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신규 입사 16%가 1년 내 퇴사… 기업들 “인당 2000만원 손해”|동아일보 (donga.com) "중소기업 신입사원 17%, 입사 1년도 안 돼 그만둔다" | 연합뉴스 (yna.co.kr) "조기퇴사 막아라"… 신입사원 적응 돕는 스타트업 '눈길' - 매일경제 (mk.co.kr) 위 기사들 제목을 한번에 놓고 보면 피식 웃음이 납니다. 대기업이건 중소기업이건 스타트업이건 도대체 신입사원이 오래 다니는 곳이 있긴 있나? 라는 생각이 듭니다. 신입사원은 왜 퇴사를 하는 걸까요? 단순히 참을성이 부족한 MZ세대여서일까요? 신입사원들이 여러 관문을 통과해서 각자의 꿈과 목표를 안고 사회라는 더 큰 세상으로 발을 내딛는다는 사실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오늘은 그 많던 신입사원이 다 어디갔는지에 대해 제 작은 경험을 들려드리고자 합니다. 저는 인사쟁이가 되고 싶었습니다. 2학년 때 들은 '인적자원관리' 수업에서 미라이 공업*의 사례를 접하고 큰 감명을 받은 저는 HR에 관심이 푹 빠졌습니다. 야마다 아키오 미라이 공업 사장 "괴짜 경영? 인간중심의 경영일 뿐" < SPECIAL SUBJECT < 기사본문 - 리더피아(Leaderpia) *독특한 인사철학으로 유명한 일본 제조기업 나름대로 전공과목 중에서도 HR 관련 과목을 여럿 수강하고, 학회에서도 HRM팀에서 조금이나마 비슷한 경험을 해보며 인사담당자로 목표를 세웠습니다. 그러다 어느 정도 이름 있는 회사의 경영지원본부에 합격하게 되었습니다. 지원서에서도 1차면접에서도 2차면접에서도 입사 후 인사팀과의 면담에서도 멋진 인사담당자가 되겠다는 신입사원의 의지를 피력했습니다. 그런데 돌아온 대답은 TO가 없다는 것. 제가 갈 수 있는 곳은 물류와 회계 뿐이니 잘 생각해보고 결정하라고 했습니다. 공교롭게도 경영지원본부에 합격한 단 둘뿐인 신입사원들이 모두 인사팀을 희망했으나 둘 다 갈 수 없게 된 상황. 니가 가니 내가 가니 머리채 잡고 싸우게 할 바에야 둘 다 다른 곳을 보내주겠다는 배려인지는 모르겠지만...이럴 거면 왜 뽑았냐는 반항적인 말이 목 끝까지 올라왔지만, 이깟 문제로 겨우 들어온 회사에서 밉보일 수 없다며 마음을 고쳐먹었습니다. 심사숙고 끝에 대학 시절 물귀신마냥 발목을 붙잡던 회계를 떠올리곤 물류를 택했습니다. 그 회사의 신입사원 OJT(On the Job Training)은 나름대로 잘 체계화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커리어목표를 세워보라며 나눠준 종이를 앞에 두고 저는 단 한 자도 써내려 갈 수 없었습니다. 개학 전날 벼락치기를 하듯 마지못해 인터넷에서 적당한 물류 관련 자격증을 검색해서 적어내려갔지만 완성한 커리어 목표는 제 것 같지가 않았습니다. 아무리 봐도 낯선 종이를 바라보며 남의 자리에 와있는듯한 불편한 감정을 느꼈던 기억이 납니다. 결국 저는 그 부서에서 9개월을 채우지 못하고 이직처도 구하지 못한 상태로 퇴사하고 말았습니다. 이 때의 경험은 제가 이후 이직하는 회사를 선택하는 기준을 세우는 데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경력이란 한 개인이 일생에 걸쳐 일과 관련하여 얻게 되는 경험을 의미합니다(Hall). 과거에는 한 조직 내에서 전문가로 경력을 개발해나가는 수직적(전통적) 경력경로, 여러 수직적/수평적 직무를 경험하며 관리자로 성장하는 네트워크 경력경로 등이 주된 경력경로로서 신입사원들에게 제시되었습니다. 그러나 빠른 환경변화와 극심한 경쟁에서 생존하기 위해 조직이 수평적 구조로 전환하고 구조조정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한 조직 내에서 수직적 이동이 점점 어려워졌고, 이와 더불어 개인이 중시하는 가치를 추구하는 풍조에 따라 자신의 개발하고자 하는 경력에 따라 조직을 이동하는 현상이 나타나게 되었습니다. 제가 인사팀이 아니라 경영지원본부이라는 큰 조직 단위로 채용된 것도 아직 그 회사에서는 조직 위주의 경력경로를 염두에 두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경영지원 분야에서 관리자가 되려면 반드시 인사팀에만 있어야 하는 건 아니니까요. 모름지기 회사의 경영활동이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운영하려면 재무도, 인사도, 회계도, 법무도, 총무도 알아야 할 겁니다. 그러나 문제는 제가 그런 경력경로를 원하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저에게 일어났던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리빙 포인트...