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퍼런스체크는 어디까지 믿어야 하는가?
좋은 사람 10명을 채용하는 것보다, 조직에 해가 되는 사람 1명을 내보내는 것이 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조직의 해가 된다고 생각되는 사람이 편향된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은 위험한 행동이라 생각합니다.
그간의 경험 중 한 후보자를 채용하면서 이 생각이 더욱 확고해졌고 그 사례를 공유해 보고자 합니다.
얼마 전, 약 2년 경력의 한 후보자를 채용하는 과정에서 레퍼런스체크 때문에 큰 고민을 했던 일이 있었습니다. 이력서도 괜찮고, 면접에서도 긍정적인 인상을 받았죠. 그래서 채용을 거의 확정하는 단계까지 갔는데, 최종 단계로 레퍼런스체크를 진행 하였고 문제는 여기서 생겼습니다.
후보자에게 동의서를 통해 평가자를 지정받아 직속 팀장에게 전화를 걸어 평가를 요청했는데, 팀장의 대답은 부정적이었어요.
그 사람은 업무 능력도 부족하고, 근무 태도도 좋지 않으며, 동료들과의 관계도 문제였다고 말하며 심지어 "다시는 그 사람과 일하고 싶지 않다"라고까지 말했습니다. 전화를 끝내며 "좋은 사람 채용하시길 바랍니다"라는 말을 남겼는데, 그 한마디가 묵직하게 다가왔습니다.
고민이 많았지만 결국 저희는 그 후보자를 채용하기로 했습니다.
다만, 정규직이 아닌 계약직 후 정규직 전환 검토 대상자로 채용하고, 수습 기간을 기존보다 한 달 더 늘리기로 했죠. 왜냐하면, 우리가 직접 평가한 결과에서는 이 후보자가 인성이나 역량 면에서 큰 문제가 없었기 때문이었습니다. 평가자 한 명의 의견 하나에만 의존하여 결과를 뒤집기보다, 우리가 직접 평가해보자는 의견이 모아졌죠. 물론 더 많은 사람들에게 평가를 요청할까도 생각했지만, 약 2년 경력의 주니어급 후보자라 팀장 외의 추가 평가를 받는 것이 큰 의미가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그 후보자는 입사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스스로 퇴사했습니다.
예상했던 문제들과는 달리, 인성이나 업무 태도에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어요. 대신, "일 자체가 너무 어렵고 버겁다"는 이유를 말하며 떠났습니다. 이로 인해, 전 직장에서도 비슷한 어려움을 겪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죠. 채용 면접 중 후보자가 수직적인 구조에서 필요하거나 모르는 것을 도움을 청하는 것에 대한 소통의 어려움이 있었다는 말도 불현듯이 스쳐 지나갔습니다..
이 경험을 통해 다시 한번 레퍼런스체크의 의미를 곱씹게 되었습니다. "그 조직에 문제가 있었던 걸까, 아니면 평가자의 개인적인 편견이 작용한 걸까?"라는 고민도 함께 떠올랐습니다. 물론, 해당 후보자가 그 조직에 있었을때 문제가 있던 직원이고 새로운 조직에 오면서 성장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채용의 관점에서 보면, 후보자의 역량을 보다 정확하게 검증하는 과정이 필요함을 느꼈고,
조직문화의 관점에서는 모르는 부분이 있거나 역량이 부족한 상황에서 서로 조언하고 협력하며 성장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설문출처_잡코리아
레퍼런스체크의 장점
레퍼런스체크는 면접이나 이력서에서 알 수 없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중요한 도구입니다.
이 과정에서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후보자의 과거 경험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력서에 쓰인 성과나 경험이 실제로 얼마나 진실한지, 또는 과장된 부분은 없는지 검증할 수 있습니다. 이는 특히 고위직이나 경력직 후보자를 평가할 때 유용합니다. 왜냐하면 이력서나 면접에서 후보자가 자신을 어떻게 표현하느냐와 실제 현장에서 어떻게 일했는지는 종종 다를 수 있기 때문이죠.
