곤 합니다. 보통 지나치게 욕심이 많고 브레이크 없이 달리는 분들을 보면 이전 직장이나 학력 등에서 스스로 자격지심을 가지는 경우가 상대적으로 많습니다. 그들은 지금 자신이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하는 것만이 주홍글씨를 지우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착각합니다. 하지만 모두가 아시다시피 입사의 문턱을 넘으면 학력이나 이전 직장 등은 크게 문제되는 일이 거의 없습니다. 오히려 상앙처럼 '너무' 앞서나갈 경우에 '그 친구 전에 뭐하던 친구야?' 식으로 과거가 들춰지기도 합니다. 고등학교만 졸업해서 직장생활을 시작했든, 5인 미만의 영업장에서 시작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당장 중요한 것은 지금 내가 이 직장에 있다는 것이고 주어진 일에 열심히면 된다는 것이죠. 그러나 많은 이들은 브레이크 달려나가 상앙의 파멸로 가는 것 같습니다. 급할수록 돌아가는 지혜, 내 것을 단단히 만들며 앞으로 나가는 지혜가 이들에게는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물론 상앙의 입장에선 억울할지도 모릅니다. 그는 아마 죽기 전 이렇게 절규했을 지도 모릅니다. "내게 패도의 길을 알려달라고 한 건 죽은 효공이었다!" 라고 말이죠. 맞습니다. 효공은 상앙을 너무 적절하게 이용하였습니다. 진 효공을 실제로 만나본 적은 없지만 드라마 '대진제국'속의 이미지와 달리 제게 진 효공은 너무나도 차가운 이미지입니다. 피로 피를 씻는 패도의 길을 주문하였고 상앙을 이용해 손 하나 까딱이지 않고 나라를 바꿉니다. 그가 해줄 것은 그저 자신의 권위를 빌려주며 상앙을 편애하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편애의 방향이 분명했고 편애를 받는 상앙도 뛰어난 능력을 지닌만큼 효공이 원하는 변법과 영토 확장, 적폐 청산 등에서 큰 성과를 거둘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효공은 법을 세우기 위해 자신의 형과 아들의 스승에게 형벌을 가하는 것을 묵인했고 그에 대해서는 별도의 안전장치를 해놓지 않았습니다. 보통 그런 경우 훗날 왕이 될 자신의 아들이 앙심을 품을 것이 분명했는데도 말이죠. 혹자는 진 효공은 유비와 제갈량처럼 아름다운 사이였을 거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하지만 제게 진 효공은 자신의 목적을 위해 적당한 능력있는 직원을 굴릴 수 있을만큼 굴리고 버리게 만든 냉혈한 리더입니다. 그 뒤를 이은 혜문왕도 아버지의 뜻을 이어받았는지 원로 대신들을 규합해 상앙을 죽이고선 변법의 가치를 다시 세워 복고의 희망을 가진 원로대신들에게 한방 먹입니다. 어쩌면 마키아밸리가 효공과 혜문왕 부자를 보았다면 박수를 치며 이상적인 군주라고 하였을 것입니다. 물론 효공과 혜문왕이 단지 장난감 쓰듯 상앙을 이용하고 버린 것은 아닐 것입니다. 효공과 상앙은 이십여년을 함께 한 정치적 동지였으며 가장 뜻이 통하는 사람들이었을테니까요. 하지만 한비자가 역린의 고사를 들어 말했던 것처럼 상앙은 용의 역린을 건드린 것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어떤 리더든지 자신을 능가하는 부하를 좋게 보지 않습니다. 만약 상앙이 지혜로웠다면 그에게 최고의 권력과 명예가 따라왔을 때 홀연히 내려놓아야 했습니다. 권력도, 명예도, 부도 모두 버리고 초야에 묻히든 훗날의 진나라 장군 왕전이나 한나라 상국 소하처럼 재물에 빠져 부패한 소인배가 된 것처럼 연기를 했더라면 그는 적당히 목숨을 이어나갈 수 있었을 것입니다. 자신이 세운 함양성 앞에서 사지가 찢겨죽은 상앙의 최후는 결국 그가 스스로 그려내었습니다. 이천년도 넘은 옛날 이야기지만 상앙의 이야기에서 리더와 팔로워가 지켜야 할 금도禁道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볼 수 있는 가을이 되면 좋겠습니다. 오늘부터 꼭 백일이 지나면 올해도 저뭅니다. 남은 백 일, 화려하게 꽃피우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