아니 그냥 포인트를 살짝 말씀 드릴까 합니다. 본인이 신입사원이라면 아래의 사항을 고려해 보시기 바랍니다. 회사를 지원할 때, 이 회사에 가고싶은 건지 또는 지금 지원하는 직무를 경험해보고 싶은건지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합니다. 이 회사, 이 업종, 이 산업이 좋아서 지원하는 거라면 직무의 영향은 상대적으로 적어집니다. 입사했을 때 지원한 직무와 다른 직무를 제안 받는다면, 마지막 기회라는 마음가짐으로 다시 스스로에게 물어봅니다. 내가 지원자들의 이력서를 읽는 대신 공장에서 출하된 제품을 컨테이너에 싣는 업무를 해도 괜찮은지. 전혀 생각치 못한 부서에 배치되거나 직무를 부여받았다면 최대한 열심히 내가 해야되는 일에 대해 알아봅니다. 업무를 하다보면 예상치 못한 흥미를 느끼거나 숨겨진 재능을 발견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아니면 의도치 않게 유망한 분야에 발을 담그게 될지도 모르죠. 같은 부서에 있는 선배나 상사들에게 물어봐도 좋고, 관련된 교육을 들으러 가도 좋고, 책을 읽어도 좋고 하다못해 나무위키라도 읽는 노력을 들여야 합니다. 아니라는 생각이 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회사 내에서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저는 퇴사하기 전에 일면식도 없는 다른 팀 팀장님에게 일대일 대화를 신청해서 저를 팀에 받아줄 수 있는지 물었고, 인사팀에 어떤 팀에 TO가 있는지도 알아봤고, 팀장님에게 솔직하게 터놓기도 했습니다. 잡페어나 사내공고 같은 공식적 방법이나 동기 및 선후배들을 통한 물밑작업도 괜찮습니다. 만일, 이 글을 읽는 분이 회사의 인사담당자나 부서의 관리자라면 이렇게 해보시는 걸 추천 드립니다. 입사 전에 채용예정자가 배치될 부서 또는 직무에 대해 RJP(Realistic Job Interview)를 확실히 해주어야 합니다. 물론 대부분의 채용예정자들은 일단 입사를 원하기 때문에 뭐든지 괜찮다는 태도를 보이는 경우가 많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꼼꼼히 안내하고 그들의 반응 역시 세심하게 살펴야 합니다. 신입사원들이 입사한 후 해당 직무로 개발할 수 있는 경력경로, 직무의 장단점 및 유망한 정도, 성공적인 직무수행을 위해 필요한 교육 등에 대한 정보를 풍부하게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저는 첫 번째 회사에서 나온 후 입사한 회사에서 신입사원 대상으로 실시한 교육을 통해 현재의 직업을 알게 되었고, 회사의 교육비 지원을 받아 결국 노무사가 되었습니다. 본인이 팀의 관리자 또는 선임이라면 멋진 선배의 모습을 보여주시기 바랍니다. 단순히 밥 잘 사주고, 예쁜 말로 칭찬하는 선배가 되라는 게 아닙니다. 후배가 선배들의 일하는 모습을 보고 참고하면서 자신의 경력을 개발해 나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롤모델로 삼을 수 있을 정도의 전문성과 식견을 갖추고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죠. 제가 첫 회사에서 힘들었던 이유는 저의 미래 모습이 될 선임들이 결코 제가 되고 싶은 미래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힘들게 일하는데 그렇게 버텨서 저런 모습이 된다면, 여기서 더 버틸 이유가 없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신입사원을 잘 관찰하고 대화를 나눠주시면 좋겠습니다. 요즘 일은 어떤지, 어떤 업무는 편하고 어떤 업무는 힘들고 어려운지, 일할 때 가장 극복하고 싶은 점이 뭔지, 함께 협업하는 사람들과는 잘 맞는지 같은 것들에 대해 말입니다. 일, 사람, 돈 중 하나도 만족하지 못하면 회사를 떠나게 된다는 말이 있는데, 그 말은 반대로 말하면 일, 돈이 별로여도 사람이 괜찮으면 남을 수 있다는 뜻이 됩니다. 모든 게 낯설고 서툰 신입 생활에 인간적인 관심이야말로 가장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모두가 자신이 원하는 일이면서 동시에 적성에 가장 잘 맞고 재능도 있는 일을 하면 참 좋겠지만, 세상사라는 것이 원하는 대로 이루어지기는 참 어렵습니다. 다만 최소한 이 글을 읽는 신입사원 또는 인사담당자 여러분께서는 그런 시행착오를 줄이셨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