또한, 레퍼런스체크는 협업 능력을 파악하는 데도 뛰어난 도구입니다.
특정 직무에서 얼마나 좋은 성과를 냈는지뿐만 아니라, 그 사람이 동료들과 어떤 관계를 맺었고, 갈등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했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이러한 정보는 면접에서 후보자가 쉽게 드러내지 않는 부분으로, 실제 현장에서 중요한 요소일 수 있어요. 특히 리더십 포지션에 있는 후보자라면, 팀 내에서의 리더십 스타일이나 커뮤니케이션 방식이 매우 중요한 평가 항목이 될 수 있습니다.
레퍼런스체크를 통해 얻는 정보는 후보자가 과거에 맡았던 구체적인 프로젝트나 업무 경험을 평가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특정 프로젝트에서의 성과나 기여도가 어느 정도였는지를 그와 함께 일했던 동료들이나 상사들에게 직접 물어볼 수 있죠. 이렇게 하면 후보자가 과연 실제로 이 프로젝트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는지, 아니면 단순한 일원으로 참여했는지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그래픽출처_샐러던트리포트
레퍼런스체크의 한계
하지만 레퍼런스체크에도 분명한 한계가 있습니다.
첫 번째 한계는, 레퍼런스 평가가 주관적일 수 있다는 점입니다.
평가자는 후보자와의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답변하게 되는데, 그 관계가 긍정적이었는지 부정적이었는지에 따라 답변 내용이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후보자와의 갈등이 있었던 상사나 동료가 평가자로 나서면, 그 사람의 주관적인 감정이 개입된 평가가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반대로, 너무 우호적인 관계에 있었던 사람의 의견은 지나치게 긍정적일 수 있죠. 이러한 점에서 레퍼런스체크는 매우 감정적인 도구가 될 수 있으며, 이 때문에 얻는 정보가 객관적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두 번째 한계는, 평가자의 기준이 우리 회사의 기준과 다를 수 있다는 점입니다.
후보자가 이전 회사에서 맞지 않았던 이유가 그 회사의 조직 문화나 업무 방식과 충돌했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후보자가 우리 회사에선 더 잘 맞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조직마다 요구하는 스킬이나 문화적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한 회사에서 부적합했던 사람이 다른 회사에서는 탁월한 성과를 낼 수 있죠. 따라서 이전 직장에서의 평가는 반드시 그 사람의 현재 능력이나 적합성을 반영하는 것은 아닙니다.
또 다른 한계는, 레퍼런스체크가 과거의 정보에 의존한다는 점입니다.
이는 시간이 지나면서 그 정보가 구식일 수 있다는 문제를 야기합니다. 예를 들어, 후보자가 3년 전에 겪었던 어려움이나 갈등이 지금은 더 이상 문제가 아닐 수 있습니다. 그 사람이 시간이 지나면서 배우고 성장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과거에 있었던 사건만으로 현재를 평가하는 것은 부정확할 수 있죠.
마지막으로, 레퍼런스체크는 충분한 정보의 깊이를 제공하지 못할 때도 있습니다.
짧은 전화 통화나 설문 형식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아,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실제로 후보자의 강점과 약점을 제대로 파악하려면 구체적인 사례와 맥락이 중요한데, 단순한 "좋았다"거나 "나빴다"라는 평가만으로는 충분한 판단을 내리기 힘듭니다.
그래픽출처_나인하이어
레퍼런스체크를 할 때 주의해야 할 점
레퍼런스체크는 그 자체로 유용한 도구지만, 그 정보를 어떻게 해석하고 활용하느냐가 중요합니다. 다음의 몇 가지 포인트를 항상 염두에 두는 것이 필요합니다.
