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 HR 1. 도파민과 세로토닌 : 우리 조직의 철학엔 이 호르몬들의 함량이 어떠한가?(심리학, 생리학) “인문학의 지혜에서 HR 인사이트를 찾다” (1편) ‘세상에 사람만큼 어려운 것이 있을까?’ ‘지금 이 상황에선 이 사람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까?’ 인사의 길은 늘 혼란스럽습니다. 인사(人事)의 중심인 사람이 놀라울 만큼 복잡미묘한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드디어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고 나의 일에 통달했다!’라고 생각한 순간, 예상치 못한 일, 내가 온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일이 금세 일어나곤 합니다. 이러한 인사에서 매순간 가장 올바른 길을 찾아 걸어가는 건 매우 어렵습니다. busts-gc2efdea26_1920.jpg하지만 이러한 고민을 여러분만 해온 것은 아닙니다. 역사가 시작될 때부터 동서양의 수많은 현자들은 심오한 사람의 마음에 대해 고찰하며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탐구해왔습니다. 지금 눈앞의 조직 문제가 잘 풀리지 않을 땐, 잠시 여유를 가지며 인문학의 숲을 거닐어보세요. 오랜 시간 쌓여온 현자들의 지혜를 찬찬히 둘러보다 보면, 나의 문제를 풀어줄 새로운 실마리를, 혼란스러운 HR의 길에서 오래도록 나를 인도해줄 가이드라인을 발견할 수 있을지 모릅니다. 앞으로 인문학의 범주에 속하는 6개의 주제(심리학, 사회학, 역사, 문학, 미술, 철학)에서 인사의 인사이트를 찾아보고자 합니다. 여러분이 인문의 숲에서 혼돈의 해독제를 발견하실 수 있도록 성실히 노력하겠습니다. 오늘은 심리학, 혹은 생리학에 해당하는 ‘도파민과 세로토닌’에 대해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조직을 한 명의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면? 조직은 사람의 집합체입니다. 하지만 조직의 성질을 자세히 살펴보면 하나의 유기체(한 명의 사람)와 비슷합니다. 조직도, 한 명의 사람도 각각 목적을 위한 전략을 세우고, 유기적으로 움직여 본인의 목적을 달성하고자 노력합니다. 그 과정에서 때론 성취감을 느끼며 환호하기도 하고, 때로는 좌절감을 맛보며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사람의 몸, 인체라는 시스템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더 깊게 이해한다면 조직이 움직이는 원리에 대해서도 힌트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요? 이 생각에서 말미암아, 사람이 전략을 짜고 목적을 이룰 때 분비되는 호르몬들이자 ‘감정 조절 호르몬’으로도 알려진 도파민과 세로토닌에 대해 소개해드리고, 우리 조직에서 이 호르몬들의 함량은 어떠한지 한 번 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사람을 앞으로 나가아게 만드는 보상체계, 도파민 도파민은 사람이 순간적인 행복감을 느끼게 해주는 단기 보상체계입니다. 사람이 크고 작은 목표를 달성했을 때, 신체는 도파민을 분비해 성취감과 쾌감을 느끼도록 합니다. 목표를 달성했음을 칭찬하고 앞으로 더 의욕적으로 나아가도록 돕는 것이지요. 한 인간의 궁극적 목표는 무엇일까요? 근래 진화학에서 가장 힘을 얻는 이론에 따르면 인간은 ‘유전자를 후세대에게 전달하는 기계’와 같습니다.(이 이론은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를 통해 잘 알려져 있습니다.) 하나의 생명 개체로서 ‘자기 보존’, 혹은 ‘재생산’에 도움이 되는 행동을 하게 되면 도파민이 나오는 것이지요. 영양가 있는 음식을 먹고, 좋은 수면을 취하는 것은 ‘자기 보존’ 활동에 해당할 것입니다. 애인을 사귀게 되거나 승진, 운동 등으로 더 나은 이성에게 어필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은 ‘재생산’에 도움이 되는 활동이겠지요. 