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 CS 다이어리 | 5화: 나라면 나에게 상담받고 싶을까? CS 공고를 살펴보면서 요즘은 참 다양한 역량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아무래도 고객의 불편함에 공감하면서 해결하려는 의지가 있어야 한다는 점은 어떤 CS 직무에서도 요구되는 능력이겠습니다. 또 이를 위해 회사 유관부서와도 매끄럽게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는 대화, 글쓰기 능력도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일 테고요. 최근에는 고객 상담을 진행하면서 '나라면 나에게 상담을 받고 싶은가?' 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습니다. 스스로에 대한 애정과 신뢰로 무작정 높이 평가할 수는 없으니, 상담을 하면서 고객께서 어떤 포인트에 만족하시는지 그 순간을 체크하기 시작하였습니다. 1. 고객께서 설명하는 내용을 듣고 짧게 정리하여 다시 확인한다. -> 사람마다 이야기를 하는 방식이 다르다는 건 가족, 친구와의 대화만으로도 알 수 있습니다. 본론을 바로 말하는 사람과 이야기를 하듯 풀어서 말하는 사람. 고객이 상담을 요청할 때도 같습니다. 처한 상황과 문제를 겪고 있는 부분을 길게 말해 주시는 고객이었을 때는, 이야기가 끝나고 나서 한 문장으로 정리해 다시 이야기를 할 때 바로 그것이라며 좋아해 주시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예시. A 상황에서 B 로 되었는데, 현재 이를 해결하기 위해 C를 요청/문의하시는 것이 맞을까요? 이는 고객의 입장에서 원하는 바를 상담직원이 잘 이해를 했으니 적절한 방법으로 도움을 줄 것이라는 신뢰를 주게 됩니다. 또한, 상담사가 해결해 줄 수 없는 상황에서도 요구사항을 정확하게 인지했는데도 해결이 어렵다고 말하는 것은 정말로 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것을 어느 정도 납득할 수 있게 됩니다. 2. 문의 사항에 대해 도움을 주려는 의지를 보인 후 실제로 행동을 취한다. -> 상담을 하고 있지만, 직원이 어떤 문제에 대해 즉각 도움을 드리기는 어려울 경우가 있습니다. 직원의 권한 부족, 업무 정보 부족, 시스템의 오류, 약관/규정과 고객의 요청이 충돌하는 경우 등입니다. 원하는 결말로 해결이 된다면 고객도, 직원도 모두 행복하지만 그럴 수 없을 때에는 단숨에 'No' 라고 말하기보다는 이 문제를 한 번 더 확인하고, 최대한 도움을 드릴 수 있는 방향을 찾기 위해 노력합니다. 그렇게 말을 한 뒤에는 실제로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을 하고, 내가 알고 있는 지식이 정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선인 건지 동료에게, 상사에게 한 번 더 확인합니다. 이 과정에서 미처 상담 중에는 떠오르지 않았던 새로운 해결책을 발견하기도 하고, 현재로써는 적절한 도움을 드리기는 어렵지만 앞으로 우리의 제품에 영향을 미칠 문제점일 때에는 함께 해결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합니다. 이렇게 실제로 고객에게 양해를 구한 뒤 액션을 취하고 나서는 다시 한 번 더 연락을 드려 상담사가 어떤 방법을 더 찾아보았는지, 변화가 필요하다면 유관부서가 함께 노력해 개선하겠다고 말씀드립니다. 다만, 이는 무조건적인 저자세로 고객의 요청을 수용하는 것이 아닌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완전한 이해와 분석이 이루어진 후에 정말로 불가능하거나 규정에 맞지 않는 것이라면 도움 드리기 어려운 부분이라고 정확하게 안내할 수 있어야 합니다. 3. 불편한 상황에 대한 진심어린 공감 -> 고객센터로의 상담은 정말 단순 문의일 수도 있지만, 대부분은 사용하는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불만이나 요청을 하기 위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어느 정도의 쿠션어, 공감을 하는 스크립트도 분명히 존재를 하지만 단순히 참고용일 뿐 상담이 모두 똑같은 순서대로 진행될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상담사 개인의 어투와 평소 어려운 상황을 대응하는 태도 역시 묻어나올 수밖에 없는데요. 너무 로봇처럼 정해진 스크립트에 따라 읊는 듯한 말투는 모범 답안을 쓴 것이라고 할지라도 불편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나만의 목소리 톤, 속도, 말투를 반영해 교감하며 상담하는 것이 고객의 입장에서는 공감을 받는다고 생각하여 기분 좋은 상담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AI가 발전하며 제일 빠르게 사라질 것이라고 생각했던 직군이 상담 직무였지만, 실제로 AI로 대체했을 때 큰 만족을 이끌어내지 못하고 여전히 상담사를 필요로 하듯, 실제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느낄 수 있는 편안함, 문제를 해결하면서 나누게 되는 희열, 목소리로 전하는 위로는 언제나 필요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