여러 명에게 의견을 듣기
가능한 한 다양한 평가자에게 의견을 들어보는 것이 좋습니다. 한 명의 평가에만 의존하지 않고, 다양한 시각을 모으면 더 균형 잡힌 평가를 할 수 있죠. 팀장뿐만 아니라 동료나 다른 부서의 협력자들에게 물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각기 다른 관점을 종합하면 후보자의 진짜 모습을 더 잘 파악할 수 있으니까요.
주관적인 평가와 객관적인 사실 구분하기
레퍼런스체크에서는 평가자의 감정이 개입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팀 내 개인적인 갈등이나 성향 차이 때문에 평가가 왜곡될 수 있죠. 따라서 평가자가 감정적인 표현을 한다면 그 이유를 구체적으로 물어보고, 실질적인 사례를 들어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왜 그렇게 느끼셨나요?" 같은 질문을 통해 더 구체적인 정보를 얻는 게 좋습니다.
직무 적합성과 문화적 적합성을 분리하기
후보자가 이전 회사에서 맞지 않았던 이유가 단순히 직무나 조직 문화가 맞지 않아서일 수도 있습니다. 이전 회사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했더라도, 다른 환경에서는 완전히 다른 결과를 낼 수도 있죠. 이 점을 유의해서 후보자의 과거 경험을 평가해야 합니다.
'배움의 의지' 평가하기
레퍼런스체크에서 중요한 것은 그 사람의 과거 실수나 문제보다,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개선했는지입니다. 후보자가 문제점이 드러나더라도 그 이후에 어떤 성장을 이뤘는지, 앞으로의 배움에 대한 의지가 있는지 평가해야 하죠.
레퍼런스체크는 참고 자료일 뿐, 최종 결정은 우리 몫
레퍼런스체크는 중요한 참고자료지만, 그에만 의존해서는 안 됩니다. 최종 결정은 회사에서 직접 경험하고 평가하는 과정에서 내려야 합니다. 평가자의 의견을 넘어서서, 우리 조직에 맞는 사람인지 면밀히 살펴보고 판단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죠.
그래서 결론은?
결론적으로, 레퍼런스체크는 유용한 도구이지만, 절대적 기준이 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충분히 검증하고, 우리 조직과 맞는지 직접 평가하는 과정이 필수적입니다. 이번 사례에서도 평가자의 의견만을 믿었다면, 후보자를 놓쳤을 가능성이 컸습니다. 하지만 우리 내부의 기준으로 그 후보자를 평가한 것이 결국 옳았다고 생각해요. 그 사람이 퇴사한 이유는 역량 문제였지, 인성이나 태도의 문제는 아니었으니까요.
좋은 사람 10명을 채용하는 것보다, 조직에 해가 되는 사람 1명을 채용하지 않기 위해서 끊임없는 학습을 통해 발전하는 인사담당자가 되어야겠다고 다시 한번 다짐해 봅니다.
송정우 in 인살롱 ・ 2024.09.17 엄마에게도 돌봄이 필요하다
(원제: '육아휴직의 끝')
디자이너로 일하는 지인이 동료 디자이너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그는 1년 6개월의 육아휴직을 마치고 최근 복귀했습니다. 그는 또 단축근로를 신청해 다른 팀원들보다 한 시간 늦게 출근하고 일찍 퇴근을 합니다. 지인은 그런 상황에 대해 불만을 토로합니다.