자기보존과 재생산 모두에 도움이 되는 중간 단계들도 있습니다. 나에게 도움이 되는 새로운 도구나 기술, 지식을 얻었을 때, 사회적으로 더 좋은 입지를 갖게 되었을 때, 힘이 될 수 있는 새로운 친구를 사귀었을 때도 우리는 도파민을 분비하며 행복감을 느끼게 됩니다. 이 도파민 체계는 인간이 끊임없이 새로운 목표를 좇아 움직이게 하여, 인류가 수만 년에 걸쳐 문명을 일으키고 달까지 가도록 도와준, 우리가 매우 감사해야 하는 시스템입니다. 세상은 얼마나 안전한가? 세로토닌 세로토닌은 사람이 장기적으로 심적인 안정감을 느끼게 해주는 호르몬입니다. 사람은 살면서 축적해 온 자신의 경험에 따라, 자신을 둘러싼 사회가 얼마나 안정적인 곳인지 판단하여 세계관을 형성합니다. 이런 세계관에 따라 인체는 세로토닌이 분비되는 양을 조절하고, 환경에 알맞은 정도의 심적 안정감을 느끼게 된다고 합니다.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이 느끼는 이 심리적 안정감의 정도에 기반해 삶의 전략을 구상해 나가게 됩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이제 우리나라는 경제적, 문화적으로 모두 선진국의 반열에 올랐습니다. 치안도 세계에서 손꼽힐 정도로 좋은, 매우 안전한 사회라고 할 수 있지요. 우리 나라처럼 비교적 안전한 사회에서는 처음 만난 사람에게 친절하게 대하고, 서로를 장기적인 관계로 갈 잠재력이 있는 사이로 여기며 열린 마음으로 대하는 게 좋은 전략일 수 있습니다. 이런 사회에서 사람을 너무 심하게 경계하며 마음을 닫고 살아간다면, 다른 사람들에 비해 좋은 인연과 기회를 많이 놓치며 살아가게 될 수도 있습니다. 반면 중남미나 아프리카의 몇몇 안타까운 국가들처럼, 사회 시스템이 잘 작동하지 못하는 곳들이 있습니다. 이 국가들의 체계는 부패했으며, 치안도 매우 안 좋습니다. 이들은 매우 위험한 사회라고 할 수 있지요. 이 곳에서는 범죄자들은 말할 것도 없고, 선량한 사람들조차도 본인과 가족들을 지켜 살아남기 위해, 매우 단기지향적이거나 다소 이기적인 선택을 합니다. 이런 위험한 사회에서 처음 보는 사람을 너무 믿는 것은 안 좋은 선택일 수 있지요. 한 번이라도 더 경계하고 의심하는 것이 당장의 생존을 위해 효과적인 전술인 것입니다. 이렇듯 신뢰보다는 불신의 함량이 높은 사회 속에서도, 사람들은 결국 자기 주변을 믿을 수 있는, 편안하고 안전한 환경으로 만들고 싶어 합니다. 그렇기에 자신이 확실히 믿을 수 있는 극소수의 사람들로 구성된, 매우 배타적인 카르텔을 형성하기도 합니다. 중국의 꽌시 문화, 그리고 이탈리아 마피아의 태동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을 것입니다. 지금까지 도파민과 세로토닌에 대해 소개해 드렸습니다. 물론 도파민과 세로토닌이 우리 몸 속에서 제가 소개한 역할들만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또한 사람이 목표를 달성하고 감정을 조절하는 데에는 이 둘 뿐만아니라 수많은 다른 호르몬 체계들이 유기적으로 제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도파민 체계의 보상 작용, 그리고 세로토닌 체계의 세계관 형성 작용에 대해 이해한다면, 현재 자신의 내밀한 감정과 정서 상태를 이해하는 데에 아주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또한 사람이라는 존재를 더 입체적으로 바라보며, 타인의 행동을 이해하고 해석하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우리 조직의 도파민, 세로토닌 함량은? 그렇다면 이들을 본격적으로 조직의 문제에 가져와 대입해보겠습니다. 먼저 도파민체계입니다. 도파민 체계의 대입은 조직의 차원과 개인의 차원을 긴밀하게 연결지어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조직의 차원에서, 기업이란 조직은 기본적으로 목표를 달성하고 성취를 해야 생존할 수 있으므로, 모든 기업활동들이 일단은 도파민 체계에 의해 움직인다고 볼 수 있습니다. 회사의 크고 작은 목표를 달성했을 때, 회사는 성취감을 느낍니다. 건강한 회사라면 이러한 성취를 직원들에게 적절히 보상하여 함께 희열을 느끼게 만들고, 이러한 과정들을 반복해 직원들의 목표와 회사의 목표를 일치하도록 만들 것입니다. 