"육아 때문에 신경이 많이 쓰이는 것은 알아, 그런데 대충 일하는 것도 정도껏 해야지. 아이가 아프다고 수시로 지각하고, 오면 조금 있다가 점심 먹으러 가서 한참 있다가 돌아오고, 틈만 나면 다른 엄마 직원들이랑 수다 떠느라 자리 비우고, 퇴근시간이 한 시간이나 남았는데 남편이 일이 생겨 아이를 일찍 데리러 가야 한다고 조기퇴근 해버리고, 출근해서 몇 시간 일 안 하는 날이 많아"
사실 듣기로, 18개월 된 아이들은 아직 챙겨 보살필 것이 많고 요즘엔 특히 아이들 잔병치레로 손이 많이 간다고 하는데, 일과 육아를 병행한다는 것은 그래서 보통이 아닌 일이라고 했습니다. 육아를 경험 하든 하지 않았든, 그 동료의 사정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래도 그런 정도의 근태가 다 양해가 된다고? 조직의 유연함에 놀라웠지만 그건 적어도 화합 차원에서는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그 직원의 근태에 직접적으로는 제 지인이, 간접적으로는 유관 부서에서 피해를 보고 있어 '똑같이 월급 받고 일하면서 아이 키우는 게 무슨 특권이냐'라고 모이면 험담을 한다고 합니다. 이와 비슷한 사례를 다른 회사를 다니는 친구에게서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 회사는 실제로 업무에 집중하지 못해 공백이 생기고 그걸 다른 직원들이 메우다가 불만이 폭발해 리더에게 이야기를 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리더는 별 일 아니라는 듯이, "육아 스트레스가 많아서 그러니 곧 안정화되겠죠"하며 크게 문제 삼지 않았다고 합니다. 직원들도 그걸 공론화하지는 않는 것이, 출산이나 육아 같은 주제는 민감해 문제로 다루기에 부담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쌓이는 불만이 어디 가겠습니까? 해결되지 않는 불만은 성실한 동료 직원들의 스트레스로, 조직의 저성과로, 제도 자체에 대한 비판으로 부작용이 되어 돌아오고 있었습니다.
이 또한 제도 정착의 과도기로 봐야 할까요? 아니면 잠시 있다가 내재화되며 사라질 스트레스성 부적응 일까요? 문제의 정체가 무엇이든, 무엇보다 동료들에게 미치는 안 좋은 영향을 끼치고 화합과 소통을 가로막는 것이 가장 큰 문제로 보입니다. 이를테면, 대충 해도 된다는 분위기의 확산이나, 그들의 힘듦이 '패션 우울증*'으로 비쳐 정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 동료를 공감하지 못하게 되는 등 좀 더 본질적인 문제 말입니다.
*패션우울증: 실제로는 우울증을 겪지 않으면서도 타인의 관심을 끌기 위해 마치 옷을 입듯 우울하다는 감정에 몰두하면서 그 상태를 유지하려고 애쓰는 것을 의미하는 신조어
물론 대부분의 구성원들은 입장과 상관없이 일은 일대로 성실히 하고, 퇴근해서도 자신의 일상도 의미 있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저희 회사에도 얼마 전에 육아휴직에서 복귀한 팀원이 있는데, 업무 시간에 정말 밀도 있게 일을 해 오히려 상대적으로 일상이 여유로운 동료 직원으로서 스스로를 돌아보게 만들기도 합니다. 대체로 그런 분위기가 되어야 좋은 제도의 문화화가 가능할 것이고, 회사는 직원들이 어떤 입장이든 서로를 이해하고 잘 융화하는 최상의 결과를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례의 두 회사의 경우 조직문화 차원의 노력이 필요해 보였습니다. 이를테면, 실무에 잘 적응하지 못하고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육아휴직 복귀자들에 대해 그들의 직무 단절에 대한 스트레스가 어느 정도인지, 집중은 가능한 상태인지, 혹시 조직에서 소외당하고 있지는 않은지, 다른 복지적인 배려는 무엇이 있을지 등 다각도에서 고민하고 조치하는 것 등과 같이 말입니다. 이미 정책적으로도, 공공에서도, 여러 회사들에서도 고민했고, 또 조치하고 있는 그런 배려가 중견 중소 스타트 기업군에도 확산되어 제도가 좀 더 윤택하게 자리 잡기를 희망해 봅니다.
일상이 워낙 복잡하고 호흡이 가빠진 요즘엔, 놓친 것들을 두고 그 상실에 무감각해진 채 달려가느라 중요한 것이 있었는지 어떤지 살펴볼 틈도 잘 없기 때문입니다.
심광수 in 인살롱 ・ 2024.09.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