자연스럽게 조직의 도파민 체계와 개인 차원의 도파민 체계를 연결하는 것이겠지요. 그러면 직원들 개인들은 경우에 따라 월급에 도파민의 희열을 얻기도, 조직을 위한 성취를 통해서 희열을 얻기도 할 것입니다. 이는 우리 모두가 매일매일 일하며 느끼고 있는 회사라는 조직의 기본 매커니즘이자 주 동력입니다. 우리 직장인들은 이미 회사의 도파민 체계에 매우 익숙합니다. 하지만 조직 구성원들이 한 목적으로 정렬되지 않았다면 조직의 도파민 체계가 교란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유는 기업별로 천차만별이지만, 구성원들이 기업의 성과를 자신의 목표로 느끼지 못한다면, 그들은 회사 일에 그저 의무감만을 갖고 최소한의 에너지를 들여 수행합니다. 그리고 오직 자신의 개인적인 커리어를 개발하며 각자도생을 위한 준비를 하는 데에만 도파민 체계를 활용하겠지요. 기업과 개인 모두에게 매우 안타까운 상황입니다. 이것이 기업들이 직원들을 바라볼 때 통제와 관리 관점에만 머물지 말고, 그들을 동기부여하여 조직과 목표를 공유하도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이유일 것입니다. 세로토닌은 어떨까요? 역시 조직과 개인 차원으로 나누어서 볼 수 있습니다. 조직 차원에서는, 회사는 세로토닌 체계를 이용해 자신을 둘러싼 비즈니스 환경이 얼마나 안정적인지를 확인할 것입니다. 주변 이해관계자들과의 신뢰관계, 그리고 산업군의 추세와 자신의 포지셔닝이 어떠한가를 기민하게 인식하여, 협력사들과 장기적 신뢰관계를 구축하는 데에 전념할 것인지, 당장의 각자도생에 집중할 것인지를 영리하게 결정할 것입니다. 개인들의 단위에서 본다면 세로토닌은 조직 내 심리적 안전감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구성원들은 조직 내에서 내 의견이나 행동이 얼마나 관대하게 받아들여지는지를 계속 학습하며, 자신이 학습한 경험들을 바탕으로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자연스레 심리적 안전감을 갖게 되거나 없애게 됩니다. 이 조직이 얼마나 안전한지, 즉 이 조직 내에서 얼마나 세로토닌을 분비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입니다. 세로토닌이 많이 분비된다면 구성원들은 동료들을 깊게 신뢰하고 장기적으로 관계를 구축할 것입니다. 개인의 시야도 넓어지고 회사의 시야도 넓어져 더 성취하기 어려운 목표, 더 얻기 어려운 상위 가치들을 바라볼 수 있게 되겠지요. 만약 세로토닌 수치가 낮다면, 구성원들은 자신의 진짜 생각들을 공개적으로 표현하지 않을 것입니다. 회사의 문제점을 지적하여 해결책을 제시하거나 회사에 활력을 줄 수 있는 새로운 의견을 내지 않고, 입을 다문 채 하던 대로만 행동할 것입니다. 점차 경직된 조직이 되어가며 활력을 잃어버리고 싶지 않다면, 우리 회사는 구성원들의 의견이나 행동을 얼마나 관대하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한 번 돌아볼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우리 회사의 모습은 어떤 사람과 비슷한가? 도파민과 세로토닌 체계가 균형 잡힌 건강한 사람은 의욕적이며 회복탄력성이 높습니다. 반면 도파민 체계가 교란된 사람은 주의산만하여 목표에 전념하지 못합니다. 세로토닌 수치가 낮은 사람은 불안감에 휩싸여 너무나 보수적인 행동만 하거나 오늘만을 생각하는 행동을 하게 됩니다. 우리 회사가 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면 어떤 사람의 모습에 가까운가요? 원하는 모습으로 나아가고자 한다면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요? 인체에 대한 인싸이트를 기반으로 조직 문제에 새롭게 접근해 본 오늘의 사유가 여러분의 고민을 돌파할 새로운 실마리가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인문학의 지혜에서 HR 인사이트를 찾다” (심리)도파민과 세로토닌 : 우리 조직의 철학엔 이 호르몬들의 함량이 어떠한가? (사회) (역사) (문학) (미술) (철학) (최초 업로드 : 2023.1.25.)